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덕암칼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0.1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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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들이 장사를 하거나 직장을 다니는 이유의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함이고 번 돈으로 먹고 자고 생활하는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인간이나 동물은 먹고 자고 번식하는 3대 욕구에 충실하면서 종족을 유지하는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것이다.

세월이 좋아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준을 넘어 더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연구·개발 하다보니 각 국가별로 특색이 있다. 어떤 음식은 굽고 찌고 튀기거나 말려서 먹기도 하고 찬 음식, 더운 음식, 국물에 탕류는 물론 날 것을 먹기도 한다.

그 중에 주식은 주로 먹는 음식을 뜻하며 한국인의 특성상 쌀을 주식으로 했다. 지금은 쌀이 남아돌아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기타 곡류, 야채, 열매 등으로 영양을 보충한다.

분명한 것은 과거에는 배고파 죽겠다던 사람들이 지금은 배불러 죽겠다고 아우성치며 못 먹어 비쩍 마른 몸이 비만해지면서 이제는 살을 빼는데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니 사람 사는 세상이 고르지도 못하다.

오죽 먹을 게 없었으면 보릿고개라는 노래가 유행하고 귀신조차 먹을 게 없어 이듬해 농사를 대비해 간직해 둔 볍씨를 몰래 까 먹는다 해서 이해가 안 되는 말을 두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속담도 있다.

간혹 아프리카 지역의 가뭄으로 인한 기근을 보면 먼 나라 남의 일 같지만 불과 50년 전만해도 가난해서 기근에 시달렸던 국민들의 얼굴이 누렇게 뜨고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던 시절도 있었다.

그 맛의 향을 담은 음료수까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식량 사정이 좋아진 게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닌 셈이다. 결식아동은 꼼짝없이 수돗물로 배를 채우던 시절이 있었다.

오죽 먹는 게 중요했으면 조직폭력배들의 인사말로 “식사는 하셨습니까요, 형님”이라며 끼니 걱정이 안부의 첫 말이고 어머니들이 객지에 나가 학교를 다니거나 사업한답시고 부산을 떨면 “아야~ 밥은 먹고 다니냐”라며 식사 챙기기를 당부한다.

일 하다가도 “밥 먹고 합시다”라거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거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라며 먹는 것을 중시한다. 그래서 집안의 가장이 아침밥을 제때 챙겨 먹고 나가는지가 중요한데 언제 부턴가 아침 밥상의 가치가 추락했다.

아침을 챙겨달라는 가장은 가부장적이라거나 주부의 힘든 가사에 도움이 안 된다는 등 한국인의 주식인 밥이 점점 터부시 되고 있다. 그래서인가 밥상머리 교육이란 말은 이제 아동학대로 몰릴 만큼 옛말이 됐다.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어야 하고 식사 예절로 조용히 침묵을 지켜야 했다. 서양 문물에서 받아들일 것과 피해야 할 것을 가려야 하는데도 우리 민족 고유의 예절이나 풍습은 모두 내팽개치고 편리 위주로 가다보니 윤리가 엉망진창이 됐다.

각설하고,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처분 양곡의 양은 14만 톤이다. 77만 톤을 사들이고 고작 14만 톤을 처분하니 나머지 63만 톤씩은 계속 쌓여 간다. 쌀을 주식으로 했던 음식 재료의 조리과정이 변화되면서 논농사의 내리막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남아도는 쌀의 관리가 심각한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쌀은 매년 약 480만 톤이 소모되지만 해마다 20만 톤 이상이 과잉 생산되면서 양곡 관리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찮다. 갈수록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식단이 고급화되면서 쌀 소비 또한 줄어들고 있다.

남는 쌀은 술 재료 및 사료용으로 사용되고 일부 부족한 부분은 수입도 하지만 여전히 밥의 주원료인 쌀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곡물이다. 지난 16일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의 1945년 10월 16일 창설을 기념하여 식량안보에 관한 대중인식 제고,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정해진 ‘세계 식량의 날’이다.

1979년부터 ‘세계 식량의 날’로 제정하여 세계 여러 나라의 식료품과 농산물의 생산 및 분배를 개선하고 토지 및 품종 개량 기술을 지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날이다. 작물은 재배와 추수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1년 반째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곡물가격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은 자연스레 상승하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곡물 및 식물성 기름 수출국으로 밀, 옥수수, 보리와 같은 주요 곡물의 순수출로 세계 식품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히 곡물가격의 인상과 부족현상으로 인한 빈민국가들의 식량난은 점차 가중될 것이다. 한국은 전쟁이후 밀가루 농사기반을 상실한 적이 있었다. 빵과 과자, 국수 등 밀가루가 주원료였던 음식문화가 발달하면서 미국의 원조로 입맛이 길들여졌을 때 서서히 밀가루 값이 올랐다.

비용뿐만 아니라 보관방법도 바다 건너 저편에서 오는 동안 부패할 가능성이 높기에 방부제 범벅이다. 이제 무너진 우리 밀은 어렵사리 겨우 자리를 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국민들은 우리 밀에 대한 이용과 쌀을 원료로 하는 한국인의 밥상을 잘 지켜내야 하는데 협조는 요원하다.

모두가 배달음식으로 육류를 과다 섭취하고 밥 대신 우유나 간식으로 때운다면 당장 허기는 면하겠지만 영양상태나 기타 신체적 불균형으로 현대병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신토불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흙과 분리 될 수 없으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니 생산부터 물류까지 시스템화 되어 있는 곳은 그나마 밥은 먹지만 별다른 대책없이 주변 국가들의 도움만 기다리던 빈민국가들의 생존은 위험한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식량은 삶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다. 논이든 밭이든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든 한번 무너진 1차 산업의 기반은 다시 일으키기가 몇 배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식량이 부족해지면 자국의 국민들이 우선이지 남의 나라까지 챙길 수가 없다. 그러기 전에 1차 산업의 기반을 잘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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