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정의 달은 과연 가정의 달인가?
[기자수첩] 가정의 달은 과연 가정의 달인가?
  • 황지선 기자 akzl0717@naver.com
  • 승인 2024.05.0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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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주재 황지선 차장

5월의 주요 기념일은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유권자의 날(10일), 입양의 날(5월 11일), 부처님오신 날(12일), 로즈데이(14일), 스승의 날(5월 15일), 가정의 날(15일), 5.18민주화운동기념일(18일), 발명의 날(19일), 성년의 날(20일), 부부의 날(21일), 방재의 날(25일), 바다의 날(31일) 등이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이나 가족과 관련이 있는 날은 어린이, 어버이, 입양, 가정, 성년, 부부 등 6일이나 된다. 그러니 5월이 ‘가정의 달’이라는 표현은 이제 관용어처럼 쓴다.

분명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 중 ‘15일 가정의 날’은 어린이, 어버이, 입양, 가정, 성년, 부부 등 다른 날을 포괄하는 날로 생각할 수 있다. 날짜도 5월 중간에 자리를 잡고 있다.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는 ‘가족을 구성할 권리와 새로운 유대’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족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김 대표는 2022년 『가족을 구성할 권리 : 혈연과 결혼뿐인 사회에서 새로운 유대를 상상하는 법』 (오월의봄)을 발간했다.

김 대표는 이 책에서 “가족 문제가 공적인 영역과 분리되는 가족 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불평등과 연결된 사회적인 의제라는 것”을 가장 기본적인 전제로 삼고 있다.

그는 “이에 따라 오늘날 활발한 가족변동 상황은 가족구성권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회를 재구성하는 사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서 “아직 많은 이에게 낯선 개념일 가족구성권은 말 그대로 ‘가족관계를 구성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정의 달 행사를 비롯해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김 대표의 ‘가족관계구성권’ 주장에 공감과 동감을 하면서 동시에 새삼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하다는 의미는 세상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가족관계가 등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므로 이 변화와 어울리는 새로운 가족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있는 가족구성권연구소는 가족구성권을 ‘모든 사람이 원하는 가족·공동체를 구성하고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로 정의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원하는 사람과 살아갈 권리’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살고 싶은 사람과 살아가는 가족’은 만만치 않다. 국가가 법으로 규정한 ‘가족’은 ‘이성 배우자’와 ‘혈족’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면 제도적 지원에서 배제된다.

김 대표는 개인이 맺고 있는 관계를 중심으로 사회를 상상하고 이를 제도화하자는 입장이다. 개인이 맺고 있는 관계가 ‘가족’이냐, 아니냐는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실질적으로 의지하는 ‘삶의 단위’, ‘돌봄 실천’의 관계성을 제도적으로 인정받을 때, 누구와 상호 의지하며 관계를 맺고 살아갈 것인가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난 3일 17개 시·군 가족센터에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다양한 가족행사를 진행한다며 올해부터 가정의 날 행사 개최를 희망하는 17개 시·군에 도비 4억 5,000만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가정의 날 행사는 1인가구,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등 다양한 가족을 대상으로 특별공연, 기념식, 가족운동회, 가족단위 플리마켓, 버블쇼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혈연과 결혼이라는 법적, 제도적 틀에만 가둬두는 가족 관계가 이제는 ‘새로운 가족’이라는 변화에 맞춰 법과 제도도 변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기도를 비롯해 다른 지자체, 아니 정부가 나서서 ‘새로운 가족’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나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2024년 가정의 달을 생각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가족’이라는 표현에 맞춰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이 변화를 도가 앞에 나서서 이끌어갈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나아가 지금까지 진행한 가정의 달 행사도 ‘새로운 변화’에 맞추고, 더 나아가 조례 개정 등 ‘새로운 가족’에 어울리는 조치도 진행했으면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김 대표가 강조하는 “서로 돌보고 의지하고 신뢰하는 그 모든 관계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관계 맺을 수 있는 권리, 가족구성권의 실현은 행복한 실존을 꿈꾸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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