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역사와 민족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
<덕암칼럼> 역사와 민족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
  • 경인매일 회장 德岩 金均式 kmaeil86@naver.com
  • 승인 2018.12.03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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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1988년 10월 8일 서울 영등포교도소에서 충남 공주교도소로 이송 중이던 25명 중 미결수 12명이 집단 탈주해 9일 동안 서울 시내 이곳저곳으로 도주하다 결국 인질극 끝에 검거된 지강헌 사건에서 표출된 메시지다.

30년이 흘러도 법률소비자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가량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한다는 통계가 나오니 결코 세상이 밝아졌다고는 볼 수 없다.

1990년 이후 대한민국 내의 10대 재벌 총수 중 7명은 모두 합쳐 23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으나 형이 확정된 후 평균 9개월 만에 사면을 받고 현직에 복귀한 사실만 보더라도 죄와 벌은 가진자의 상황에 따라 법의 심판도 달라진다.

1930년 빵을 훔친 노인에게 내린 명 판결로 1933년부터 1945년까지 12년 동안 뉴욕 시장을 세 번씩이나 역임했던 존경받은 피오렐로 라과디아 판사가 오늘날 양승태 대법원장과 비교되는 이유는 90년 전 있었던 재판이 현재 한국 사법부의 삭막한 현주소가 본받아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승태의 사법 농단 행각은 대법원에서 저질러진 횡령 및 비자금 조성, 재판거래, 검찰 총장 협박,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빼돌린 것 등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1965년 체결된 한·일 협정에 대해서 수 천명의 일본 군 정신대를 포함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한국인이라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2003년 청와대 앞에서 한국 국적을 던졌다.

외로운 법적 싸움에 무관심했던 정부에 대해서 양승태는 대법원에서 고의로 강제 징용 재판을 지연시킨 재판거래 라는 행각을 저지르며, 수 천명의 국민들이 피눈물을 흘리도록 한 근거들이 밝혀지고 있다.

차라리 배고파서 빵을 훔쳤다면 동정이라도 받았을 일이다.

또한 일본 민간단체인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이 1974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일제에 의해서 조선인 강제동원 숫자가 1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연인원 기준으로 6년간 강제 동원된 조선인은 600만~700만 여명으로 환산되며 이는 전체 조선인구 중 삼분의 일에 해당될 만큼 엄청난 숫자다.

한일간 경제협력이나 외교도 좋지만 이 같은 국민들의 역사적 숙제를 엿바꿔 먹는 법의 유린은 누가 찾아낼 것인지 난감하다.

결국 자체적인 판단에 의거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을 규탄하기 위해서 시민 500여명이 모여서 대법원 앞에서 사법 적폐 규탄 집회가 열렸다.
본 모임은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103개 단체가 한목소리를 냈다.

시민단체에서도 참여연대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시기인 2015년 7~12월에 유독 많은 특수 활동비를 지급받은 것을 밝혀낸 바 있다.

이제 양승태 사법부의 정점을 향한 검찰 수사의 최종 향배를 좌우할 시기가 도래했다.

영장이 기각되면 현재 여론은 검찰 수사가 부족해서라기보다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 때문이라고 비춰지겠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영장이 나오면 좋고 안 나오더라도 비난의 타깃은 법원이 될 공산이 크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햐 하며 국민의 안위와 평화를 도모해야 한다. 해방직후 70년이 넘도록 얼마나 많은 위법자들이 범법자를 심판했겠는가.

평등하지 않은 법의 잣대로 30년이 지난 지금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법이 균형을 잃으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종래에는 질서의 근간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를 회복하려면 편법의 잣대를 휘둘러오며 국민을 기망하던 과거에 대한 청산과 미래에 대해 공정함이란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적어도 오류로 걸어온 발자취만큼이나 앞으로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오욕의 역사를 남기고 민족에게 돌이키지 못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대대손손 그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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