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廉하면 살고 부패하면 죽는다
淸廉하면 살고 부패하면 죽는다
  • 원춘식 편집국장 직대 kmaeil
  • 승인 2008.11.2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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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公職者)와 사회지도층 비리를 적발하기 위한 정부 합동수사팀이 11월 대검찰청에 설치됐다. 공직자와 기업인의 뇌물죄에 대해선 징역형외에 벌금을 뇌물액의 최대 5백까지 함께 물릴 수 있도록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을 개정 하겠다 고도 한다. KTF 사장이 기기묘묘한 방법으로 납품업자로부터 24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사건이 온 국민의 화제가 되고 있다. 부인·처남·누이 등 전 가족이 등장하는 가족범죄형 뇌물사건이다. 부인은 뇌물로 받은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일을 맡고 처남들은 납품업체를 찾아가 손을 벌리고 누이는 납품업체에서 생활비를 받아썼다. 점잖은 체하던 사회 상층부가 다 그렇게 비슷하게 썩어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국세청장이 직무실에서 부하직원에게 상납을 받으면서 직원 조회 때마다 청렴을 강조했다는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건들이 쌓여 법제연구원 조사에서 국민 34.3%가 법대로 살면 손해 본다고 답하게 만드는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9월23일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대한민국은 1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 40위를 했다. OECD 회원국 평균이 7.11점이다. 20위권 국가에 유럽 13개국과 뉴질랜드, 싱가포르, 호주, 캐나다, 홍콩, 미국, 일본이 포함됐다. CPI 지수는 외국 기업인과 전문가들에게 물어본 해당 국가의 부패수준이다. KTF 사장이나 부하한테 뇌물을 받는 국세청장과 만나 상담을 벌이거나 교섭을 해왔다고 생각하면 우리 CPI 지수가 그런 수준인 게 당연할 수 밖에 없다. CPI 지수는 그 나라 국가브랜드와 대외 신인도(信認度)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자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검찰이 진행해 온 공기업 비리 수사결과를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한국토지공사 전 이사는 아파트 인허가 편의를 봐주고 받은 2100만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과 양복 티켓을 침대 밑에 감춰뒀다가 들통 났고, 한국중부발전의 한 간부는 공사 주수 대가로 받은 2000만원을 화장실 천장에 숨겼다가 들켰다. 토지공사 전직 사장과 군인공제회 전 이사장은 그 아들들까지 아버지를 팔아 관련 업체로부터 각각 4500만원과 16억을 받았다. 이런 공기업을 국민 혈세로 떠받치고 있으니 세금고(苦)에 시달리는 납세자들이 분통 터질 일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무려 660여 명의 공기업 임직원을 적발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지만 그걸로 그쳐선 안된다.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정치권과 관료사회, 공기업의 삼각 부패 고리부터 끊어 다시는 이런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신(神)이 내린 직장으로 불릴 정도로 보수와 대우 면에서 특혜를 받아온 공기업을 비리의 복마전으로 그냥 내버려둔다면 어떤 국민이 땀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세금을 내고 싶겠는가.전문성도 경영능력도 없는 사람을 코드가 맞는다는 이유로 공기업에 내려보내고, 그는 안착을 위해 노조와 야합하고, 감시 감독해야 할 정부 부처와 기관은 자신들의 민원 해결과 노후 대비책으로 이를 묵인하는 공생(共生) 구조가 요지부동인 한, 공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국리민복에 기여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검찰 수사와 형사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환부를 완전히 도려내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공기업 비리와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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