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대견함이 가득했던 눈물의 졸업식
감동과 대견함이 가득했던 눈물의 졸업식
  • 설석용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5.01.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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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이 유난히 길고 춥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지겨운 한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여름부터 얼어붙은 가슴이 아직 녹지 않은 채 겨울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달궈지고 차가워지는 냄비근성이 강한 우리나라지만, 올해만큼은 성격을 달리했다. 

아직도 길거리의 노란리본을 보면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곤 한다. 가슴 속에 사무친 슬픔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덧 해를 넘기고 달력을 바꿨다. 새 학기 시작을 맞이하기 전에, 정든 모교와 이별을 하는 시간은 진한 가슴시림을 전한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모교, 3년 동안 웃고 울었던 일을 떠올리며 마지막 이날엔 모두의 눈시울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붉어지곤 한다.

여느 때보다, 조금 더 눈물샘을 자극했던 단원고 졸업식은 2학년들의 축하공연 등 졸업생 선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모습에 더 이상 꺼낼 수 없는 슬픔과 감동 그리고 대견함이 함께 했다.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한 졸업식은 2학년 여고생들의 합창공연으로 막을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가며 끝까지 이선희의 ‘인연’을 완창한 2학년 여고생들을 보며, 졸업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은 함께 울었다.

그러나 곧바로 분위기를 반전하며 발랄한 율동을 곁들여 뮤지컬 그리스의 ‘위 고 투게더(We go together)'를 합창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내내 그녀들의 씩씩함에 응원을 박수를 보내고 감사의 격려를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단원고 졸업생 505명을 비롯해 약 1000명의 인원이 빼곡이 자리한 강당 안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진한 감동이 오고갔다.  

처음을 여학생들이 시작했다면 끝은 남학생들이 장식했다. 모든 식순이 끝났지만 사회자는 모두 자리를 지키기를 당부하며 마지막 식후공연을 소개했다.

공연자는 18명의 늠름한 2학년 남학생들이었다. 든든한 기준이 되어준 선배들을 위해 이들은 인순이의 ‘아버지’를 합창했다. 잔잔한 멜로디와 차분한 목소리는 졸업하는 선배들과 함께 자리한 모든 하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듯했다.

노래가 끝나자 곧바로 ‘졸업 축하드립니다’라고 환호성을 지르며 재밌는 포즈를 하나씩 취했다. 강당은 웃음으로 가득 찼고, 이들의 재롱과 대견함에 모두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이렇게 단원고 제8회 졸업식은 막을 내렸다. 

울음을 그치고 씩씩하고 밝게 생활하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한다. 현장 속에서 느낀 감동은 다른 어떤 것과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했다.

이들의 웃음은 우리에겐 한 방울의 눈물이 되어 전해졌기 때문이다. 어디 가서든 담대하게 생활하라는 한 학부모의 말처럼, 다시 꿈 많은 사춘기 소년, 소녀로 돌아가 항상 밝고 명랑하게 앞으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설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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