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개 팔자 상팔자
[덕암칼럼] 개 팔자 상팔자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0.30 09:38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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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래 전 약 50년 전이었다. 하굣길에 어김없이 골목길 입구까지 마중나오던 개가 있었다.

필자를 중심으로 마냥 꼬리치며 몇 바퀴나 돌고 돌아 집에 도착할 때까지 반겨주던 시절이 있었다. 먹을 것이라곤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가 전부였고 요즘처럼 사상충 약이나 광견병 예방접종은 꿈도 못꾸던 과거였다.

어느 날 밤 밤새 낑낑거리며 신음하더니 이른 아침 7마리의 새끼를 낳아 산모가 되어 있었다.

별도로 숙소가 없어 창고 한쪽에 허름한 이불을 깔아준 게 전부였는데 비릿한 냄새와 함께 꼬물거리는 강아지들이 서로 젖을 먹겠다고 눈도 못 뜬 채 연신 어미 젖꼭지를 찾느라 부산한 움직임이었다.

학교 수업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던 날들이 이어지면서 하나둘씩 줄어든 강아지는 어느새 한 마리만 남았고 몇 달이나 지나 제법 커갈 무렵 어미 개는 개장수의 수입원이 되어 팔려 가고 없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중 나오던 일이 뚝 끊기고 소년의 가슴에 커다란 멍이 아물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시작된 개와의 정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넓은 마당에 3마리와 함께 공생하며 정을 나누며 일상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8년째 동거생활도 무탈하게 자라주어 다행이지만 간혹 병원갈 일이라도 생기면 보험처리도 안 되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 대한민국 애견인구 1,500만. 급증하는 애견인구와 관련 산업의 성장세는 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치라 하겠다. 과거에는 토종개가 번창했었다.

가장 대표적인 똥개, 누렁이, 삽살개, 좀 유명한 진돗개, 풍산개 등 토종개가 주류였지만 부유층을 시작으로 확산된 외래종은 수십 가지 종자에 개체수와 개의 사회적 격이 동시에 올라갔다.

모든 동물도 그렇거니와 식물까지 키울 때는 마냥 좋지만 병이 들거나 사망할 때는 얘기가 다르다. 보물단지처럼 키우다가도 애물단지가 되는 것이며 언제까지 부드러운 털에 꼬리만 치기를 바랄 수는 없기에 몰래 버리면 유기견, 개장수에게 잡히면 사육견, 주인 없이 돌아다니다 시설에 보호되면 보호견에서 특정 기간이 지나면 개죽음을 당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문제는 변화와 거기에 걸맞은 수준이 동시에 발전해야 하는데 마냥 오냐오냐 하며 키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견주의 취향에 맞지 않았을 경우 뒤처리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남게 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 못하는 짐승이다 보니 누군가 지켜주지 않으면 견주의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하다. 비단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나 햄스터, 수족관의 물고기나 새장의 조류와 기타 애완용 동물들을 모두 포함해서 살아 있는 생물을 키울 때면 생명에 대한 보호의 책임이 동시에 생기는 것이기에 먹이와 질병으로부터 안전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넓은 수족관도 부족해 아예 양식장을 차렸고 조류는 물론 토끼, 다람쥐, 꿩과 오리까지 키우며 동물들과의 교감을 형성하고 있는데 함께 살아간다는 공생의 호사를 누리는 대신 온갖 허드렛일도 도맡아 하게 된다.

그중에서 개의 위치는 가장 우월적이다. 이미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은 개의 격. ‘견격(犬格)’은 태어나면서 사망할 때까지 방송전문채널, 동물병원, 호텔, 장례식은 물론 고급사료에 의류, 예방접종, 의약품, 교육 등 모든 면에서 사람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몇 번을 말했지만 개를 모시는 정성의 절반만 부모에게 쏟아도 모두 효자소리들을 수 있을 만큼 위치가 달라졌다. 부모의 손톱 깎고 머리감고 말려드리고, 발씻어드리고 털어드리지는 못해도 강아지에게는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다만 동물사랑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효에 대한 개념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애견인들에게 의사전달만 해보는 것이다. 어쨌거나 10월 28일은 ‘세계 애완동물의 날’이었다.

