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
[덕암칼럼]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6.1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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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남자들이 군대 가면 육·해·공군 중 하나인 군종과 병과, 그리고 해당 분야에 맞는 주특기가 정해진다.

필자의 경우 육군, 공병대, 불도저 운전병으로 배치 받았는데 군사기밀로 정해진 사항들이라 더 이상 밝힐 수 없는 것이며 어쨌거나 모든 기계관리 사병들은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것을 일상의 기본 지침으로 알아야 했다.

간혹 새로 배정받은 장비가 들어와 담당 사병이 정해지면 사용설명서는 물론 장비 관리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이 설정된다. 그 과정에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언제 어떤 부품이 마모되거나 멸실되어 가동이 중단되는 낭패를 겪게 된다.

여기서 관리란 정성과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되는데 현재의 대한민국이라는 장비가 곧 고장 날 것이라는 우려가 앞서는 이유를 논한다. 지난 토요일인 10일은 1987년 6·10항쟁 36주년을 기념하는 날이다.

서울시청 건물에 걸린 대형 시계의 숫자가 12시가 되자 건너편 성공회 대성당 종탑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지선스님과 소설가 유시춘이 성명서를 낭독했다. 당시 군사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주의 열망이 온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던 시기에 다시 노태우 대통령 선출로 군부를 이어가려던 것을 막기 위한 신호탄이 성당의 종소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오후 6시, 약속된 시간이 되자 서울, 부산, 대구, 공주, 인천, 대전 등 대도시를 비롯하여 전국 22개 지역에서 24만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가두시위로 발전했다. 당시 필자는 군 전역을 한 달 앞둔 시점에 부산 거리로 외출 나왔다가 도로를 메운 군중들의 가두시위를 보고 군복을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집단린치의 대상이 될 분위기였다.

이유인즉 충정 훈련이라는 명분으로 부대 내에서 데모진압 훈련이 한창 진행 중이었으며 언제 시내로 진압출동이 내려질지 알 수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4월 13일 전두환 정권은 평화적 정권 교체라는 명분을 앞세워 국민의 여망이던 직선제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4·13 호헌 조치를 선언했고, 이것은 분노한 국민들의 불에 기름을 뿌린 것이나 진배없었다.

그런 동기로 시작된 6·10 민주항쟁을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가 점차 격화되면서 전국에서 3,831명을 연행했다. 6월 10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명동 성당 농성 투쟁은 6월 26일 국민 평화 대행진 이라는 조직된 시위를 주도하여 1백 만명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노태우 후보의 6·29 선언으로 이어진 것이다.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남산 지하벙커나 서빙고 대공분실로 끌려가 개 패듯 맞고 나오거나 수감 생활을 감내했던 군사 독재시절, 지금의 호강스런 자유는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지 군사독재가 이어졌다면 지금의 북한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인권유린의 자본주의 국가에 멈췄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과거를 돌아보면 조선시대에도 힘없는 백성 위에 탐관오리 관료들이 배를 채웠고 일제시대에도 친일파들이 득세 하였으며, 해방이후 박정희 前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조국근대화의 바람이 현대화를 추구했다.

그리고 지금도 임금은 없으나 권력은 있고 백성은 없으나 힘든 국민은 여전히 존재한다. 과연 이것이 당연한 것이며 앞으로도 이럴 수 있는 일일까. 필자의 판단은 다르다. 어찌 얻은 민주화인가.

앞서 거론했든 군홧발에 짓밟히고 걸핏하면 잡혀가서 고문도 당연했던 시절, 해외여행금지와 12시 통행금지로 인권유린이 성행했던 과거를 청산할 수 있었던 계기가 6·10항쟁이다. 그렇게 얻은 자유를 지금 어찌하고 있을까.

군사독재를 청산하려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지 자유를 방종으로 이어가라고 희생했던 과거가 있었던가.

노동계는 잔업과 철야를 당연한 것으로 알고 누구나 노력만 하면 작은 집 하나라도 살 수 있는 희망이 있었는데 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얄팍한 공약이 국민들을 점차 게으르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만들었으며 결국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근로자로 전락하고 있다.

7남매·8남매 낳고 온갖 가사노동에 억척같이 살아오던 우리네 부모님 세대가 현재의 눈부신 대한민국 발전의 밑거름일진대 외국인 근로자 없으면 모든 국가 기간산업은 물론 서비스업, 농어촌 1차 산업까지 마비될 정도로 환경이 달라졌다.

저출산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자들이 자식이 없는 것은 무슨 경우이며 남녀 갈등을 조장하여 표를 얻어 권력은 쥐었으나 줄어드는 출산율과 그 폐해는 후손들에게 전가되는 경우이니 훗날 이들이 늙어 구박받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자유라는 불도저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며 관리해야 제 기능을 하는 것이지 관리에 소홀하고 방치하면 얼마 못가 멈추게 된다. 결론적으로 근본적인 국가 관리 방법을 논하자면 가장 먼저 외국인 불법 체류 근로자가 전체 외국인 중 90%에 달하는데 이들을 합법적으로 관리하거나 추방하여 국내 모든 일자리 통계를 새로 잡아야 한다.

건강하고 젊은 남자가 그 자리를 채워야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을 만큼 임금을 높게 책정하여 여자가 안심하고 가사와 육아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밑 빠진 독에 부은 정책 실패의 예산이라면 일하는 남자들 임금 보조만 잘해도 충분히 잘 살고 남는 돈이다.

월급을 고용주가 지급하고 일한 만큼 정부가 배로 더 지급하면 어떤 여자가 힘들게 맞벌이하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까. 그리고 쓸데없이 놀고먹는 공직자들은 모두 솎아내든가 밥값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다 논다는 게 아니라 구석구석 짱 박혀 퇴근시간만 쳐다보는 인력들이 많기 때문이다. 진정한 여권신장과 남녀평등이란 각자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할 때 그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지 무조건 동등만 내세울 게 아니다. 군사독재에서 자유를 향한 담쟁이들이 어렵사리 담을 넘었다.

하지만 지금같은 현실이라면 차라리 군사독재가 더 장점이 많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 같은 남녀평등이라면 조선시대 여인들이 더 귀하게 대접받았고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했었다. 지금같은 국민성이라면 순수한 백성들이 임금을 존중하고 분노하면 난이라도 일으킬 의지가 있었던 과거가 더 나았다.

지금같이 이기적이고 서로 감시하는 분위기라면 6·10항쟁 이전에 서로 돕고 길거리 항쟁이라도 추진했던 과거가 더 나았다. 문명은 인륜을 저버리는 배경이 되어버렸고 검증되지 못한 서양문물은 한국인 정서를 타 넘어 되 돌릴 수 없는 패륜사회를 만들고 말았다.

어렵사리 얻은 자유, 지금부터라도 닦고 조이며 기름쳐야 한다. 그래야 지금도 살고 앞으로도 살며 우리 민족이 영구히 자자손손 지구의 종주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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