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의 기자수첩] 춤꾼을 기다리며
[박미경의 기자수첩] 춤꾼을 기다리며
  • 박미경 기자 miorange55@naver.com
  • 승인 2023.02.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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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기자
▲박미경 기자

나는 춤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친구들과 노래방이나 나이트 등에 어쩌다 가면 흥에 맞추어 장단을 맞추긴 하지만 춤을 잘 춘다라거나 좋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춤에서 감동을 느껴본 적도 거의 없었다. 고등학교 때 호두까기인형을 국립극장에서 볼 때에도 내용을 모르고 보니 그냥 무희들의 움직임과 음악. 그리고 전체적인 무대 미술에 반응할 뿐이었다.

딱 한 번 지금은 돌아가신 공옥진 선생의 동물춤을 한양대 강당에서 본 적이 있었다. 자신의 몸을 던져서 아름다움이 아닌 추함을 향한 그녀의 몸짓은 저 깊은 곳에서 부터 깊은 울림으로 올라왔다. 얼마에 팔려왔다는 그녀의 연극적인 사설이 있기 전부터 감동은 시작되었다.

최근에 만나게 된 지인들 중에 춤추며 살고 싶다는 한 시인을 본 적이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꼿꼿하고 우아한 몸짓이 한 마리 우아한 백조를 연상시켰다. 대학 다닐 때 한 언니가 자신이 특기를 ‘춤’이라고 적으면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보아서 불편하다는 생각도 난다.

춤도 일종의 재능이다. 무용을 전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므면 어려서부터 춤을 잘 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이상하게 춤에 끌렸다 한다. 그리고 혼자서건 여럿이 모인 곳에서건 저절로 들썩이며 춤을 추고 싶었다고 한다. 글 잘쓰는 사람,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의 재능과 마찬가지다.

이성재가 출연했던 2004년에 개봉한 「바람의 전설」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백수로 살아가는 동네 백수인 풍식은 우여히 만나게 된 고교 동생 만수에게 춤을 배우며 춤의 매력에 빠져든다. 신세계가 펼쳐진 셈이아. 춤을 추는 순간 자신에게 완전히 맞는 세계라는 걸 알아버린 것이다.

이후 풍식은 ‘자이브의 대가’인 박노인을 만나서 춤의 기본부터 배우게 된다. 그리고 노숙자에게서 왈츠를 농부에게서 품바를 노가다꾼에게서 파소도블레를 배우게 된다. 예술의 경지까지 승화된 춤 솜씨를 습득했지만 그가 활동한 무대는 카바레 밖에 없었다.

카바레에 진출한 풍식은 그야말로 돈도 벌고 재능도 펼치는 황금기를 맞게 된다. 시쳇말로 제비가 된 셈이었다. 쉽게 버는 ‘돈맛’을 알아버린 그에게 이번에는 진짜 고수가 나타나게 된다. 제비 풍식이 사랑에 빠져버린 그녀는 그 바닥의 고수였다. 코미디이긴 하지만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다. 풍식은 실력을 갖추고도 왜 예술가로 인정받지 못했을까?

어떤 예술가가 무용 예술을 유흥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 불편하다고 했다. 심지어 대형사고가 있으면 무용가에게 생계인 공연이 중단되기까지 한다. ‘춤’을 어디까지 유흥으로 볼 건지 한 번 생각해볼 대목이다.

제대로 춤 공연을 찾아보지 않는 필자탓도 있지만 공옥진 같이 소외되고 천시되던 사람들을 위로하며 치유하는 춤 공연은 거의 없는 듯 한다.  다시 한 번 우리를 울리는 춤꾼을 한 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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