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못 채워진 단추였다. 한국은 한국인의 정서나 환경에 맞는 옷을 입어야 했고 입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했다. 표를 얻으려고 우리나라 실정에 아직 맞지도 않는 정책을 도입해서 복지와 인권과 근로자의 지위를 향상한다는 명목으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자기네 돈도 아니면서 선심 쓰는 정치인도 문제지만 좋다고 받아 먹은 유권자도 공범인 셈이다. 이제 그 민낯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니 어쩔 것인가. 어떤 환경이든 나아질 때는 좋겠지만 나빠질 때는 상황이 다르다.
근로기준법에 의한 최저임금이나 근무시간은 천차만별, 다른 직종에 따라 같을 수 없는 것일진대 병아리나 독수리나 참새까지 모두 닭장에 몰아넣고 모이를 주면 어쩌란 말인가.
나름 열심히만 노력하면 밥은 먹을 수 있었고 월세방 시작해도 조금씩 저축하면 단칸방이라도 살 수 있었다. 천정부지로 날뛰는 부동산이 그런 꿈마저 앗아갔고 영혼까지 끌어들여 구입한 부동산은 시세 차액으로 하루아침에 벼락 거지가 돼 버린지 오래다.
인건비가 상승하면 누가 채용을 할 것이며 어쩌다 채용해도 이러저러한 근로기준법과 까다로운 복지정책을 준수하느니 말 못하고 시키는대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더 나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대마저 불투명해졌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눈과 귀가 없고 입이 없을까. 보고들은 정보들을 주워 모아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바라는 경향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이제는 로봇이나 무인정산기가 유행할 시기가 왔다.
식당도 직원 대신 로봇이 설렁탕을 날라주고 음식 주문도 카드와 현금까지 모두 받는 판매기가 인력을 대신하고 일반 상가나 모텔도 무인 정산이 가능해졌다.
이대로라면 한국사회는 근로자와 소비자가 불균형을 이루며 구직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 자명하다. 잔업에 철야까지 해가며 그래도 두둑한 월급봉투에 싱글벙글 꿈과 희망을 키우던 시절이 있었다. 처음부터 검증이 필요했다.
노동시간도 최저임금도 노동단체의 집단화에 밀릴 게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정책을 한국 현실에 맞게 조절해가며 도입해야 하며 노동뿐만 아니라 언어, 문화, 체육, 경제는 물론 국방까지 모두 미국의 식민지나 다름없을 만큼 우리 것은 미천하고 형편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세상을 만들었고 그 장단에 춤을 춘 대가를 이제 서서히 치를 때가 오고 있는 것이다.
6월 16일 젊은 지인의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멀쩡히 일 잘 하는 제조업의 기능공이었는데 보수도 괜찮았고 나름 안정된 직장이라 자부심도 있었는데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찍 퇴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당연히 줄어든 수입을 채우기 위해 택배를 시작했고 본연의 기능을 두고 생소한 분야에서 일하다보니 적은 보수에 강도 높은 노동을 견디기 어려웠다.
출근을 준비하다 갑자기 아들의 이름을 부르더니 기력없이 쓰러졌고 응급실로 옮겼으나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병원 한번 갈 시간도 부족해 항상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고인 앞에 오열하는 유가족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었다.
그는 선반, 밀링, 프레스는 물론 컴퓨터로 용접하는 제조분야에서는 달인에 가까웠던 기능공이었다. 과로사로 사망했지만 해당 물류회사에서는 어찌하든 미봉책에 급급했다. 분노한 유가족은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망연자실하며 근로기준법을 성토했다.
멀쩡한 사람을 왜 이렇게 만들었냐는 것이며 각자가 알아서 벌어먹고 살 것인데 왜 정부가 개인의 생업현장까지 간섭하느냐는 것이다. 이제 정치인이 생색내고 유권자들이 공범이 된 한국사회의 병폐가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문어가 제 다리 잘라먹으면 제 탓이지만 제3자가 잘라주며 먹이는 행태는 근절되어야 한다. 얼마 전 최저임금이 오르면 3만 명 주유원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뉴스가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주유소에서 출발한 인건비 감축은 편의점과 커피숍은 물론 땀 흘려 일하기를 거부했던 한국인들에게 심각한 충격을 주고도 남음이 있다. 이에 보란 듯이 6월 2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2023년도 최저임금 동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정부정책을 성토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주유소에서만 3만 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인데 어디 주유소 뿐일까.
이들의 계산대로라면 전국 1만2,000여개의 주유소 가운데 상당수가 셀프주유소로 전환될 것이라며 사실상 벼랑끝 현주소를 제시했다. 이미 원자재값 폭등으로 모든 물가가 동시다발적으로 인상되고 있으며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절반 가량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고용을 줄이겠다고 대놓고 밝혔다.
같은 노동환경에선 추격하는 경쟁국 업체들을 따돌릴 수 없다. 각종 부자재 비용과 직원 식사비, 복지비용 등이 일제히 올라 물가상승은 근로자보다 회사에 더 큰 타격이다.
현재 숙련공 평균 나이가 60대~70대인 점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322만명이고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비율이 음식·숙박업종은 50%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통계가 일반 국민들의 현주소다. 당연히 버티다 안 되면 폐업할 것이고 지금까지 폐업하지 않은 업체는 살만해서가 아니라 죽지 못해 버텨 온 수치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원으로 인상될 경우 최대 16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노동계 요구대로 1만890원으로 18.9% 올릴 경우 일자리 감소 규모는 34만 개로 커질 전망이다.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5인 미만 사업체에서 최대 7만1,000개가, 숙박·음식점 업에서는 4만1,000개까지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지면 물가가 추가로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영세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더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이쯤되면 대안이 나와야 한다. 한국 실정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출발은 정치인이고 도착은 국민이다. 표를 구걸하려 국민을 게으르게 만들지 말고 국민은 준다고 복지라는 망국병을 덥석 받아먹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