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죄책감이라도 있었더라면
최소한의 죄책감이라도 있었더라면
  • 설석용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5.01.20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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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참변을 겪었던 안산, 올해의 시작도 순탄치만은 않다.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해 침울한 도시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사람중심의 안산신도시를 실현하겠다는 포부에 역행이라도 하듯 도시의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침체되어만 간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청마해를 떠나보낸 지 불과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지독했던 작년 한 해를 정리하고 돌아섰음에도 악운은 쉽게 떠나질 않았다.

새해벽두부터 한 노숙자의 사망소식을 전하며 안산은 침울한 시작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곧 이어 전해진 인질극 소식에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제까지 봐왔던 범행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상식을 벗어났고 파렴치했기 때문이다. 사

랑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시작된 인질극이라고 믿었던 국민들은 속속들이 드러나는 인질범의 범행과정에 분노를 표출하며 어이를 상실했다.

과거에 있었던 인질극이나 성폭행 사건, 살인사건에 대해서 떠올려 보면, 지난 사건들은 범행주제의 일관성이 있었다. 돈을 요구하는 인질극, 자제력을 잃은 자신의 성욕이 불러온 성폭행 범죄, 묻지마 토막살인 등은 그 범죄의 죄목이 보고 들은 대로였다.

그러나 이번 안산 인질극 사건은 최소 두 개 이상의 죄목이 달리게 됐다. 단순 인질극과 살인사건이 아니라, 살인 전 성폭행을 시도하며 인질들에게 극도의 공포를 안겨준 악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범행과정에서 또 다른 중범죄를 저질러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이었다.

현장 재연을 하겠다고 나선 범인의 입가에 미소는 더 이상의 분노도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까지 접했던 사건들은 최소한의 원인을 알 수 있었고 반성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범인의 상식 밖의 정서는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보였다. 이 한 사람만의 문제라면 다행이겠다.

하지만 이렇게 어긋난 정서를 가진 사람이 생겨났다는 것은 분명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어야 하며, 책임 있는 처사가 필요할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에서 살인사건은 스쳐지나가는 바람처럼 자연스러운 뉴스거리가 되었다. 성폭행 사건 역시 단절을 위해 노력은 하지만 빠지지 않는 기사거리가 된다.

동일한 사건이 근절되지 않는 것,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건의 범인은 그에 마땅한 처벌을 받으면 그만이지만, 이런 범행 정서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국민 모두는 피해자 범주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한다.

설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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