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家 신뢰 높여야 위기 풀린다
國家 신뢰 높여야 위기 풀린다
  • 편집국장 직대 원춘식 kmaeil
  • 승인 2008.10.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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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心은 天心이다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공직자(公職者)는 국민의 공복(公僕)이다. 대통령은 군주요, 배요, 국민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는 옛말의 무서움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이 말은 본래 순자(荀子)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순자는 지금부터 2300년 전 사람이다. 그 순자가 옛적부터 내려오는 말에 이런 말이 있다면서 이 구절을 꺼낸 걸 보면 권력자와 국민을 배와 물의 관계로 파악한 정치관이 얼마나 아득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지 알만하다. 그러나 이 오래되고 간단한 정치 원리를 깨닫고 실천하지 못해 여러 왕조가 무너지고 수많은 황제가 들판으로 내쫓겼던 것이 역사다. 이 순간에도 세계의 어느 곳에선 똑같은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정치에 무지(無知)하고 또 정치를 경시(輕視)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무지와 경시는 이런 무서운 결과를 불러 오는 법이다.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하는 자리에서 대운하 사업 포기를 밝힌데 이어 비서실과 내각을 국민의 도덕적 눈높이에 맞춰 개편하는 시국 수습 단계를 밟아 나가겠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과연 둑을 넘어 범람해 법과 질서, 안정과 발전, 정치적 권력과 도덕적 권위를 휩쓸어가고 있는 민심의 홍수 속에서 자신과 대한민국을 건져내야 하는데, 한번 물길을 벗어나 둑을 넘으면 거칠고 난폭해지는게 물의 생리(生理)다. 국민도 물과 같다. 모든 정치인은 민심은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총체적 난국을 수습책이 실패하면 정권은 어찌 될 것인가를 짚어 보는 게 더 현실적일 듯하다. 그때 정권의 선택 중 하나는 국민 앞에 무조건 항복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항복한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민주적 냄새도 난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애용(愛用)할만하다. 그러나 국민은 때로 현명하고 드물게 위대(偉大)해지기까지 하지만 늘 그런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국민의 대표를 뽑아 그 대표에게 나랏일을 맡기는 대의정치(代議政治)가 발명된 것이다.지금 좌파들은 민심의 장벽을 들추고 기어들어 교육개혁, 공기업 민영화, 공영방송 체질 개선, 노동조합 건전화, 한미 FTA의 철회와 포기까지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무조건 전면 항복하는 순간 정권에 미련과 연민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마저 등을 돌려 버릴게 분명하다.이 정권은 거기서 숨을 거둘 것이다. 또 하나의 선택은 법과 질서의 명분 아래 성난 국민과 정면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그러나 법과 질서는 국민을 강제하는 물리력만으론 유지될 수 없다. 적정(適正)한 도덕적 권위가 권력을 받쳐주지 않으면 안된다. 도덕적 권위가 바닥난 상황에선 구민과의 정면 대결은 시위의 상시화(常侍化)를 불러와 정권을 청와대 담장 안으로 숨어들어 전경들의 보호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신세로 만들고 만다.정권의 이런 난처한 처지 때문에 대통령이 돌 맞는 거리의 전경들과 한자리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야 대통령과 정권과 법치가 되살아난다는 투기적(投機的) 정치 묘방(妙方)까지 나온다. 그러나 묘방은 없다. 이게 현실이다. 대통령에게 트인 길은 오직 정도(正道) 밖에 없다. 대통령 재산은 국민의 지지다. 국민 지지는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신뢰에서 자란다. 그게 바닥난 가난한 대통령이 된 것이다. 투기는 가난한 사람의 재(財)테크로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단칸 셋방마저 날릴 수 있다. 근검과 절약이란 미덕으로 한 푼 두 푼 푼돈을 쌓아 목돈을 만들어 가야 한다. 목돈을 쥐게 되면 언젠가 그걸 굴려 옛 손실을 복구할 기회가 한번은 오게 돼 있는게 세상 이치다.정치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지금부터 정직과 포용과 겸손과 인내의 세월을 살아야 한다. 허영과 오만과 독선은 다 버리고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원칙 몇 개만을 가지고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가까이 가야한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원리는 나와 남, 동지와 상대방 모두 다 차별이 없이 비추는 평등한 진리라는 믿음을 가슴에 간직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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