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코앞에 다가온 의료대란
[덕암칼럼] 코앞에 다가온 의료대란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5.0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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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국민건강을 담보삼은 의료계의 정면충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담보나 인질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간호사와 의사협회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목적의 달성 과정에 국민들의 건강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각자의 입장 차이와 국민건강은 별개여야 하는데 지금까지 벌어진 의료대란의 흔적을 보면 의료대란 과정에 환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애타는 장면들이 언론보도에 대서특필 되어 왔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 의료대란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나만 괜찮으면 그만이라는 이기적 사고와 언젠가는 그런 방관이 부메랑이 되어 각자의 위치를 표적으로 비수같이 날아갈 수 있으니 국민들의 관심과 냉철한 사회적 견해는 권리만큼이나 중요한 숙제임을 알리고자 한다.

먼저 이번 의료대란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간호법과 의사면허 취소법인데, 간호법은 이게 정치권과 결부된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간호법과 의료법은 국민 건강권과 직결되므로 국회법에 따라 민생법안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입법 폭주를 하고 있어 각별한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이슈가 되는 간호법은 의료법에 포함된 간호사에 관한 규정을 떼어낸 뒤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체계 등에 관한 단독 법을 제정하는 것이고 비록 문구에는 단독개원이라는 내용이 없지만 단독개원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게 의사협회의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장은 간호사가 의사의 감독없이 지역사회에서 단독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중재안을 내놨음에도 이를 거부한 걸 보면 진짜 목적은 처우개선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졌다는 입장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독개원이라는 밥그릇을 두고 으르렁대는 싸움으로 비친다. 의사협회의 주장과는 달리 간호협회는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지역사회 내 돌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데 부응하고 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 속에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의 손을 들어주자 이제 대통령의 재가만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때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건 간호법을 과연 거부할 것인지 말지가 주목된다.

문제는 거부하든 안 하든 어느 한쪽은 난리를 친다는 것인데 애꿎은 국민들만 봉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재가 여부도 새우싸움에 고래등 터진 격이다. 의사와 간호조무사 단체 등은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를 기대하지만 그럴 경우 간호사 단체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며 이러나저러나 의료대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태가 폭풍전야일 때 정부의 대책은 어떠할까. 그리고 의료법 개정안도 그 내용은 이러하다. 금고 이상 모든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게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변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등 다른 전문직에도 비슷한 규정이 적용되고 있어 법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의사들의 이번 집단행동은 개원의들이 중심인 의협 외에 대학병원 등의 전공의와 수련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참여할 때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 2020년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했을 때는 개원의 참여율은 한 자릿수였지만 전공의 참여율이 80%에 육박해 의료 현장에 혼란이 심했던 예를 들어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안정화되자 의료인 면허 취소법을 본회의에 상정하며 의사들의 면허권을 옭아매려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에 대해 사냥이 끝나니 개를 잡는 것과 같다고 호소했다. 앞으로 언제 어떻게 면허가 취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소신을 다하는 진료를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 심히 개탄스럽다는 입장이다.

가령 병원을 운영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직원들의 급여를 체불하고 벌금형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것이다.

이는 의료현장을 위축시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법안이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며 의료 행위와 관련한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엄중한 징계처분이 마땅하지만, 의료와 관련 없는 사소한 과실 등 금고 이상의 모든 형을 대상으로 면허 취소 범위를 확대한다면 의료인들은 교도소 담장을 걷듯 불안하고 위태하게 살면서 환자를 위해 소신을 지키고 최선의 진료를 다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 내부적 갈등도 만만찮다. 간호조무사는 의사편이고 한의사들의 단체인 대한한의사협회도 의사협회를 등지고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입장이니 내부적으로도 명칭만으로 한패는 아닌격이다.

한의사협회는 국민들의 고통과 불편은 외면한 채 양 의사단체 등이 파업에 돌입하면 대한한의사협회 회원은 최선을 다해 진료 현장에 매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 정부는 뭘 하고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했고 긴급 상황 점검반을 구성해 의료이용 차질 발생 여부 등의 상황을 살피는 중이다. 의료연대는 5월 3일 부분파업은 지역별 혹은 시간별로 한정해 진행할 것으로 보여 의료 현장에 주는 타격이 크지는 않지만 총파업은 상황이 다르다.

소속단체로는 대한의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 장기요양기관협회 등 모든 단체들이 국민건강과 직결된 실정이다.

본격적인 총 파업은 오는 11일과 18일 전후로 정해질 예정인데 여론에서는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행사를 압박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이쯤하고 만약 농부가 농사를 거부하고 어부가 고기잡이를 포기할 때 누가 밥 지을 쌀을 생산할 것이며 양돈·축산 농가들이 하던 일을 멈출 때 그 많은 식당은 어디서 식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을까.

건설업자가 집을 안 짓겠다며 집값을 올리면 어떤 일이 생길까. 적어도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면 태업이나 파업 대상에서 사람을 갖고 담보 삼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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