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제18회 입양의 날
[덕암칼럼] 제18회 입양의 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5.12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늘은 남의 자식 키우는 부모님들께 경의를 표하며 입양에 대한 이모저모를 함께 공감하고자 한다. 사람이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쳐 이 세상에 태어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먹고 자고 배설하는 것 외에 어느 정도 세상물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기 까지 여러 사연으로 인해 부모 곁을 떠나는 아이들이야 말로 이미 험난한 세상이 지옥이었는지도 모른다.

갓 태어난 아가부터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아동이나 소년소녀 시절에 당사자 스스로 결정하거나 실행할 수 있는 게 어디 하가지라도 있던가.

자식을 버린 부모도 문제지만 태어난 죄 밖에 없는 아이의 입장에서 볼 때 제 어미 젖 먹고 제 아비 사랑받아가며 살아가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볼 때 무슨 죄가 있을까.

필자는 해마다 이날이면 입양에 대한 통계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자신의 출생과는 달리 남의 손에 맡겨져 성장하는 아이들을 귀히 여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옛말에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 무섭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생물학적으로 먹고 자고 성장하는 과정에 필요한 각종 요소가 있지만 그것 못지않게 필요한 게 정이고 사랑이다. 그래서인가 필자의 지인 몇 분도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생아를 입양하여 20년 넘게 키운 사례를 직접 지켜보며 키운 정의 가치를 목격한 바 있다.

이제 군대까지 다녀온 친척의 아이를 보면 친부모나 다름없이 공손하고 정다운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반면 제 친자식이라도 안면몰수하고 사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재산문제로 소송과 폭력이 오가는 극한 상황도 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자식은 화초와 같다고도 했다.

키울 때 뿐이지 새살림 차려 출가시키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가정을 꾸려가기 바쁘다. 나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지만 금세 세월이 가고 다시 자식과 멀리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친자식이든 양자식이든 가릴게 아니라 얼마만큼 반듯한 인성으로 키워서 사회에 쓸 만한 인재가 되도록 가르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이 베이비붐이 일어나던 1960년대 넘쳐나는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고 키우지 못해 외국으로 입양의 붐이 일어나던 시절이 있었다.

굳이 통계상 몇 명인가를 거론하기 전에 그렇게 머나먼 타국으로 입양된 아이들이 다시 고국의 부모를 찾는 경우 그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를 포기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키우는 과정에 잃어버린 실종과는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자신이 낳은 아이를 맡기는 베이비박스 숫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출산율은 떨어지고 그나마 있는 아이도 키울 수 없다며 남의 손에 맡기는 현실, 그 배경에는 경제적 이유도 있겠지만 성폭행이나 기타 친부와의 불가피한 사정들도 있을 것이다.

오늘 필자가 논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이유든 태어난 아이는 죄가 없다는 것이며 입양보다 친부모가 키울 수 있는 환경과 관리를 국가가 내서주라는 것이다. 아이는 거져 생기는 게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건강한 성인 남녀의 성관계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며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있는 것이다.

반대로 불임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따라서 어떤 환경이든 출산한 아이가 친부모 곁을 떠나는 일을 국가가 지원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있는 아이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출산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실패를 거듭하는 것일까.

아이가 커가면서 언젠가 알게 되는 양부모의 존재는 자신의 정체성을 불안하게 하고 아니라 해도 언젠가는 가슴속 한구석에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게 된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짐승도 자신의 새끼는 남의 손에 맡기지 않는다. 간혹 동물을 생성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며 새끼에 대한 강한 모성애는 사람보다 더 강열하다.

동화 속에 나옴직한 소재 중 구렁이가 제비둥지를 향해 나무기둥을 타고 오르니 어미 제비가 그 큰 구렁이를 수 십차례 쪼아 바닥으로 떨어트린 후 다시 오르지 못하게 하려고 자신이 먹이가 되는 내용을 본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어미가 새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사례는 다양한 종자에서 발견될 수 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자신이 낳은 자식을 버린다는 것은 그런 당사자도 괴로운 일이겠지만 버려지는 아이에게는 아무런 결정권도 없이 불확실한 미래가 기다리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한국의 입양실태에 남의 일처럼 보고만 있을게 아니라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여 경제적 문제라면 예산을 지원하고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전문 상담가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주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혹시 아는가 그런 정책의 수혜자로 자란 아이가 훗날 이 나라의 중책을 맡아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역할을 할는지, 반대로 버려진 아이들이 주변의 편견과 박해로 인해 사회적 범죄자가 될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에 사람보다 귀한 건 없다. 필자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 많은 날짐승, 들짐승, 물고기 중에 사람만이 종교를, 문화예술을, 스포츠를 창출하고 때로는 전쟁도 일으키지만 평화로울 줄도 알기에 70억 인구가 생겨났고 지구의 주인이 된 것이다.

이 세상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한 번에 이뤄진 것은 없다. 종족번식은 본능에 의해 생기는 것이지만 종족 보존은 유지관리에 대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제 자식을 버리는 것도 안 될 일이지만 제 국민을 남의 나라에 보내는 걸 묵인하는 국가도 절반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을 막으라고 세금 걷는 것이며 수 백조를 낭비하고도 못 막을 출산율 저하의 일환으로 현실적인 정책이 국회에서 입법되고 행정부가 이를 토대로 입양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그리고 육아성장에 필요한 물품들의 판매가를 파악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만 정부가 지원해주고 제 먹이 찾아먹을 수 있을 때 까지만 국립 탁아소를 운영한다면 그래도 몰래 아이를 버려야 하고 외국으로 보내야하는 입양이 계속될까.

출산율 증가까지는 몰라도 있는 아이라도 잘 키워지길 바라며 오늘도 다가오는 출산일에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어찌할 줄 모르는 임산부에게 희망의 손을 내미는 복지국가가 되길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