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창] 돌아오는 길
[동심의창] 돌아오는 길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kmaeil86@naver.com
  • 승인 2023.11.03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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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길

                      박두진 

​비비새가 혼자서
앉아 있었다

마을에서도
숲에서도
​멀리 떨어진
논벌로 지나간
전봇줄 위에

혼자서 동그마니
앉아 있었다

한참을 걸어오다
뒤돌아봐도
​그때까지 혼자서
앉아 있었다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혜산(兮山) 박두진(朴斗鎭)은 1916년 경기도 안성군 봉남리에서 태어났다. 19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에  「향현’(香峴)」,  「묘지송(墓地頌)」 등을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초기에는 역사나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작품을 썼고, 후기에는 기독교적 신앙 체험을 고백하는 작품을 많이 썼다.

시집으로 『청록집』(1946), 『오도』 (1953), 『포옹무한』(1981) 등이 있다. 1946년에는 조지훈, 박목월과 함께 청록파(靑鹿派)를 결성하고 청록집(靑鹿集)이라는 시집을 발간했다. 1949년에는 첫 개인 시집인 『해』를 발간했다. 이후 이화여대, 연세대 등에서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1998년에 8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를 그림자처럼 내조한 부인 이희성은 동화작가이다. 이희성 작가는 196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먼나라의 눈」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동화집 『먼 나라의 눈』, 『재롱이의 이별 』, 『준이와 점박이』 등이 있다.

박두진은 윤석중, 마해송 등과 교류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동시를 쓰기도 하였다. 『박두진 동시집-해야 솟아라』는 그의 유일한 동시집으로, 어린이를 위해 쓴 동시 44편과 대표시를 곁들여 엮었다. 그의 동시 「돌아오는 길」, 「하얀 눈과 마을과」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었다.

7.5조의 이 동시의 주제는 외로움이다. 비비새의 표준어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이며 뱁새라고도 불린다. 전봇줄 위에 동그마니 앉아 있는 비비새. 한참을 걸어오다가 뒤돌아봐도 그때까지 앉아 있는 비비새 한 마리. 왜 아이는 그 비비새를 그렇게 유심히 보았을까? 그것은 혼자인 화자가 외롭기 때문이다. 새의 모습이 무척 쓸쓸하기 때문이다. 비비새는 시적 화자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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