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기자수첩]배움의 상아탑, 대학이 흔들린다
[윤성민의 기자수첩]배움의 상아탑, 대학이 흔들린다
  • 윤성민 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5.02.02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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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밤, 각종 자격증공부와 자기개발로 분주할 도서관은 한산하기만 하고 대학가 주변 유흥가들만이 화려한 불야성에 행복한 비명을 내지르는 시대가 도래 했다. 바야흐로 술집 전성시대다.

어느 순간 우후죽순처럼 전국에 자라난 대학이 어느 덧 400개를 훌쩍 넘어섰다.
서로 경쟁이 붙은 대학들은 수업의 질이 아닌 복지혜택을 어필한다.

배움의 터전이라는 대학에서 교육보다는 복지를 강요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수업의 질은 낮아졌고, 너도 나도 가는 대학이라는 인식은 학생들과 교수들의 펜을 꺾었고 그들을 술집으로, 유흥가로 내몰았다.

가까운 과거처럼 대졸자들에게 거는 사회적 기대는 크지 않다.
3-40년 전만 하더라도 대학은 배움의 상아탑으로 굳게 서 있었다.

대졸자는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존재가 될 수 있었고, 어느 회사에 들어가든 고임금을 보장받는 일종의 능력자로 비추어졌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많지 않은 대학의 담은 우뚝 서 있었고, 그 담장을 넘는 것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았다.
대학이 난립하게 되고, 한 해 졸업생이 수십만에 육박하는 현재의 구조는 대학의 존엄성마저 앗아가고 있다.

대학이 사업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상아탑처럼 우뚝 서 있던 대학의 문턱은 뒷동산의 꽃담장보다 낮아졌고, 등록금만 마련하면 누구나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의 행태는 대졸자를 우대하지 않는 사회 풍조에 일조했다.

청년실업의 문제 또한 대학의 수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천만 원 이상의 학비를 들여 대학 졸업장을 딴 학생들은 은연중 눈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자신은 고급인력이라는 착각 속에 중소기업을 경시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졸업장 때문에 투자한 수천만 원의 학자금대출은 청년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은 OECD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대졸자의 48%가 대학 졸업장은 취업 외에는 아무 가치가 없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대학의 무분별한 설립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지금 당장 대학을 줄이고 폐쇄한다 하여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다. 이미 깊숙이 뿌리박힌 사회의 구조는 의무적인 대학진학을 요구한다.

이러한 인식의 개선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더 이상의 수요가 없을 때 대학은 비로소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주 전공을 酒로 선택하여 그것을 갈고닦는 작금의 대학생들을 성토할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술집으로 내몰 수밖에 없었던 우리 대학의 문제를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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