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상탁수 하부정
[덕암 칼럼] 상탁수 하부정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2.11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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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뜻이다. 대통령선거에서 임명장이 남발되자 보고 배울 게 없는지 지방선거에서 하마평부터 임명장이 나돌고 있다.

필자에게도 본인 동의없이 당원으로 단정 짓고 모바일 임명장이 도착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언론인으로서 특정 정당에 가입한 적도 없고 개인 신상정보를 사용해도 좋다고 전화번호를 준 적도 없었다.

선거법에 위배되는지 질의해 보면 임명까지는 문제없다고 한다. 단 임명해 놓고 선거운동을 시키면 그때부터 위법사항이라고 한다.

이러니 구멍 뚫린 선거법도 문제지만 대통령선거에서 남발하던 임명장이 그대로 답습되는 것이다.

임명장, 특정 단체나 조직에 대해 부서를 설정하고 해당 부서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게 통상적인 상식이다.

임명하는 자는 받는 자의 인적사항과 함께 해당 책임자로서 적합한지 심사숙고해야 할 일임에도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마구 남발하는 것이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취합해 봐도 이재명·윤석열 두 예비후보가 남발한 임명장이 300만장을 넘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로가 얼굴에 뱉은 침의 성분이나 양은 따질 것도 없이 차고 넘치며 가족들의 도덕적 가치도 도마위에서 난도질 당한지 오래다.

이젠 실망의 선을 넘어 포기 내지 마음을 비우는 무념상태로 가고 있다는 게 일반 유권자들의 여론이다.

대선에서 몇 차례 날아오던 임명장을 거부하니 이젠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보내오기 시작한다.

과거 자유당 시절 고무신과 막걸리로 선심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못살겠다 갈아보자던 구호가 70년이 지나도 정권교체 내지 정권 재창출이라는 구호로 변했을 뿐 국민들의 피폐한 삶을 개선해줄 정권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의 전말을 보면 앞으로의 전망도 보인다.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대통령선거로 온 국민이 양분되어 너도나도 임명장 대열에 줄을 선다.

이쯤되면 전체 유권자의 10%에 육박한 인원이 임명장을 출세의 보증서처럼 받아들고 줄을 서게 되는데 이를 두고 주는 자나 받는 자를 공범이라고 하는 것이다.

공동범죄로 치부되는 것은 실체가 없이 사회적 출세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내용의 임명장을 도구로 선거에 개입시키려는 임명권자의 행위가 문제이며 침묵조차 묵시적 동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주는 것이니 받아뒀다가 혹시라도 당선되면 주변에 으스댈 수 있는 보증서라도 되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단순히 헛 공명심 채우려는 얄팍한 영웅심에 부합시켜 당사자 한 표라도 잡으려는 위정자들의 공수표다.

특별한 자로 임명 받으려면 받을만한 노력도 해야하고 검증을 거쳐 희소가치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너도나도 다 받는 임명장이 무슨 효력이 있으며 이름뿐인 벼슬에 뭐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는 것일까.

문제는 이런 모순덩어리 장난이 먹힌다는 사실이다. 이미 경선에서 낙선한 자들이 뿌려놓은 임명장이 무용지물임을 보면서도 표심구걸에 동의하는 것은 양쪽 모두 패거리 정치에 한패가 되려는 모양새다.

대안을 찾아보자.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면 민망하고 쑥스러워서라도 같은 짓을 안 하게 된다. 그래서 침묵은 묵시적 동의라고 하는 것이다.

유권자면 유권자답게 중심을 잡고 소신껏 판단하는 투표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위정자들의 어설픈 동냥질이 안 먹히는 것이며 임명이라는 명칭의 희롱이 중단될 수 있는 것이다.

임명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조직을 꾸리기 위해 실질적인 인물을 임명하여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은 필요한 절차지만 현재 벌어진 임명남발은 이미 이성을 잃은 망아지처럼 대책없이 온 사방을 날 뛰는 형국이다.

도둑질은 하는 자도 잘못이지만 문단속을 제대로 안한 자도 일말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준다고 받았으면 둘 다 똑같은 사람이다.

필자가 보은인사가 조직을 망치고 조직이 제 기능을 못하면 종래에 대국민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고 수차례 어필한 바 있다.

여기서 보은인사란 선거때 도와주고 당선되면 특혜를 누리겠다는 암묵적 거래인데 그 보증수표가 임명장이라는 종이 조각으로 통용되는 것이다.

당선후 자신의 기여도를 내세우며 업자는 각종 이권에 개입하여 공사도 따고 관급자재도 납품하며, 단체는 사회단체 보조금을 타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각자 재주껏 해먹는 걸 뭐라 하자는 게 아니라 그렇게 새치기를 하면 정작 그 자리에 와야 할 인재가 오지 못하고 제품의 질이나 가격경쟁보다는 수의계약이나 타사 명의를 빌려가며 단물이 빠질때까지 짜고 치는 동안 소중한 혈세가 낭비되기 때문에 지적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고 인맥중심의 새치기가 통용되는 사회에 누가 열심히 일하고 각자의 본분을 다하려 할까.

어제 오늘 뉴스의 1면에는 이재명 예비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와 윤석열 예비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도덕성 논란이 양파 껍질 까듯 까도까도 알맹이가 남아있다.

이미 상대방 까기에 익숙해진 국민들은 이제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하다. 언제까지 이런 완장 채우기가 먹힐까.

멀쩡하던 사람도 임명장만 받아들면 변해버린다. 마치 한 자리 한 것 같은 착각, 준다고 받으면 쥐약이다.

물고기가 미끼를 삼키면 먹을 때만 맛있지 토해 낼 때는 목구멍이 찢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제 26일 남은 대통령 선거, 111일 남은 지방선거, 국민들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죽네사네 하는데 후보들은 정권쟁취를 위해 앞다투어 책임지지도 못할 공약을 내세운다.

어제는 야당 후보가 대 놓고 현 정부의 적폐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 어떤 전략일지 모르나 문 정부에 대해 불편해 하던 표를 얻으려는 계략으로 비춰진다.

다시 말해 표만 된다면 나라의 혼란이나 정당간의 대립은 별로 개의치 않겠다는 것과 같다. 그래 가보자. 누가 죽든 한쪽은 살아남을 것이고 어차피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는 지금처럼 굴러왔다.

자연사를 빼고 적어도 5년 안에 국민의 10%는 현대판 경신대기근의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측이 빗나가길 바랄 뿐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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