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돌고 도는 역사의 수레바퀴
[덕암칼럼] 돌고 도는 역사의 수레바퀴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2.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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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조선왕조 5백 년을 돌아보면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서기 1392년부터 1398년까지 조선시대 초대 왕을 지낸 태조 이성계부터 제25대 왕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편년체로 기록한 역사서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당시 백성들의 모습을 알 수 있다.

472년을 25로 나누면 1대에 평균 19년도 안 되는 재임 기간이다. 한 번씩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양당 정권의 치열한 당파싸움이 있었는데 그 모든 과정이 실록에 적혀 있다. 1,893권 888책. 필사본·인본, 정족산본과 태백산본 등이 일괄적으로 1973년 국보로 지정된 이래 1997년에는 훈민정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바 있다.

역사를 기록한 사람을 사초라 하고 사초는 임금의 모든 내용을 있는 그대로 적었으니 권력도 눈치 보던 사람이 사초, 즉 지금의 언론이었다. 그런 연유로 사초에게 곡필을 요구하던 연산군이 폭군으로 기록되고 말을 안 해도 될 때 하는 것은 죄가 작으나 해야 할 때 안 하는 것은 참으로 그 죄가 크다고 정조가 어록을 남겼다.

어진 성군 정조는 백성들의 태평성대를 꿈꾸었고 직필은 사람의 박해를 받지만, 곡필은 하늘의 천벌을 받는다하여 지금의 언론에도 그 중요성을 남긴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벌어지는 모든 일을 언론은 어떻게 기록하며 대통령기록물은 어떤 형태로 남겨야 할까. 돌이켜보건대 조선왕조실록을 일제강점기에는 이조실록이라 했다.

이씨 가문의 가정사로 치부한 것인데 일본인들의 지시를 받으며 편찬되었기 때문에 사실 왜곡 등이 심하여 실록의 가치가 저평가 되는 내용이다. 그만큼 사실 그대로를 적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실로 방대한 양의 기록이 전란과 외침은 물론 내란에도 불구하고 수 백년 동안 보존되어 온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한 나라의 모든 운영, 일반 국민들의 생활과 풍습 등 온갖 일들을 적어온 것이 지금 와서야 사학적 가치, 한민족의 발자취를 돌아 볼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왕권이라도 사초 열람은 불가능하고 그 내용을 누설할 경우 중형에 처했으며 그러한 덕분에 사초는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사실 그대로 직필할 수 있었다.

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 춘추관과 충주·성주 사고의 실록은 모두 불타 없어졌으나 전주사고의 실록만은 안의와 손홍록이 사재를 털어 전북 정읍의 내장산으로 옮겨놓음으로써 후세에 전해지게 된 것이다. 그 후에도 실록의 보존과정은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어렵사리 유지되어 왔다.

실록은 조선시대의 정치·외교·군사·제도·법률·경제·산업·교통·통신·사회·풍속·천문·지리·음양·과학·의약·문학·음악·미술·공예·학문·사상·윤리·도덕·종교 등 각 방면의 역사적 사실을 망라하고 있어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귀중한 역사 기록물이다. 실록 얘기는 이쯤하고 그 당파싸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과연 해방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는 어떤 사초가 있는 그대로를 기록할까. 박정희 前 대통령은 빈국을 부국으로 발전시켰음에도 공보다는 과를 확대하여 친일로 몰고, 그 후에도 군사정권은 자신들의 치적만 기록하다 민주화운동에 밀리자 옥고를 치렀다. 6년전 오늘인 2016년 12월 9일 오후 4시 10분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같은 날 오후 7시 3분 헌법상 대통령 권한 행사가 정지되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날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7시간의 행방으로 출발한 촛불시위는 전국에서 많은 국민들이 동참했고 표심의 눈치를 보던 충신들은 하루아침에 등을 돌렸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234명이 찬성했고 56명이 반대했으며 기권 2명에 7표가 무효 처리됐다. 투표를 불참한 1인은 당시 새누리당의 최경환 의원 뿐이었다.

최태민 일가 관련 비선 실세라는 설과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 논란, 이화여대 사태, 최순실 사태로 시작해 국민 재산권 보장, 시장경제질서 및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과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대응 실패로 헌법 제10조인 ‘생명권 보장'을 위반했다는 것이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적시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10일 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파면시키기로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결정하였다. 단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명백한 생명권 보호 침해를 규정할 증거가 없다고 탄핵 사유에서 배제했다. 이번에는 이태원 참사사건이 발생하자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광화문에 촛불을 켰다.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면 성수대교 32명, 삼풍백화점 502명, 대구지하철 화재 192명 등 대형사고가 빈발했던 김영삼 前 대통령이나 노무현 당선자는 열 두 번도 더 탄핵당해야 맞는 것이다. 권한을 준 만큼 책임이 있다면 당연히 짚고 가야할 일이지만 국가의 직무유기가 직접적 원인 제공이 되었는지 파악도 하기 전에 촛불만 켜든다고 다 탄핵될 수는 없는 것이다.

언제부터 국민들이 대통령을 닭이나 멧돼지로 묘사하며 국민의 대표를 폄하했던가. 마치 자식이 부모를 욕하며 다니는 것과 같이 누워서 침 뱉기다. 필자는 특정 정당을 옹호하거나 비하 하자는 게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불특정 다수의 군중집회나 촛불이 훗날 역사에 어떤 식으로 기록될까.

필자가 수 십 년간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스포츠, 복지, 역사에 대해 덕암 칼럼을 기록하면서 한 나라의 단면을 적는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아니하고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한 시대의 단면을 알리고자 함이다. 감히 사초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졸필이라도 사실 그대로를 적음으로써 혹여 현 시대의 오류를 후대들은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세월호 추모공원을 재검토하자는 시민단체 대표를 맡아 권력층으로부터 온갖 민·형사 고소를 당하는 등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제는 면역이 되어 소송의 달인이 되어 가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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