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피해가는 김영란법
요리조리 피해가는 김영란법
  • 설석용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5.01.21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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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의 얼음이 녹는다는 절기 대한이다. 추위의 절정이라고 하나 시기적으로 끝나가는 겨울을 암시하는 날이다.

절기상으로는 길 위에 얼음이 모두 녹아있어야 하지만 불과 이틀 전에 내린 눈 때문인지 아직은 꽁꽁 얼어있다. 올 겨울은 추위가 쉽게 풀리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녹지 않은 길 위의 얼음처럼 국민들의 얼어붙은 가슴이 녹아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각종 화재사고나 인질극 같은 혐오스러운 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러움 속에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아직도 제 밥 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안건하나가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반대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것에도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을 피해 다니는 국회의원들을 모습을 보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자는 취지로 발의된 김영란법은 전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만큼 까다로운 법안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국회의원의 지나친 권리를 축소를 하고,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당연히 그들에겐 께름칙한 안건일 것이다. 그러나 자꾸 피하기만 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지기만 할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명예직이라고는 하나, 전혀 명예롭지 못하다고 평가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어느 순간부터 국회의원에 대한 인식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

요즘 들어 ‘일 많이 하고 돈 적게 받는 유럽의 국회의원’들과 국내 국회의원들을 비교하는 보도를 자주 볼 수 있다.

국민들의 시야가 점점 넓어져 해외정치까지 접하며 국내정치인들을 비판하고 있을 정도로 국가의 의식수준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국민들은 의원들에 대한 존중과 사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를 줄여야 할 당사자들이 그들의 격차를 줄이는 것에 대해서 거부한다는 것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당신의 안녕만을 위해서 일한다는 생각에 배신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은 자신의 월급 중 90%를 기부하고, 허름한 중고차를 직접 타고 출퇴근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한 달 생활비는 한화 약 84만 원 정도다.

한 나라의 정치인이 84만 원으로 한 달을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요지는 84만 원이라는 적은 돈이 아니라, 그가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사는 우루과이 국민들은 호세 대통령에 대해서 얼마나 자랑스러워 할지 부럽기만 하다. 국회는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초심을 되새겨야 한다. 국가가 부흥하는 것은 의원보다 국민이 잘 살 때 가능한 일이다.

설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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