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맬서스’의 망령
돌아온 ‘맬서스’의 망령
  • 경인매일 kmaeil@
  • 승인 2008.04.1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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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에는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여 고부가가치의 공산품을 만들어 수출하며 헐값의 식량과 기름, 원료를 수입해 쓰는 공장국가들이 세계경제의 우등생이었다. 그러나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21세기 초에 이르러 농업국가의 시대가 왔다. 눈부신 과학문명의 발달에도 식량이 다시 무기가 되고 있다. 너도나도 공산품 생산을 위해 한정된 자원을 경쟁적으로 끌어다 쓴 결과이다. 지금 농산물 가격의 급등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농산물 수입 규모가 커 국가적 경쟁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장기간 하향안정세를 보이던 농산물 가격이 최근 1~2년 새 급등한 것이다. 이는 수요가 공급을 앞지른 ‘수급 불균형 현상’에 따른 것으로 근본적인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농산물 수요는 그간 꾸준히 둔화되어왔고 1960년대 ‘녹색혁명’ 이후 개도국의 식량 자급을 위한 농업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농산물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지속했다. 그러나 이런 곡물가 안정세는 2000년대 들어 들썩이기 시작했는데, 실제 2000년대 들어 곡물 수요가 빠르게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육류 소비 증가로 ‘사료용 곡물 수요’가 많아지고, ‘연료용 작물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반면, 생산능력에 대한 투자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아서 결국 곡물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거기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 연료’ 사용이 늘어난 것도 농산물 가격급등을 한층 가속화시키고 있다. 210년 전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가 예측했던 것처럼, 폭발적인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식량공급으로 기근과 빈곤만 가득한 세계 재앙의 시대가 우리 눈앞에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까지는 맬서스의 걱정을 웃어넘길 만큼 세계는 양적 질적인 경제성장과 인구 억제를 잘 해왔다. 하지만 최근 많은 징조들은 물, 에너지, 식량 등 인류의 필수 생존요소가 고갈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지금은 다시 우리농업의 가치를 돌아보아야할 때다. 성급하게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농업기반을 외국에 다 내어줄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다가온 자원과 식량 전쟁의 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현명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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