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또 터졌다, 전세 사기 폭탄
[덕암칼럼] 또 터졌다, 전세 사기 폭탄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2.0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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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힘이며 현실적으로 삶의 원천이다. 그래서인가 토요일이면 로또를 구입하려는 줄이 장사진을 이룬다.

돈을 버는 목적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의 대안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내집 마련과 전셋집이라도 얻어야 마음 편히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의 허술한 제도를 악용해 소위 먹을 거 안 먹고 입을 거 안 입고 알뜰살뜰 모은 전세금을 날렸다면 그 당사자는 사실상 폭탄을 맞은 전쟁터의 난민과 같다. 필자는 지난 1월 30일자 글에서 전세 사기의 현실적인 대안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마치 예견이나 한 듯 경기도 안산시에서 100억대 전세 사기 사건이 터져 지역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비단 안산시 뿐만 아니라 이런 사기행각은 전국 어디서 언제든 터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에 위치한 도원 스위트빌 1차부터 3차까지 모두 147채가 무더기로 경매에 넘어가면서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인 해당 주택은 세입자 대부분이 시세보다 보증금이 저렴한 도시형 생활주택의 원룸, 투룸에 수천만 원 전세로 살던 20~30대 청년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세입자는 추가로 설치한 부분에 대해 원상복구 책임까지 떠안게 됐다. 안산단원경찰서는 현재 범행의 주체인 양모, 김모 씨 부부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은 임대사업 법인 직원을 통해 보증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세사기 사건은 지난 2023년 4월부터 전세 보증금 반환의 불길한 조짐을 보였다. 계약이 끝난 임차인 100여 명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약 76억 원 규모다. 만기가 남아있는 가구를 고려하면 피해액이 100억 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조사 결과 임대인 부부는 100만 원 가량의 수도 요금조차 체납하는 등 사태는 수습이 불가한 상황이다. 도시형 생활주택 전용 건물인 도원 스위트빌은 원룸과 투룸으로 건설되었다. 부부의 임대법인이 전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10년 동안 월세 없이 대부분 전세로 돌렸고 최근 해당 법인 통장이 압류되는 등 매각 절차를 밟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부부가 챙긴 전세금으로 다른 건물을 짓다가 시공이 불가능해지면서 자금 융통이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20년부터 경기도 화성시에 48가구 규모의 주거용 건물을 지었는데, 해당 사업장은 현재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는 지난해 해당 건물을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공사대금이 부족해 마무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법적으로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도 전체 세대 근저당권 권리 금액이 183억이라 이미 전세금을 넘어섰기 때문에 제대로 돌려받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 건물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면 세입자들의 보증금보다 국세가 우선권이 있다. 설령 경매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맡긴 전세금을 제대로 챙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상가상 3층부터 10층의 총 8세대가 불법 방 쪼개기로 16가구로 나뉘면서 1000만원 상당의 원상복구비까지 변상해야 한다.

누가 누굴 탓할까. 이 또한 꼼꼼한 점검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제 사태의 책임자는 해당 건물을 전세로 중개한 부동산은 물론 알고도 경매에 넘어가도록 방치한 부부와 허술한 점검으로 입주한 당사자 등 모두에게 있다.

향후 수사도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피해를 입은 입주자에 대한 안타까움도 더해진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발생했던 전세 사기의 유형이라는 뉴스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만 피해 당사자는 누구에게도 하소연하거나 보상을 말할 수 없는 처지다.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이 터지면 없는 서민들만 꼼짝없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법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글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생활형 숙박시설인 줄 알면서도 분양받은 후 왜 관계 당국과 단속기관에서 준공이 나고 입주가 진행될 때까지 가만있었느냐는 불만이다.

물 나오는 수돗가에 줄 서서 기다리다 물도 안 나오는 수돗가로 옮겨 줄 섰는데 그 줄이 길다고 없는 물을 내놓으라는 격이다. 처음부터 불법인 줄 알았으면 줄 서지 말았어야 한다. 정상적으로 비싼 값에 주거용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들은 바보라서 법대로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주거환경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었을까.

앞으로도 전세 사기 폭탄은 얼마든지 터질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금전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을 지닌다. 따라서 모든 범죄가 벌이 따라야 하지만 전세 사기나 기타 금융과 관련된 범법자들은 더욱 강한 엄벌에 처해야 한다.

벌이 엄하면 죄에 대한 접근성도 멀어진다. 그리고 자기 자산관리의 주체는 당사자이며 어떤 유형의 범죄에 말려들어 손해를 보더라도 그 또한 최종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다. 안 되는 것을 떼쓴다고 될 일도 아니고 막상 문제가 발생하면 친구·친척, 모든 지인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괜스레 차용을 부탁했다가는 인간관계마저 악화될 수 있다. 이미 당했으면 악바리 같이 찾아보고 그래도 안 되면 빨리 포기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게 현명하다. 오죽하면 전세사기 유형, 특별법, 파하는 방법, 피해지원센터 등 다양한 신조어가 등장할까.

전세 사기의 종류만 해도 깡통전세, 역전세, 이중계약, 위반건축물, 신탁등기 전세 사기 등이 있고 근저당설정, 말소 불이행, 하나의 건물에 대한 중복계약 등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피해에 대한 주체도 당사자이듯 매사에 신중한 검증은 당사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