개고기만 나쁘다고 할 게 아니라 견주로서 몰래 학대하는 것도 나쁜 것이다. 간혹 사람에게 지쳐 애완견으로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 점에서 필자 또한 아니라 할 수 없지만 이미 지자체 별로 애완견에 대한 예산지원이나 각종 전시행정이 붐을 이루고 있다.

수원시가 반려동물 교육도시 비전 선포식에서 반려견이 시민견이 되는 백년대계를 비전으로 선포했다.

시장은 반려동물 교육도시를 위한 비전을 나누고, 반려동물이 시민의 기쁨이 되는 도시를 약속했다. 또한 사람과 동물이 행복한 도시 수원특례시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도 반려견 순찰대 선발대회가 열렸다. 서울 강북구에서는 하반기 순찰대 모집에 총 407팀이 지원했다. 올해 2회째인 반려견 순찰대는 상반기 719팀, 하반기 200팀이 모여 총 919팀이 활동하고 있다.

반려견 순찰대 참여자의 80%가 MZ세대로서 정치인들 입장에서 보면 모두 표로 보인다. 개를 데리고 나가면 소개팅에서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고 일단 동물을 사랑한다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물론 악용하면 안 되겠지만 이제 개는 명실상부 어지간한 사람보다 잘 먹고 좋은 곳에 살며 소중한 존재로 남게 됐다. 이제 개만도 못하다거나 개를 비유하여 개자식이라거나 욕을 하면 동물학대로 처벌받는 날이 오게 된다. 반대로 개를 앞에서 좋은 말을 하면 모두 통용된다.

매우 재미난 일은 개잼, 좋은 일은 개꿀 등 개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사회에서 좋음의 대명사로 공감대를 갖게 됐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다.

개와 사람은 구분되어야 한다. 아무리 귀엽고 애착이 가도 개는 개고 고양이는 고양이며 모든 동·식물들은 적절한 게 좋은 것이지 과잉보호와 집착으로 자칫 사람이 밀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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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 2023-12-05 08:41:25
전세계 및 우리나라의 동물에 대한 인식변화와 이를 반영할 입법내용 및 동물보호법의 목적과 체계등을 살펴볼 때 이제는 동물의 생명 및 신체의 온전성도 보호법익으로서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가치에 해당되며 이를 보호할 필요성과 당위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볼수 있다
그러므로 동물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하거나 학대하는 행위의 위법성을 더 이상 간과하거나 경시 하여서는 안된다
개식용철폐

콩이 2023-12-05 08:40:20
현재 개식용으로 인한 국제사회에서의 비판과 세계대회에서 싸우고 있는 선수들의 불이익 또한 발생하고 있습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께서는 전세계로 부터 한국의 개식용을 비판하는 편지를 셀수없이 매일 받으셨다고 합니다
개백정은 나라의 수치이고 암적인 존재들 입니다
개백정부터 씨를 말려야 합니다

콩이 2023-12-05 08:37:50
통영 길고양이와 사람의 공존 《통영 섬마을 폐교에 문을 연 첫고양이 학교 》공공형보호ㆍ분양센타로 변신해 모두 버려지거나 길에서 살다 구조된 고양이들 ㆍ섬마을 주민들 공공근로 장소탄생 ㆍ관광ㆍ교육ㆍ길고양이인식전환 유도 활용※(보살피면서 입양보내도록 전국에 폐교 활용하라)동물보호를 목적으로 긴급격리 제도가 결국 안락사로 이어지는 상황은 모순적입니다
공공보호소 수용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보호소 공간이 가득차면 밀어내기식 안락사로 생사를 파악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동물의 삶입니다
인적드문 폐교 활용하라!!!!

매니아 2023-12-05 07:54:44
개식용은 종식되야 합니다 인권유린 개식용 철폐하!!!!!!!!

Seungmijung 2023-12-05 06:51:14
인.권.유.린.개.식.용.철.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