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
  • 원춘식 편집국장 직대 wcs@
  • 승인 2008.03.1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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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는 경제 살리기와 사회통합 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그는 경제 살리기와 실용주의, 사회통합의 이미지를 강조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이 대통령은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주의 시대를 열자는 키워드를 두고 내부에서 이러니 저러니 논란들이 분분하다. 그러나 무슨 문제든 너무 개념적으로만 따지면 끝없는 말싸움만 이어질 뿐 좀처럼 결론이 나질 않는 다. 그래서 문제를 그런 식으로 제기하는 대신 지난 10년의 잘못이 무엇이면 그것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라는 물음으로 던지는 편이 훨씬 더 명료할 것이다.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10년 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 다는 사람도 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대다수 유권자들은 지난 10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정권 연장 아닌 정권 교체를 선택했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의 잘못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정면으로 맞받아 바로잡을 용의가 있는지만 밝히면 될 것이다. 지난 10년은 어떤 세월이었는가? 한마디로 대한민국 60년을 민족사적 정통성에 반(反)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관(史觀)이 판치던 세월이었다. 이에 비한다면 지난 10년을 그저 무능한 좌파니 이념 갈등의 시대니 하는 말로 설명하는 것은 너무 후(厚)한 표현일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또 이념 논란으로 간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에 가장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도 바로 이런 낡은 좌파적 이념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점에서 그런 왜곡된 사관을 가장 실용성 있게 극복할 길이 바로 실용주의라고 말하는 것이라면 시비할 대상이 아니다. 어떤 방법으로 하든, 어떤 키워드를 내걸든, 좌우간 지난 10년의 그릇된 흐름을 바로잡아 대한민국의 초석위에 놓겠다는 확고한 의지만 보인다면 그것으로도 세상은 일단 진일보(進一步)한 것이니까. 문제는 빠른 시일 안에 몇 가지 기본적인 사항과 관련해서 이명박 정부의 그런 의지에 진정성과 결연함이 담겨 있는 징표를 내보여야 할 것이란 점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대북(對北)정책 바로잡기다. 김정일이 서해(西海)에서 도발했을 때 우리의 대응에 반성할 점이 있었다고 하던 시절이 지난 10년이었다. 그리고 김정일이 핵실험을 해도 우리는 그저 무조건, 속절없이 갖다 바치기만 하면 그만 이라던 시절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별 짓 다하고도 뺨 맞은 실속 없는 대북정책에서 과연 어떻게 실용주의적으로 벗어날 것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친북 좌파와 자칭 중도주의자들은 ‘그렇다면 대북 강경책으로 전쟁하자는 거냐?’고 왜곡한다. 그러나 이것은 강경 온건의 문제가 아니라 제정신 차렸느냐 못 차렸느냐의 원초적인 문제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여태껏 전쟁이 나지 않은 것도 희한한 노릇이다. 새 정부가 또 하나 해야 할 것은 우리 2세들의 영혼을 훔쳐 가고 있는 반(反)대한민국적 역사교과서 문제를 비롯해 문화계, 정보통신, 미디어 등 사회 각 분야를 침식한 좌파 헤게모니에 대한 대응이다. 이 문제에 대한 이명박 실용주의의 대책이 과연 무엇인가. 이것이 중요하다. 역사와 문화와 사회를 반(反)실용주의라는 것 자체가 어떻게 설 땅을 얻을 것인가? 이 문제 역시 그래서 한가로운 이념 논란이 아니라 실용주의의 본질이 걸린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다. 이명박 정부가 명운(命運)을 걸고 답해야 할 세 번째 시험 문항은 그들이 의도하는 실용주의적 교육개혁은 과연 어떤 것이냐 하는 물음이다. 교육이 반(反)실용주의 원조(元祖)인 좌파 이념 집단과 부처 이기주의에 매달린 관료 집단에 발목 잡혀 있는 한 우리 교육의 실용주의적 전환은 기대할 수 없다. 「이명박 실용」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은 시대가 정말로 바뀌었는지 안 바뀌었는지를 확정 판결 할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은 정말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모든 일들에는 늘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이명박 정부는 실기(失機)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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