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예산은 편성보다 효율성을
[덕암칼럼] 예산은 편성보다 효율성을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5.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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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여러분이 많은 돈으로 어떤 사업을 하거나 행사를 벌인다면 안 되는 일이 없다. 다만 문제는 돈이 부족하거나 없을 경우 형편에 맞게 살림을 꾸려가는 것이 능력이고 나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의료 대란으로 의사들과 정부 간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죄 없는 국민들, 환자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중환자나 환자가족이 안되어 보니 절실하지 않은 것이고 저러다 말겠지 하지만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진행되는 양측의 진통은 쉽사리 끝날 줄 모르고 있다.

물론 영원한건 없기에 일년 이든 십년이든 지나면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 되겠으나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내용을 보면 쉽게 끝날 일은 아닌 것 같다.

윤 대통령은 2천명이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라하고 이에 대해 의료계는 진료축소란 입장으로 대응했다. 대학병원에 이어 개원병원도 주 40시간 진료에 동참할 것으로 밝히면서 사태는 점차 최악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의료대란이 왜 일어났으며 정작 이런 방법밖에 없었을까.

한 나라의 보건이 이렇듯 동네아이들 패싸움처럼 느닷없이 발생했다가 적절한 선에서 수습될 것으로 생각했다면 미리 방법을 찾아야 했다. 평소에도 보건문제는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지만 지난 7일은 보건의 날을 맞이해 더욱 의미가 깊은 날이라 할 수 있다. 

1973년 제정된 이래 52회째를 맞이한 이날은 국민들의 건강증진과 보건의료발전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기념하는 중요한 날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는 1947년 4월 7일 창설되어 1952년부터 인류의 건강에 대한 기념비적인 날로 정했으니 창립 76주년이 되는 것이다.

세계 보건기구 WHO 설립 이후 1948년 제 1회 세계보건 총회에서 매년 중요한 사안들이 논의됐다. 이쯤하고 대한민국 보건의 현주소를 알아보자. 먼저 올해 보건복지부의 예산은 122조 3779억 원이다.

2023년 예산 109조 1830억 원과 비교해 볼 때 13조 1949억 원 증가된 규모다. 세부적으로 정신질환 치료지원 강화차원에서 마약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의 운영비9억 원 및 환경 개선비5억 원을 지원한다.

정신응급병상 확충에 21억 원, 동료지원쉼터 마련에 7억 원도 추가로 편성했다. 자살률이 증가하는 청년층 등 대상으로 상담서비스에 17억 원, 지방의료원 등 41개 공공병원의 경영 혁신을 위한 인센티브를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시설장비 현대화에 570억 원이 배정됐다.

간병비 지원에 85억 원, 요실금 치료 신규 지원 20억 원, 무릎관절 수술 지원 12억 원 등 굵직한 내역을 밝히자면 지면이 모자라 기록이 어렵다. 즉, 122조 3,779억 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다 소진되어야 내년 예산이 다시 편성된다.

문제는 그 많은 돈이 사용되었다면 돈을 쓴 만큼 효율성이 있어야 맞는 것이다. 민간 기업이 이정도 예산을 쓰고도 성과가 적자라면 진작에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국가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 예산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쯤 되면 분야별로 민간에게 위탁하여 맡기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필자의 말이 틀렸다면 높아가는 청소년 자살률, 노인들의 간병에 조선족이나 외국인 말고는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 현실, 농사짓는 농민보다 농협이나 농산물 유통회사가 잘사는 것이 현실이며 어부보다 수협이나 수산물 시장 상인들의 수입이 높다면 이는 시스템을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다.

환자가 치료하기 어렵고 의사의 연봉이 수억대로 선진국가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반면 관련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 산하 각종 기관 단체, 임직원들이 넉넉한 봉급을 받고도 지금 같은 의료대란을 막지 못했다면 이는 그냥 넘어갈 일인가.

몰랐으면 무능한 것이고 미리 짐작하거나 알았다면 무책임한 것이다. 어쩌다 대통령이 총대매고 전면전을 벌이는 반면 의료계와 동고동락하며 갑과 을의 관계 또는 공생의 관계에 있으면서 수수방관하는가.

보건의 날을 맞이하여 형식적인 기념식에 잘한 것도 없으면서 표창장을 주고받고 기자들 불러 사진 찍으며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되는 것이 전부여서는 안 된다. 필자가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면 의료계와의 소통부재, 의료진들의 반발로 멀쩡한 병원들이 눈치만 보고 있는 현실도 짚어줄 생각이다.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파악에 나서야 하고 대통령의 눈치보다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한 나라의 보건을 책임지는 부서로써 부족했던 점은 인정하고 대국민 협조를 구할 수 있는 대담함과 당당함이 있어야 하는 것이며 의료진들의 저항이 자칫 카르텔로 비춰지지 않도록 그들의 목소리도 국민들에게 홍보되어야 한다.

마치 의사협회만 여론의 질타를 맞도록 방치하면 의사뿐만 아니라 그 어떤 분야에서도 멀거니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나름 전문직에 종사하며 자부심도 있었을 것이고 의사도 사람인지라 실수도 있었을 것이며 제 밥그릇 챙기는 자기 방어는 당연한 것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악조건만 있다면 어느 쪽 하나 사단이 나야 끝나겠지만 중간에 국민들의 생명이 담보로 끼어 있지 않은가.

서로 친모라고 우기는 재판에서 양팔을 맡겼을 때 아이가 다칠까봐 손을 놓는 것이 친모라고 결정내린 솔로몬의 판결이 요원한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보건예산이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성과나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분야별로 민간에게 맡겨보는 것도 필요하다.

저출산도 실패, 자살예방도 실패, 의료대란도 무방비, 이러고도 날짜되면 칼 같이 월급 받고 당당한 공직자로 명예롭게 지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간기업 같았으면 정리해고 대상이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