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팔고 사는 것도 글로벌
[덕암칼럼] 팔고 사는 것도 글로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2.05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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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늘은 1964년 11월 30일 1억 달러 수출을 기념하기 위해 행사를 치른 이래 1989년 12월 5일 처음 정해진 ‘무역의 날’이다. 공휴일은 아니지만 국민경제에 끼치는 수출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관련 유공자들에게 표창하는 등 각종 심포지엄도 개최된다.

일반 국민들이야 무역이 먼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과거 동네 장사꾼들이 물건을 사고팔던 개념을 나라밖으로 확대하면 무역이 되는 것이다. 무역의 원조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신라 흥덕왕때 지금의 전남 완도에 청해진을 건설하고 서남해안의 해상권을 장악한 장보고 장군을 들 수 있다.

당시 신라인이 지금의 중국 해적들에게 노략질 당하는 걸 보고 바다의 보호를 왕에게 보고하고 군사 1만 명을 동원해 자국의 상권을 보호하던 일이 있었다. 이후 중국과 일본을 잇는 해상 무역로를 통해 물물거래가 시작되었는데 불행히도 해상무역까지는 좋았는데 권력을 향한 도전으로 왕을 살해하고 반역을 시도하다 살해당한 사건이었다.

역사적 사건은 여기까지 하고, 현재 한국의 무역실태를 국민이 알아야 할 이유가 있다. 국가의 수출·입 물량은 특정 기업과 연관된 것 같으나 그 여파는 국내경제에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 무역수지는 이달들어 138억 달러나 적자수준이다.

내년 수출은 4% 줄어든 6,624억 달러인데 비해 수입은 8% 줄어든 6,762달러로 예측되면서 적자 폭을 계산한 것이다. 주요 적자 국가로는 중국인데 이미 국내시장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다보니 피하지 못할 현실이다.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그 여파가 한국까지 끼치는 것이고 모든 제품의 생산에 필요한 중간 자재도 중국에 대한 수입기반의 폭이 넓었기 때문이다.

정밀 화학원료나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입단가가 등락폭을 거듭함에 따라 수출둔화의 현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인 것이다. 무역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일환으로 간략한 설명을 곁들여 본다. 일단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그 여파는 승용차나 화물차를 운전하는 운전자들이 주유소에서 직접 체감하게 된다.

달러나 엔화 환율이 올라가면 같은 물건을 주고 받는 화폐의 가치가 줄어들어 손해를 보는 것이다. 무역의 기본은 좋은 물건을 싼값에 수입하고 우리 물건을 보다 비싼 값으로 수출하면 되는 것인데 요즘같은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는 것이다. 이미 경제전쟁은 국경을 초월하여 자국의 이익중심으로 가고 있으므로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팔려고 할 때 관세를 물리니 그만큼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므로 한미 FTA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야 하는 것이며 그래서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뿐인가, 요즘은 환경단체의 까다로운 조건이 추가됨으로써 탄소 배출량이나 환경보호, 위생 등 별별 조건을 다 추가하니 과거처럼 보따리 장사하듯 쉬운 시절은 지났다. 어떤 물건을 얼마나 팔고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남는 이득이 많아야 하며 자국의 이익과 맞물리는 제품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언제부턴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된 시절이 있었다. 물론 유야무야 넘어가면서 지금은 적체되었던 불매물량이 다시 복구되었지만 그만큼 무역과 여론은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모두 자연스런 질서가 있다.

가령 동네 재래시장에서 허접한 농산물을 비싸게 팔고 가까운 마트에서 좋은 물건을 싸게 판다면 소비자의 선택은 어디로 갈까. 당연히 후자다. 좀 더 나아가 국내 물건이 소비자의 구매조건에 부합되지 못하고 해외직구가 싸고 좋다면 이 또한 당연한 것이다.

필자가 대형 웨딩뷔페와 대학교 식당을 운영하면서 체험한 바로는 언제부턴가 조리사의 기술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일부에 국한되겠지만 높은 임금에 수틀리면 도마에 칼 꽂고 행패를 부리면 식당 주인이 설설 기던 현상이 이제 식자재 마트에서 완제품에 가까운 온갖 요리를 구매할 수 있으니 설자리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뿐인가, 농산물은 중국산, 해물은 동남아시아, 공산품은 러시아나 칠레 등 듣도 보도 못한 국가에서 검역을 통과하니 고스란히 한국인의 밥상에 올라 주인행세를 한다. 수입가격 대비 반값도 안 되는 가격을 국내 농어민들이 어찌 따라갈까. 그러다 제조 기반이 붕괴되면 그 다음 서서히 상승해도 방법이 없는 것이다.

훗날 공깃밥 한 그릇 1만원에도 못 사먹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비단 1차 산업 외에 2·3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내수시장을 석권하여 수입물량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려면 단가를 낮추고 재질을 높이는 항구적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 무역도 중요하겠지만 외국의 소비자들이 한국의 제품을 필요로 할 수 있도록 우리만의 특성을 살리는 것, 일반 국민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의 범위다.

자동차, 조선이 아무리 노력해도 반도체가 추락하니 적자폭이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의 제조국가 명칭을 보면 알 수 있다. 원료부터 제조와 유통, 소비까지 Made in Korea가 얼마나 되는지, 국위선양이라는 건 우리 스스로가 우리 것을 귀히 여기는 신토불이의 정신이 살아 있을 때 가능함을 알아야 한다.

언제부터 구멍 난 청바지와 명품 아니면 입고 다니지 못할 만큼 외국의 유명브랜드에 목을 매고 살았던가. 허영심과 쓸데없는 유행에 젖어 외화를 낭비하는 사례는 줄여야 한다. 물론 좋은 건 구매하여 누릴 수 있고 우리 것도 내놓을만한 건 수출하는 기획도 마련해야 한다.

독자들은 아시는가, 흑산도 홍어, 도자기, 산삼, 온갖 귀한 것들이 일본이나 큰손들의 기호에 맞춰 수출되고 과거에도 고려인삼이 중국의 비단과 맞바꾸던 시절이 있었음을, 이제 세월이 흘러 새마을운동도 수출되고 의료시스템이나 태권도 권법도 수출하는 시대가 됐다. 필자는 언젠가 한글을 수출하여 세계 만국공통어가 되어 글을 중심으로 모든 문화, 예술이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종주국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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