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 원춘식 기자 wcs@
  • 승인 2009.07.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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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쓰는 상식(常識)이란 말은 두가지 뜻을 갖고 있다. 상식이 풍부하다고 했을 때와 상식이 통한다고 했을 때의 상식은 의미가 다르다. 전자가 이것저것 많이 아는 지식을 뜻한다면, 후자는 인간이 지녀야 할 건전한 판단력을 일컫는다. 그게 그거 같지만 엄연히 차이가 난다. 만물박사처럼 아는 것은 많지만 건전한 판단력 대신 편견과 독선에 가득찬 사람이 있다. 거꾸로 배운 것은 별로 없지만 삶에서 터득한 지혜가 풍부한 사람도 있다. 이처럼 상식은 교육의 정도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인간은 전자의 상식을 통해 후자의 상식을 기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게 바로 교육의 이념이기도 하다. 상식이란 무엇인가? 독일의 법철학자 게오르크 예리네크가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했지만 도덕은 다시 상식의 최소한이라 할 수 있다. 세상만사 모든 상식적인 것 가운데 그래도 인간이 지켜야 할 불문율, 그러나 지키지 않아도 처벌은 받지 않는 것이 도덕이다. 한 마디로 물 흐르듯 순리에 따르는 모든 것이 상식이다. 영국의 토머스 리드 같은 상식학파 철학자들은 이러한 상식의 보편성에서 진리의 최종 근거를 찾기도 했다. 팔방미인 이었던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상식을 인류의 수호신으로 칭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에서 상식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 푸대접을 넘어 아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된 느낌이다. 상식과 거리가 먼 일들이 너무도 자주, 그리고 태연스럽게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초강력 처방으로 좀 수그러든 느낌이지만 강남의 40평대 아파트 값이 100만달러를 넘고, 한달에 10만달러씩 치솟던 현상은 어떤 국제적 상식으로도 설명이 안된다. 미국에서 100만달러면 수영장이 딸린 거대한 저택을 구할 수 있는 돈이다. 또 이런 아파트의 세금이 시가 몇 백만원짜리 자동차 세금보다 싼 것도 상식과 거리가 멀다. 이것만이 아니다. 상식과 동떨어진 소식들은 거의 매일 들려왔다. 한 쌍의 결혼비용이 9천만원을 넘는다는 보도나, 학원 강사의 연봉이 30억원에 달한다는 소식도 그만큼 우리사회가 비상식적 이란 방증이다. 몰상식이 가장 횡행하는 곳은 아무래도 정치판이다. 국민이 죽겠다고 아우성 치든 말든 국회는 한때 격투기장은 저리가라였다. 아무리 대통령이 밉기로서니 시정잡배 운운하는 것은 몰상식의 극치다. 정치판의 몰상식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이처럼 몰상식이 판치는 세상에서 국민들은 희망을 가질 수 없다. 그러니까 홈 TV의 이민 소개 프로그램이 대박을 터뜨리고 기업들의 해외로 탈출 행렬이 줄을 있는 것 아닌가. 이는 한마디로 몰상식하게 대한 상식의 반란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란 별별 것 아니다. 법(法)과 원칙이 지켜지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며, 제 본분을 지켜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잘 살게 되는 아주 평범한 사회다. 누구나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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