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은 명예를 먹고 산다
법관은 명예를 먹고 산다
  • 원춘식 기자 wcs@
  • 승인 2009.07.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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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헌법은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요즘에는 전관예우(前官禮遇)라는 말이 무슨 유행처럼 나라를 뒤 덮고 있다. 현직에 있다가 갓 개업한 변호사, 이른바 전관들에게 형사 사건이 편중되게 몰려 왔던 현상을 두고 그 이면에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전관들이 수임한 사건과 관련하여 편의를 봐주는 관행이 있으리라고들 생각하고 있다. 과연 법원에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전관예우라는 현상이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몇년전 개업한 법원장 출신의 변호사가 사무실 유지조차 제대로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최근 몇 년 사이 퇴직한 부장판사들 중 상당수가 곧바로 로펌에 들어가 봉급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들은 전관예우라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는가? 또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바로 개업한 변호사들 중에도 많은 형사사건을 수임하고 있는 변호사들이 상당수 있는데 그들이 전관예우를 받지 못함에도 어떻게 그러할 수 잇는가? 종래에 현직에 있다가 갓 개업한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을 독점하는 현상은 그들이 법원으로부터 이른바 전관예우를 받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 아니다. 우선 전관예우라는 신화(神話)를 내세워 사건과 변호사를 연결시키고 중간에서 수임료 중 상당부분을 챙기는 사건브로커들이 있다. 여기에 전관예우라는 신화에 기대어 어떻게든 사건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당사자들의 그릇된 사고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브로커에게 외근 사무장이라는 직책을 주어 조직적으로 사건을 끌어모으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또는 브로커를 통하여 당사자들에게 은연중에라도 전관예우라는 현상이 있음을 내세워 고액의 수임료를 거두어 왔다는 점에서 그들 또한 사법불신을 초래한 주된 책임자중의 하나로서 엄중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최근 지난번 대전사태를 참고하자 법관들 사이에서는 법원 자체적으로라도 신고센터를 설치하여 재판과 관련하여 로비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 사례에 대하여 신고를 받아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하여 의혹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형사재판과 관련하여 불구속재판원칙을 확립하고 국선변호인 제도로 폭넓게 활용하는 한편, 제도적으로도 미국과 같이 영장 발부와 동시에 보석결정을 하도록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어 가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라고 하여 법관에게 고도의 도덕적 의무를 지우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같은 점에서 과거 사건처리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잘못된 처신을 해온 점에 대하여 비난하는 여론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로비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비난 앞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재판에 있어서 공정이라 함은 재판관에게 요구되는 단순한 덕목이 아니라 재판의 본질적인 요체이다. 상대방 당사자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고, 상급심 법원에서는 그 재판관의 판단에서 오류를 찾아내기 위하여 기록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데 어떻게 한쪽을 편드는 재판이 가능 하겠는가? 법관들이 변호사들의 로비에 따라 판단이 흔들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판사들로서는 상상조차 못하는 일이 일반서민들에게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일반 시민들의 인식과의 사이에 놓인 이 엄청난 괴리를 어떻게 메워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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