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바이展’ 전시 작품들 기습 강제 철거 후,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굿 바이展’ 전시 작품들 기습 강제 철거 후,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 이익돈 기자 mickeylee@naver.com
  • 승인 2023.01.11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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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부터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려던 전시회 작품들이 동의도 없이 기습 철거당해
- ‘굿바이展’ 참여 작가들과 공동 주관한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 끝에, 작품 돌려받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려 했던 전시회, ‘굿바이전 in 서울展’ 전시 포스터(사진=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려 했던 전시회, ‘굿바이전 in 서울展’ 전시 포스터(사진=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

[경인매일=이익돈기자]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 전시공간에서 서울민예총과 굿바이전조직위원이 현직 국회의원 12명과 함께 기획중이던 ‘굿바이전 in 서울展’이 국회사무처의 전시작품 기습 철거로 무산되자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전시준비를 마친 작품들이 심야에 기습 철거된 지 이틀만에 작품들을 돌려받았지만. 대통령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비판하고 견제해왔던 예술가들의 사회참여, 날카로운 비평과 위트로 정부 여당의 실정과 부조리를 고발하려는 예술작품 전시회가 국회 사무처의 횡포로 무산되고 길거리로 쫓겨난 셈이다.

전시회에서는 탈법, 위법, 불법, 주술 의혹과, 부정 부패 부조리의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정권과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하는 수구 언론을 풍자하는 예술(미술)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특히, 이태원 참사 두 달이 넘도록 진정한 책임도 제대로 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살아있는 권력에 유착해 쓰레기 기사를 뿌려 대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레거시 미디어, 일부 수구언론을 겨냥한다고 했다.

‘굿바이展’은 미술 작가들이 기자정신을 왜곡, 진실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방송, 신문, 인터넷언론 등 소위 ‘기레기’를 풍자하며 시작되었다. 광주(2022년 6월 1일부터 보름간 18명의 작가들이 참여)와 제주(2022년 8월 25일부터 한 달간 30명 참여)에서 ‘언론개혁을 위한 예술가들의 행동’이란 캐치 프레이즈를 걸고 ‘굳바이展 in 제주’ 전시회를 가진 바가 있다.

굳바이展 광주, 굳바이展 제주에 이어 서울에서 열리려던 이번 ‘굿바이전’ 전시에는 30명 작가의 작품 약 50점이 소개될 예정이었는데, 참여 작가는 고경일, 김동범, 김서경, 김성심, 김운성, 김종도, 노호룡, 문태연, 민정진, 박재동, 박찬우, 아트만두, 양동규, 양미경, 오종선, 유준, 이구영, 이수진, 이정헌, 이하, 이화섭, 전종원, 정민주, 정삼선, 정세학, 정용성, 조아진, 주홍, 최인수, Leodav, Ymisong이다.

전시기획서에서 전시회 개최 취지를 “10.29 이태원참사’가 발생한지 두 달이 넘어간다. 책임전가와 진실은폐의 신간이 계속될 뿐, 아무도 책임진 사람도,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권에서는 ‘아니다’와 ‘기억이 안 난다’로 강고한 벽을 쳐버렸다.”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해서는 자기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 유체이탈 화법으로 답변을 내어놓고 있다”고 윤정권과 여당의 잘못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려 했다 무산된 ‘굿바이전 in 서울展’ 전시 작품 중 하나(사진=굿바이전시조직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려 했다 무산된 ‘굿바이전 in 서울展’ 전시 작품 중 하나(사진=굿바이전시조직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등은 9일 오전 10시 40분경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는 어느 곳보다 표현의 자유를 한껏 보장해야 마땅하다. 국회의 본질적인 역할을 망각한 채 예술인을 억압한 국회 사무처의 야만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 사무처는 풍자로 권력을 비판하겠다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시민들에게 미처 공개되지 못한 채 국회 구석 어딘 가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전시회주최 측은 “전시 작품 철거는 서울민족예술인총연합과 굿바이전조직위원회와 협의되지 않았으며 행사를 공동 주최한 국회의원 12명도 철거에 동의한 바가 없다. 국회 사무처의 알량한 권한으로 무단으로(철거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 역사에서 한 번도 겪지 못한 처참한 사건 앞에 섰다”, “국회의원 12명이 공동주관한 전시회가 무참히 짓밟혔다”고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발표했고, “국회조차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 전시회를 원상 복구하라”고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번 전시회는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김승원, 김영배, 김용민, 양이원영, 유정주, 이수진, 장경태, 최강욱, 황운하의원과 무소속 민형배, 윤미향 의원 등 12명이 공동으로 주관했었다.

이번에 개최하려던 전시회는 국회 측에 허가를 받은 상태였으나 국회 사무처에서 막판에 입장을 바꾸어 전시를 불허했다고 한다. 국회 사무처가 보낸 공문에서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내규’ 제6조 제5호를 위반한 작품을 전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전시회가 위반했다는 취지로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항은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회의실 또는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사무처는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취소할 수 있다’는 내규를 들어 작품 철거를 강행했지만 주최 측은 “협의된 바 없다”며 항의 기자회견과 국회사무처 항의 방문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철거공문이 전달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에는 ‘일부 작품이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취지의 사유가 적혀 있었고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국회 측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부당함을 토로했다. “국회사무처는 공동주관한 의원실에 8일(일요일) 저녁 7시부터 공문을 보냈고 밤 11시까지 공문이 왔으나, 휴일 늦은 시간이라 소통이 어려워 다음 날인 9일(월요일)에 답을 드리겠다 했지만 철거는 새벽에 이루어졌다”고 민형배 의원은 밝혔다.

전시 참여 예정이었던 작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는 “결국 새벽에 기습을 당하고 말았다. 전시에 참가하는 작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감독님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장으로 나가보니 이미 새벽 2시에 사무처에서 작품을 무단으로 철거했으며 작품들은 사무처에서 따로 보관 중이라고 알려왔다”며“ “공동 주관한 열두명의 의원들과 합의도 없이 공문을 보냈다는 명분으로 철거 만행을 저질러버린 사태”라고 비판했다.

국회로부터 전시 허가를 받고 국회의원회관에 작품 전시 준비를 마친 작품들이 일요일 밤 심야에 기습 철거된 지 이틀만에 뺏겼던 작품들을 돌려받았지만, 예술작품 전시회가 일방적으로 개최 전 날 취소되고 전시회 개최 당일 작품이 철거되면서 예술가들과 작품들이 길거리로 쫓겨났다.

작품은 이틀만에 돌려받았지만 향후 촛불집회 등의 길거리 전시 장소나 다른 적절한 전시 공간에서의 전시 개최 여부 등 ‘굿바이전 in 서울展’에 관심과 여러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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