[덕암칼럼] 22대 안산과 전국 총선에 대한 총평
[덕암칼럼] 22대 안산과 전국 총선에 대한 총평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4.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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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인구 72만 의석수 4석에서 인구 감소로 3석이 된 65만 경기 안산의 22대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갑, 을, 병 3석 모두 석권했다. 호남 세가 강한 안산의 원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호남지역에서 상경한 주민들의 자리매김부터 시작된다.

이후 강원도 폐광지역 이주민들과 충청도 등지의 이주민들이 몰려와 형성된 도시가 안산이다. 그래서인가 호남향우회의 입김은 지역 정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고 현직 시장, 국회의원, 도·시의원을 배출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정치의 본질보다는 각종 단체의 결집력이 좌지우지하는 안산의 특성상 지금까지 최저 투표율에 더불어민주당 텃밭이기도 했으나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정주의식 부족, 애향심 부족,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환경적 요인, 교육환경의 부재, 특히 세월호 사건 이후 추락한 지역경제 등 다양한 이유로 안산은 인근 도시에 비해 턱없이 추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른바 낙하산의 성공적인 안착도 관심을 끌었다. 이미 코인 사건으로 불출마를 공표한 김남국 국회의원도 출마가 임박해 안산에 전입신고를 하고도 4선 의원으로 나섰던 박순자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어쩌면 김남국 의원의 국회 입성은 안산이 더불어민주당 텃밭이라는 개념을 넘어 유권자의 수준과 밑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뽑아놓고도 경악을 금치 못한 보수층에서는 이번 총선에도 모두 입만 살았다는 것으로 여실히 보여 주었고 이번 안산갑 지역구 양문석 당선자의 선거 승리로 쐐기를 박았다. 이제 안산의 지역 정치인들은 중앙당의 공천이 절반이고 내리꽂으면 된다는 공식이 여실히 증명된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당선된 정치인들이 안산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을까이다. 4년 동안 호사를 누리고 장관을 했지만 지역 인구는 감소했고 삶의 질적 향상은 점점 추락했다. 안산시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도시로 낙인찍혔다.

안산의 13만 학생을 관장하는 교육지원청은 단원고 기억 교실로 바뀌었고 안산의 심장인 화랑유원지에는 반월·시화공단의 전진기지 대신 추모시설이 들어선다. 100년이 가도 철거하거나 이전하지 못하는 추모시설에 대해 야당 후보들은 절대적인 지지를 나타냈다.

차기 안산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출신에 호남향우회 추천으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힘쓰면 공천을 받은 셈이고 선거라는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면 당선은 당연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가장 최악의 조건으로 정계에서 설마 했던 양문석 당선자의 기적적인 입성은 지역 주민들의 바람과 현실을 나타내는 지표였다.

악법도 법이고 결과는 냉혹하다. 그 어떤 과정도 결과를 타 넘지 못한다. 따라서 옳다 틀린다를 논하기 전에 경기 안산은 정치인들의 출세 가도를 달리는 이정표일 뿐 그 어떤 특별한 변화나 기대를 하기 어려운 도시임이 확실하게 드러난 셈이다.

이제 얼마 후면 도심 한복판에 세월호 213기의 유골함이 안치되는 납골당의 첫 삽을 뜨게 된다. 이제 안산을 다시 살릴 방법은 시민들이 깨어나야 하고 일 잘하는 인물을 시장으로 당선시켜 공천으로 될 수 없는 도시, 정당보다는 인물 중심의 자질과 철학이 분명한 후보를 당선시켜야 중앙당에 눈치 안 보고 안산을 인구 100만의 서해안 거점도시로 다시 살릴 수 있다.

누가 나설 수 있을까. 지금 같은 분위기에 누가 희생을 감수하고 나설까. 오로지 지금처럼 특정 정당의 정치인들이 만만하게 보고 거쳐 가는 도시가 아니라 시민들이 주인 되는 도시, 시민들이 함께 건의하고 참여하는 도시, 시민들이 주인이 되어 시장이 앞장서서 뭐라도 할 수 있는 명분을 세울 수 있는 도시, 전국 최고의 투표율로 정당 공천이 안 먹히는 도시, 납골당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도시의 심장, 공단의 비즈니스센터, 호텔, 쇼핑몰, 위락시설 등으로 활기찬 도시, 대부도를 대한민국 최고의 보물섬으로 만들 수 있는 행정혁신의 도시, 인근 화성과 시흥보다 면적은 좁아도 삶의 질은 더 높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안산지역 선거구는 인구 증가로 4석을 되찾도록 해야 하며 정당 공천과 지역감정이 아니라 후보를 대대적으로 세밀히 공개해 유권자들이 소신껏 투표하는 정치 1번지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바람은 개인의 경우 희망이지만 다수가 꿈꾸면 현실이 되고 후손이 함께 하면 미래가 된다.

반면 이번 선거의 전국적 득표율에서 보면 5% 차이지만 의석수로 보면 2:1구조다. 지역별로 근소한 차이를 나타내면서 동서로 갈리는 현상을 보였다. 대한민국 좌측은 더불어민주당, 우측은 국민의힘이었다. 지도상 그렇지만 서울, 경기가 전체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니 지도상 그림만 반반이지 산술적으로 국민의힘의 참패였다.

힘이란 아무리 정의로워도 견제가 적절히 동반될 때 부패하지 않는다. 어느 한쪽으로 독재가 가능하면 독주를 막기 어려운 것은 인간의 본능에서도 권력의 본능에서도 자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실권을 잡았다는 인식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에서 자의적 독야청청하며 남은 3년의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가 의문이다.

필자가 가늠하기에 어디 안산뿐일까. 갑자기 조용해진 김건희 여사의 수사에 대한 문제도 그렇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도 그러하다. 갈수록 늘어나는 국가채무나 가계대출의 급증이 이제 변제의 만기를 맞으면서 국민들의 살림도 태풍 속의 눈이다.

사람 사는 것도 그렇지만 나라 살림도 유사하다. 남과 비교할 게 아니라 우리만 잘 살면 되는 것이지 굳이 더 잘 사는 선진국과 전쟁 중인 나라와 비교해 사네 못 사네 할 것 없다.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걸핏하면 미사일을 쏴대는 북한이 이번 선거를 어떤 시각으로 볼까.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관이 취임 초기 선제공격과 전면전 발언으로 긴장 국면이 더해지면서 이제 여소야대의 판세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