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쪽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결정문' 최초 공개한 추미애
120쪽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결정문' 최초 공개한 추미애
  • 이익돈 기자 mickeylee@naver.com
  • 승인 2023.07.0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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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총장 징계 처분 결정 1심 판결에 법무부 2심에서 패소할 결심? 목표?
-추미애 전 장관 "검사동일체에서 권력동일체가 돼 버렸다"고 우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사진=뉴스핌)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사진=뉴스핌)

[경인매일=이익돈기자]지난 29일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에 출연한 추미애 전 장관은 120쪽에 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결정문'의 의미를 되짚었다.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사법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 채널A 사건과 한명숙 총리 사건 등에서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수사 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검찰총장 조사 관련 협조 의무 위반 및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총장으로서 위엄과 신망 손상 등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및 징계 사유의 핵심 내용이다.

2020년 11월 24일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고, 징계를 청구해 같은 해 12월 16일 윤석열 총장 정직 2개월을 결정했다. 2021년 10월 14일 서울행정법원이 1심에서 윤석열 총장의 정직 징계 처분이 정당한 결정이었다는 판결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 진행중에 있다.

'윤석열 총장 징계 결정문'에 대한 의미를 묻는 질문에 추 전 장관은 "(징계 결정문 안에 윤석열 총장의) 범죄 혐의가 다 들어있지 않냐"고 답했다. 이어 그는 "재판부가 1심에서는 판사 사찰 문건, 채널A 감찰·수사 방해가 굉장히 심각하고, 검찰 사무의 공정성과 적법성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그렇다면 그게 무엇인가? 범죄자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징계위원회마저 정무적인 판단을 해서 정직 2개월에 그쳤지만, 판사가 볼 때는 엄청난 권한을 가진 검찰총장이 수사를 방해하고, 감찰을 방해했다는 걸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니까 반민주적으로 갈 수 있는 검찰 국가 탄생을 예고하는 걸 느꼈다고 저는 보는 거죠. 이 엄청난 사건에 대해서 (재판부가) 제대로 판단을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입장을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저는 (검찰이) 군대보다 더 큰 위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면서 "군대는 물리력 때문에 사람들이 위협을 느끼지만, 검찰총장은 2300명 검사에 대한 지휘권을 갖고 있고 마음대로 수사의 방향을 틀 수 있어서 단순한 증권 범죄 사기범을 정치 사건으로 만들 수도 있고, 실제 그렇게도 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로 지적했다.

"현직에 있는 이성윤 검사장이 ‘오연호가 묻다’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문을 거론하면서 '이게 윤석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표현했다"고 묻자, 추 전 장관은 "(그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대통령 재임 기간에서는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민형사상의 소추를 피할 수 있지만, 임기가 끝나고 사인으로 돌아가면 다시 수사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희한하게도 처음 이 재판의 원고가 윤석열 총장이고, 피고가 추미애 장관이었는데 지금은 원고가 대통령이 되었고, 피고인 법무부 장관을 본인이 임명했다"면서 "소송은 대립되는 두 당사자의 다툼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인데 원고와 피고의 이해관계가 같아졌다"고 논리적, 법적 모순을 지적했다.
  
'2심 판결에서 (결과가) 뒤집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해 추 전 장관은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가 아예 패소를 작정하고, 패소할 결심을 넘어 패소할 목적과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대통령 임기 안에 무죄를 받아) 사법 세탁을 완벽하게 하려고 (최측근인) 한동훈 장관을 임명하고, 이 사건 해결을 미션으로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의 정의가 땅 속에 매장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 때문에 재판부가 (윤 대통령 임기 중에는) 항소심 진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대통령이 된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년 2개월을 지켜보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추 전 장관은 "대한민국의 회복 탄력성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부가 역행하고 있다는 걸 다 느낄 텐데, 그래도 되돌아갈 수 있는 걸 회복 탄력성이라고 하는데, 그것마저 파괴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추 전 장관은 "최근 모습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위험한 자기 도취에 빠져 있다"면서 "징계 결정문에 등장하는, '내 명령대로, 내가 말하는 대로 해'라는 검찰총장의 모습이 국정 운영 전반에서도 보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총장 당시) 검사동일체에서 (대통령이 된 뒤) 권력동일체가 돼 버렸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는) 열등감이나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환영적인 우월감으로 다 아는 척하면서 내 뜻대로 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 권력의 우월감으로 열등감이나 낮은 자존감을 덮으려고 하지만, 완전히 덮어지진 않아요. 이런 사람이 권력을 쥐면 무한 도취되는 경향이 있어요. 어떤 걸 본인이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잘못 판단하고 잘못 결정했는데도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 못해요. 그리고는 다른 걸로 덮어버리는 거죠. 보통 사람 같으면 안 만나면 그만이지만, 최고 권력을 쥔 대통령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죠. 밑에서는 그런 대통령을 추종하고 맹종하면 나라가 위험에 빠집니다."라며, 추 전 장관은 "(고난과 시련을 이겨 내면서 있는 힘을 다하여 싸우는) 간고분투(艱苦奮鬪)의 자세로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고 부탁의 말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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