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소한다워서 다행이다
[덕암칼럼] 소한다워서 다행이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1.0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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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24절기 중 23번째인 ‘소한’이다. 명칭으로는 대한이 가장 추워야 맞지만 한국은 소한이 가장 춥다. 오죽하면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속담이 있을까. 오늘을 기점으로 겨울이 정점을 찍으면 점차 봄을 향할 텐데 체감온도는 기상청 발표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옷깃을 여미지만 파고드는 칼바람은 종종걸음을 재촉하고 꽁꽁 얼어붙은 하천이나 그늘진 곳곳에 쌓은 눈이 아직은 겨울을 실감케 한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겨울이 따뜻하면 문제는 심각하다. 최근 유럽의 기후변화를 보면 전세계 기온 상승률은 2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199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마다 0.5도씩 올라 고산지대의 빙하는 30m씩 줄었다. 이와 관련 홍수, 폭풍우 등으로 인한 재난손실액은 200조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7년은 약 38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그 원인은 폭염으로 인한 산불 발생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니 유럽은 탄소 중립국 즉, 배출한 탄소 대비 각종 분야에 반대 급부를 마련하여 탄소분기점을 마련하고 있다. 기후변화, 많은 국민들은 물론 전세계가 공감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장 굴뚝은 연기가 자욱하고 자동차는 매연을 뿜으며 도로를 달리고 있다.

마냥 먼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하던 기후변화가 점차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한반도 상공을 서서히 덮고 있는 가운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선지자들의 절실한 노력이 수면위로 급부상 하고 있다. 조금만 설명을 들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기후변화, 누구든 자유롭지 못한 탄소배출은 이제 자연과 후손에 대한 미안함을 넘어 책임감을 가져야 할 시점이 다가온다.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당장 자연재해로 나타나는 기후변화는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빙하가 녹고 자연재해로 인한 홍수가 탄소배출과는 무관한 제3국을 덮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리적으로 빙하의 해빙에 따른 물폭탄 세례를 받은 셈인데 정작 피해국가에서는 탄소 배출량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금씩 벗겨지는 기후변화의 예고 편, 파키스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대안은 없을까. 있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파키스탄의 파괴적인 홍수는 기후 변화의 위협에 대한 신호탄에 불과했다. 그 대상은 전세계 어떤 나라든 상관없이 모든 국가를 황폐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남발하고 있다.

피해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탄소 배출과는 무관한 진흙집에서 살고 있는데 막상 피해를 호소할 곳은 전무한 실정이다. 배출한 나라는 중국, 미국, 인도 등 외국이니 국제기구가 생길 만도 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온난화는 아니다. 산업 혁명 이후에 인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현대 문명을 일구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 메탄, 염화불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대기로 방출했다.

이산화탄소는 주로 화석에너지 사용과 같은 에너지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고, 메탄은 소나 양 등 가축의 배설물과 벼농사와 같은 농업 활동, 쓰레기 매립장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자동차 생산과 육식 위주의 식단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하와이와 호주 사이의 태평양에 있는 투발루는 해발 고도가 약 2m에 불과하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마다 바닷물이 약 0.5cm씩 차오르고 있다.

투발루 국민 1만 2,000여명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으며 생활의 터전을 잃고 이웃 나라인 호주나 뉴질랜드 등으로 이민을 떠난 기후 난민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현재 해수면 상승 속도로 봤을 때 투발루가 2050년쯤 수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해변이나 항구 또한 남의 일이 아니다. 투발로만 해수면이 올라가고 한국은 올라가지 않을까.

탄소를 배출한 양 만큼이나 책임도 따르는데 이는 당연하다. 다행히 한국은 아직 개도국도 선진국도 아닌 중간 그룹에 속해 보상 문제에서는 한발 비켜서 있었는데 지난해 유엔 무역개발회의에서 우리 요구로 한국의 지위가 선진국으로 올라서면서 보상 책임국가에 서게 될 예정이다.

다행히 국내 기업이 페루에 속해 있는 아마존 숲을 매입하여 열대우림 보존과 탄소배출권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 십 만년 동안 형성된 아마존 숲은 지구 전체 산소의 20%를 공급하고 연간 14억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면서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며 지구온난화를 늦추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아마존 열대우림은 1분마다 평균 1만㎡ 즉 축구장 크기보다 큰 면적이 사라지고 있다. 누구라도 이 숲의 소유권을 취득하여 더 이상 훼손을 방지하는 실천이 절실한 시점이다. 뿐만 아니라 바다의 정화작용을 하던 잘피숲을 복원해 탄소배출을 큰 폭으로 줄이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하천과 강 그리고 바다가 오염되기 이전 전세계 바다 연안엔 수없이 넓은 잘피숲이 만들어져 바닷고기들의 산란장과 안식처 역할을 했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했다. 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환경 파괴로 하천과 강이 오염되고 오염된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면서 연근해 바다에 숲을 이루고 살아가던 잘피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특정 기업이 출발했지만 국민들과 기업, 기관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현재 부족한 탄소배출권을 중립으로 세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전망이다. 그동안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한없이 베풀고 감싸주고 품어주었다. 그런 자연에게 우리 인간들은 해서는 안 될 짓을 광범위하게 저질러 왔다. 소한이 소한다워서 참 다행이다.

혹시라도 기후변화로 인해 봄날처럼 따스하다면, 이듬해 병충해가 난무할 것이고 인류가 제 아무리 대단한 문명의 기적을 달성했더라도 더운 겨울을 차갑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무릇 어떤 것이든 있을 때는 모른다. 대자연의 품안에서 춥네 덥네 하는 것은 다 자연 그대로의 섭리가 있을진대 이를 무시하고 역행한다면, 그래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적어도 후손들에게 온갖 원망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그랬다. 지구는 현세대가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고. 빌려 쓰는 사람의 매너는 당초의 모습 그대로 돌려주어야 맞는 것이지, 다음이야 어찌됐건 마구 짓이기고 파헤쳐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 막상 일이 커지니 부랴부랴 탄소배출권이 어쩌고 하며 난리법석을 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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