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묻고 더블로 갈게 따로 있지
[덕암칼럼] 묻고 더블로 갈게 따로 있지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6.1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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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2006년 9월 도박판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욕망을 그린 최동훈 감독의 영화 ‘타짜’ 주인공 고니가 사구파토라며 다시 돈을 빼겠냐고 묻자 곽철용 역을 맡은 김응수 배우는 묻고 더블로 가자며 판돈의 두 배를 걸고 현재 쥐고 있는 화투판을 유지하자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청소년관람불가의 영화가 500만 이상의 관객 수를 기록하면서 평소 도박에 무지했던 계층까지 짜릿한 대사에 몰입했던 영화였다. 문제는 현재 돌아가는 한반도의 투전 판세가 타짜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큰 거 한판에 인생은 예술이 된다는 영화 슬로건은 단순한 영화의 장르를 홍보하는 대사에 그쳐야 하는데 이게 지금 남·북한 7,900만 한민족의 운명을 건 한판 화투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번 덕암 칼럼에도 기고하였듯 원래 싸움이란 사소한 데서부터 비롯되어 판이 커지지 처음부터 전면전으로 전쟁이 발발하거나 누가 죽나 해보자고 시작하는 판은 드물다. 남·북한이 지금 같은 판국에 영토 확장을 벌일 일도 없거니와 이미 71년 전 대판 벌인 경험이 있기에 남과 북 어느 한쪽도 피를 보겠다고 시작하진 않을 것이다.

먼저 대한민국 국방력이 과거 6·25전쟁 때처럼 빌빌대는 상황도 아니고 미국에 기댈 것이 아니라 자체 생산한 무기만 하더라도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며 막상 일이 커지면 물불 가릴게 없다는 점이다.

북한 또한 엄포를 놓으며 겁을 주고 있지만 실제로 판이 벌어지면 중국과 러시아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남·북한이 잘해서 70년이 넘도록 평화가 유지되었을까.

필자뿐만 아니라 양국의 정부나 어느 정도 외부 소식에 귀가 밝은 사람이면 휴전상태에서 국방력을 버텨온 과정과 배후에는 강대국 대치 논리가 작용해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수류탄 안전핀을 뽑아서 들고 있는 형국이라는 점을 말이다.

누구 하나 먼저 치면 벌겋게 달은 불판위에 콩 볶듯 총알과 방사포, 미사일 수 백발, 수 천발이 상대 국가의 영공을 까맣게 덮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 화려한 불꽃놀이에는 작은 동기만 부여되어도 가능하다.

준비된 게 없거나 명분이 없다면 언제까지고 조용하게 침묵 속에 보낼 세월이다. 겉으로는 마치 평화로운 DMZ의 친환경 정글이 전 세계 어느 국립공원보다 잘 보존된 공간이지만 조금만 들여다 보면 71년 전 휴전 당시 매설해 놓은 지뢰들이 감자밭 감자처럼 옹기종기 매설돼 있고 여차하면 전쟁의 격전지가 될 양 국가의 경계선이다.

비무장지대는 말이 없다. 이따금 양국의 창공을 나는 철새만이 무제한 자유를 누리며 날아다닐 뿐이고 부는 바람에 구름만이 전쟁과 무관하게 흐를 뿐이다. 그러한 평화에 찬물을 끼어 붓는 일들이 서서히 벌어지고 있으니 꼭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까.

5,200만 남한도 2,700만 북한도 어느 나라 국민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 전쟁 발발의 동기를 제공하며 서로 으르렁대는 현재의 분위기는 언제 어떤 식으로든 판돈을 배로 불리는 ‘묻고 더블로 가’라는 결단이 설지 모르는 판국이다.

문제의 출발은 탈북민 단체다. 배가 고파서 어렵사리 남의 나라 국경을 몇 번이나 천신만고 끝에 넘어왔으면 조용히 살 일이지 지금처럼 북한의 인권과 자유를 지켜주려는 의지를 꼭 그들이 북한을 자극하며 판을 키워야 했을까.

그런다고 달라질까. 김정은에게 사과하라면 할까. 안 되는 일인 줄 뻔히 알면서 지금 뭐 하자는 것인가. 물론 명분은 있다. 표현의 자유도 합법이라고 헌법재판소도 결론 내렸다. 하지만 북한의 국정 방침은 북한 자국이 결정할 일이며 독재냐 자유냐는 해당 국가의 운명이지 이를 제3국, 특히 적국으로 규정된 남한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일은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등록된 이상 탈북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며 우리 정부 방침에 함께 동의하여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즉 반국가적 행위나 국가 안보에 위배될 사안이면 자제할 줄도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자꾸 북한을 자극해서 일이 커지면 그때도 결과에 대해 책임질 것인가. 대한민국에는 국가 안보를 위해 운영되는 국방부 외에도 국가 간 이해관계를 완충시키기 위한 외교부.

특히 남북한 간의 대치 국면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통일부까지 설치되어 나름 대한민국의 정부를 대변하고 있으며 민간 차원에서도 자유총연맹과 민주평화통일 등 보수단체나 기타 반공단체들이 무수히 많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이 북한의 열악한 인권유린과 독재정치의 단점을 몰라서 가만있는 것일까. 지금 남과 북은 결코 전쟁이 끝난 상태가 아니라 강대국들의 판짜기에 총구를 내리고 있을 뿐이다. 서로 자국의 안보를 위해 막대한 국방비를 쏟아붓고 북한도 배고픈 주민들의 민생고 대신 핵무기를 선택에 당위성을 키우고 있다.

이 무슨 쓸데없이 낭비하는 돈 잔치인가. 상대가 국방력을 키우니 서로 안 지려고 하지만 안 할 수 없어서 하는 짓임에도 판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공격만이 전쟁이 아니라 방어력을 키우는 목적도 전쟁의 예방법 중 하나다.

다만 이번처럼 탈북민 단체가 먼저 북한을 자극하면서 명분을 주고 북한도 오물 풍선을 자꾸 남쪽으로 보내는 일이 되풀이되고 이에 남한이 확성기를 틀고 북한을 자극해서 단 한발이라도 오발한다면 변명이나 설명할 여지도 없이 판은 커진다.

한번 시작된 판은 강대국이 말려도 70년 넘게 소통 한 번 해본 적 없는 전쟁의 후손들이 누가 죽나 이판사판 전면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래서도 안 되겠지만 이미 유효기간이 임박한 대형 무기들을 생산하는 미국 무기생산업체의 입장에서는 오매불망 바라는 일일 수밖에 없다.

요즘 대형 무기란 게 서울 여의도 강변과 부산 광안대교에서 펼치는 밤하늘의 불꽃놀이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기타 내전과 국지전이 수시로 현재 진행형인 것을 보면서도 모르는 건 아닐 것이다.

침묵은 묵시적이라 했고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다. 대북 풍선을 날리는 탈북단체보다 이를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방관하는 정부가 더 문제이며 이를 지적해야 할 국회의 침묵이 더 문제다.

지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탄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과 김정숙 여사의 비행 기내식 밥값이 문젠가.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로 가고 있는데 국민들의 안전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국정이란 가진 판돈을 모두 걸고 묻고 더블로 가자는 화투판이 아니다. 이러라고 순국선열들이 목숨 걸고 지킨 나라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