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지금의 천국, 누군가에게는 지옥이다
[덕암칼럼] 지금의 천국, 누군가에게는 지옥이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4.04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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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 2월 28일 대구에서 성매매로 A씨가 구속된데 이어 공범 B씨와 C씨가 추가로 구속됐다. 40대 여성이 옛 직장 동료를 정신적으로 통제·지배하며 수 천회 성매매를 시킨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범행에 가담했던 공범 2명이 뒤늦게 구속된 것이다.

대구지방검찰청은 범행을 주도한 41세 A씨를 구속기소 했고 A씨의 남편 B씨와 피해자의 남편 C씨를 구속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피해자의 남편이 왜 구속됐을까 의구심이 든다. 애초에 말이 남편이지 역할 분담을 한 공범이었다는 점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A씨가 자신의 옛 직장동료인 피해자에게 금전 관리를 도와주겠다며 함께 살자고 꾀어낸 뒤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지배해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3년 동안 2,500회 성매매를 강요하고 피해자가 성매매로 번 돈 5억 원을 가로챈 것이다.

범행은 주로 A씨의 주도로 이뤄졌지만 A씨의 남편인 B씨도 피해자를 괴롭히는 데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인 C씨는 A씨 부부의 지시로 피해자와 결혼해 피해자를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

이번에 구속된 B씨와 C씨는 사건을 제보한 제보자까지 괴롭힌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에는 경찰과 검찰이 나섰으나 영장이 기각된 것이고, 대구지검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자 B씨와 C씨에 대한 영장이 모두 발부된 것이다.

A씨는 직장 동료인 D씨가 자신을 잘 따르는 점을 이용해 같이 살자고 꾀어 “넌 나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는 식의 정신적 압박을 가해 성매매를 시킨 것인데 C 씨를 강제 결혼시킨 뒤 성관계의 동영상을 촬영하는 잔인한 수법을 동원했다.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도주했지만 모든 정보를 쥐고 있던 일당들에게 다시 붙잡혀 감금당했고 다양한 수법의 고문을 자행하는 등 가혹행위도 이어졌다. A씨 부부는 피해자를 도와준 제보자도 차량에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한 뒤 140여 회 협박하고 그의 주거지와 가족에게 접근해 스토킹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A·B·C씨는 호화생활을 하며 지냈고 꼬리가 긴 범행은 오래가지 못하고 검거됐다. 이들을 변호한 변호인은 아직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변론했고 공소사실은 두고 볼 일이다.

산술적으로 3년 동안 2,500회면 하루도 쉬지 않고 2.5명을 상대했다는 결론이고 같은 시간 가해자들은 그 돈으로 호화생활을 즐기는 천국이지만 피해 당사자에게는 지옥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매수에는 매도자가 있어야 성립되는 것인데 성매매를 강요한 가해자도 문제지만 2,500명의 매수자들은 다 어찌 되었을까.

연락처라도 있었을텐데 잔인한 공범들은 어디로 갔으며 3년 동안 성매매가 이뤄진 장소의 치안을 맡은 경찰은 뭐 했을까. 비슷한 사건은 또 있다. 약 1년 전인 지난 2022년 4월 20일 수원고법 제3형사부는 성매매 알선법 위반과 약취, 중 감금 및 치사,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2심 변론을 종결했다.

검찰은 이날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A씨에 대해 징역 30년,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범 B씨에게 징역 10년, C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사건의 요지는 A씨가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동창생 D씨를 광명시 소재 자신의 집에 감금한 뒤 총 2,145차례 걸쳐 성매매를 강요하고 이에 따른 대금 3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산술적으로 5.5명씩 하루도 쉬지 않고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3,868차례 걸쳐 D씨의 신체 특정부위 등 성착취 사진을 강제로 촬영했으며 보관중이던 성매매 대금 2억9천 만원도 압수됐다.

평소 친구처럼 지냈던 사이가 악마로 변한 것인데 피해자가 도망치면 지방까지 쫓아가 윽박지르는 등 범죄 유형은 상상을 초월했다. 피해자 입장에서 볼 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은 허울뿐인 단어였고 매 순간이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2021년 1월부터 한겨울에 냉수목욕과 수면방해 등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견디다 못해 결국 운명을 달리했다. 이 대목에서 국민들은 주목할 부분이 있다. 깊은 산속도 아니고 외딴섬도 아닌 도심 한복판에서 20대 여성이 1년 넘는 기간 동안 드러난 것만 2,145회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갈취한 가해자만 처벌받고 피해자에게 욕정을 풀었던 매수남들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은 것인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면 동일 유형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실명이라도 밝혀야 맞는 것이다. 매수남 명단에 유명 인사라도 있었다면 더더욱 밝혀져야 하는 것이고 그 대상이 선거 출마자라도 있었다면 당연히 정치인의 자격을 박탈해야 맞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근무해 달라고 세금 모아 월급 준 광명경찰서의 당시 서장은 관직을 박탈해야 하는 것이며 피해지역의 담당 순찰차량이나 관할 지구대는 치안부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아야 맞는 것이다.

사건 발생이후 지금까지 매수남에 대한 처벌이나 범죄 예방의 책임자가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해 처벌받았다는 소식은 들은 바 없다. 목소리 높던 여성단체나 여성가족부는 뭐 했을까. 피해자의 사회적 신분이나 국민들의 이목에 따라 법의 잣대가 달라진다면 이는 결국에는 신뢰를 추락시키는 원인이 된다.

같은 2021년 유사한 사건은 또 있었다.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경동대 외국인유학생 69명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 강력 처벌 후 신상공개 합니다”라는 사건은 하루만에 청원인 2만 명을 돌파했지만 다음 날 해당학교의 정문 공사 비용이 부풀려졌다며 또 다른 뉴스가 덧씌우기 되면서 포털에 올라온 해당 뉴스는 밀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대선과 코로나19가 이슈로 뜨면서 몇 달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은 대중들의 관심에서 잊혀졌다. 사건의 핵심을 보자면 15살의 한국인 여중생이 지난 2020년 12월부터 약 1년간 네팔과 방글라데시 국적의 외국인유학생 69명과 100차례나 성관계를 맺었다는 내용인데 69명뿐이며 100차례 뿐일까.

사건의 본질은 간략하다. 현행법상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과 성관계를 하면 강간으로 간주된다. 어떤 명분이나 이유로든 변명의 여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여성단체나 인권이라면 거품 물고 난리치던 청와대에서도 아무런 입장표명이 없다.

해당 학교 총장은 물론 교육부장관까지 즉각 해임시켜도 모자랄 판이었지만 해당 여학생의 배경이 일천하고 대단한 집안이 아니라 별 볼일 없어서 일까. 아니면 외국인유학생들에게 피하지 못할 금수저가 포함되어서 일까.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국가적 수치며 국민적 공분이 극에 달해야할 사건임에도 앞서 발생한 광명 성매매사건처럼 흐지부지 넘어갔다. 그리고 과연 남의 일일까. 내 자식만 아니면 괜찮은 것이고 짧은 토막뉴스로 지나갈 일인가.

새 정부에게 숙제를 던진다. 물론 무관심한 국민은 사법기관의 안일함을 방조한 공범이 된다. 유사한 피해자들은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다. 매수남 중에 유명 정치인이 있다면 즉시 공개하여 사회지도층에 대한 단죄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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