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문어가 제 다리 잘라먹기
[덕암칼럼] 문어가 제 다리 잘라먹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5.3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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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속담에 불과한 말이지만 제 다리를 잘라 먹는 문어를 빗대어 시작하는 오늘의 덕암 칼럼은 작금에 마무리된 화물연대 파업의 결말에 대해 경험자로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구하기 위함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1년 동안 가장 잘한 일이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대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기조 아래 법과 원칙에 의해 강경하게 대응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노동계에서도 방관만 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먼저 화물연대파업이 실패한 이유부터 알아보자. 명분과 목적이 분명했다면 성공했을 일이었다. 오래 전 30년도 더 지난 시절 화물은 용달트럭부터 대형트럭까지 다양한 차종와 기종, 성능까지 운송목적이나 적재물에 따라 수익도 모두 달랐다.

필자가 20대 중반 덤프트럭을 몰고 다니며 수 년간 전국을 누빌 때 공사현장에서 굴착기가 실어주는 토사는 적재함을 넘쳐도 아무런 항변도 못하고 운반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을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명 빨래판이라는 과적단속반의 적재중량 저울과 마주치게 되고 여러 개의 바퀴 중 한 축의 중량이 한계 무게를 초과하면 수 백 만원의 벌금이 부과되는 단속반은 건설현장 입장에서 볼 때 저승사자나 다름없었는데 범죄기록부에 등재되어 전과자로 전락되는가 하면 이를 피하기 위해 싣고 있던 아스팔트 재료까지 아무데나 쏟아 붓고 도주하는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훗날 알고 보니 시청의 말단 직원이었지만 공사현장의 업체들이 돈봉투라도 모아 바쳐야 단속이 뜸해지던 시절이었다. 수 백 개의 부품 중 어느 한 개라도 고장 나면 운전대를 놓고 직접 수리하며 수 십 개의 윤활유 공급 니뿔에 구리스를 쳐야하고 차선도 승용차 중심으로 정해두니 교통범칙금은 언제든 교통경찰의 손쉬운 표적이었다.

공사현장의 무리한 과적 요구에 대형트럭의 과속 운행은 피할 수 없는 위험질주만이 답이었고 한 평도 안 되는 운전석에서 수 십 년 동안 라디오에 의존하며 졸음과 무료함을 달래야 하는 것이 운수업의 현실이다.

하지만 운전기사 월급을 모아 중고차를 구입해서 운수업을 시작한 10년 동안 원치 않은 교통사고는 수 십 번이나 겪은 다음에야 운전대를 놓을 수 있었는데 굴착기와 덤프트럭을 구입해 토목사업의 경험을 쌓고서야 벗어날 수 있는 운수업이었다.

돈과 대형면허증만 있다면 누구나 뛰어들어 손쉽게 할 수 있었던 운수업에 대한 일장일단은 일반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영역이다. 당연히 너도나도 운수업에 몰려들었고 이어진 공급 과잉은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단가 하락의 과당경쟁으로 이어졌으며 문어가 제 다리 잘라먹듯 서로 경쟁하니 화주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 됐다.

단가가 떨어지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화물차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됐다. 이미 1998년부터 운수업에 손을 떼고 평소 벼르던 언론에 뛰어들었으니 다음 과정은 알 수 없었으나 운수업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니 일명 번호판 값이 올라가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사업 종목이 됐다.

대신 정부는 이런 제도를 무기 삼지 않도록 업무개시 명령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국가가 시장성을 보호해 주고 이를 악용해 파업을 하거나 집단행동으로 국가 기간산업에 피해를 줄 수 없도록 제동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얼핏 보면 먹고 살 시스템을 마련해 준 것 같지만 물량이 넘칠 때 이득이 많은 것이지 줄어들면 수익이 그만큼 적어지는 것이다. 한정된 먹이를 나눠먹는 다는 것은 그게 개인 간의 생존권과 맞물려 있는데 이를 정부가 개입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그러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 임금제나 마찬가지인 안전운임제를 도입했다. 화물연대 입장에서는 무리한 운행이나 과당경쟁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한 소득이 생기는 것인데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수익이 생기는 구조다.

대신 3년 동안만 시행하기로 했는데 각자가 알아서 운행하다가 나가떨어질 사람은 알아서 나가는 것이고 버틸 사람만 버티는 일명 시장 자유경쟁구조를 정부가 생색을 내면서 소득을 챙겨준 것이다.

문제는 화물차를 운행하는 사업자들의 욕심이 또 한번 문어다리 잘라 먹는 꼴이 됐다는 것이다. 컨테이너, 레미콘 믹서 트럭, 덤프 등 화물차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반면 운행시간은 줄어들어 적게 일해도 많이 버는 구조가 되었는데 세상 모든 이치라는 게 누군가 이득을 보면 또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기름값 보조까지 더해지자 살만했는데 이런 직접 이득으로 간접 손해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늘어갔다. 물론 생색내는 자와 손해 보는 자는 따로 국밥인 것이며 설탕에 맛들인 사람이 쓴 약을 먹을리 없는 것이다.

사람의 본능이란 게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니 한번 올라간 운반비를 다시 내릴 수는 없는 것이고 안전하게 운행하라고 준 혜택에도 불구하고 화물차 교통사고는 더 늘어났다.

소득 올려줘도 소용없다는 통계를 운수업 스스로 만들어냈다.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끝도 없는 요구는 처음부터 정부가 개입할 게 아니라 가만 두면 침전물이 가라앉고 운수업 코드에 맞는 사람만 남게 될 터인데 이 선심성 정책이 당장의 표를 얻을지라도 훗날 정책 오류의 뒤처리를 할 다음 타자가 욕을 먹는 것이다.

‘과유불급’이라했던가. 결국 화물연대 파업의 배후에 북한의 지령이 있었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정작 필요한 목소리를 내야할 명분마저 잃게 됐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직 간부 등이 작년말 화물연대 총파업을 비롯한 대형 집회를 북측과 공모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 차례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먹고사는 문제가 국가보안법까지 적용되는 종점에 다다른 것이다. 공소장에서 여러 가지 친북 정황과 구체적인 명령까지 내려진 점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음을 드러내는 현주소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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