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하다 하다 별 공약을
[덕암칼럼] 하다 하다 별 공약을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3.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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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아무리 권력이 좋다지만 건들 것이 따로 있고 절대로 건드려서 안 될 부분이 따로 있다. 그동안 정치권이 여야할 것 없이 표만 된다면 손 내밀지 않은 분야가 어디 있던가.

사장과 직원 간에 멀쩡히 손발 맞춰 일 잘하는 사람들 가만두면 어련히 월급 올려주고 때로는 급할 때 야근도 해가며 나름 각자 맡은 일을 잘하고도 남을텐데 어느 날 갑자기 노동자의 권위가 어쩌고 OECD 국가중 순위가 저쩌고 하며 아직 한국 실정과는 다소 성급한 근로기준법을 정한다.

친하던 사장과 직원은 슬슬 서로 눈치를 봐가며 법의 잣대 속에 불편한 관계로 변해간다. 거리를 뛰쳐나와 집단을 이루고 이는 곧 표와 연결되어 어떤 분야든 집단결성만 하면 곧 표가 권리가 되고 권리가 힘이 되어 개정 법안이 정해지니 너도나도 노점상도 교육자, 장애인, 의사, 건설노동자 할 것 없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머리띠만 두르고 집회를 개최하면 일단 당장은 몰라도 얼마가지 않아 법이 마련되고 그것이 먹히니 중립을 지키던 분야들도 슬슬 대열을 갖추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유민주국가에서 집회시위는 국민의 권리다.

하지만 사익이 공익을 앞설 때는 재검토 해 봐야 한다. 최근 의료계와 정부가 국민들을 볼모로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한마디로 의사 표와 국민 표, 누가 많을까. 옳고 그름도 중요하고 의료계의 내부적인 사정도 있겠지만 국민건강이라는 대의명분을 과연 의료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최근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 다투어 군인을 상대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앞서 강조한 것처럼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될 부분까지 손을 내밀며 표를 구걸하는 행태는 유권자들이 표로 심판해야 같은 짓을 안 할 것이다.

숫자상 군인은 약 50만 명이고 직계존속까지 더하면 대략 200만 명, 아니 200만 표로 계산된다. 선거를 앞둔 후보들 입장에서는 이만한 먹잇감이 없다. 가만 두면 어련히 알아서 잘살 수 있는 분야를 모두 망쳐놓았다.

표만 더 받을 수 있다면 가임여성들이 무출산으로 대를 끊어놓겠다고 협박해도 야단치지 못한 채 방관하고 젊은 청년들에게 온갖 명분의 수당으로 가만 놀고 있어도 일하는 것 못지 않은 급여를 지급하며 복지라는 명분의 게으름을 심어주었다.

모든 분야가 중요하겠지만 목숨 걸고 국경선의 경계를 맡고 있는 신성한 국방 분야까지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며 앞으로는 군기를 해이하게 하고 뒤로는 줄줄 새는 국방비리가 만연해 걸핏하면 뉴스의 첫 화면을 도배하는가.

쓸데없는 공약으로 아침구보까지 거부하는 군인들이 있고 일선 장병들에게 배급해야할 돼지고기까지 수입산을 국산으로 속여 가며 빼 먹다가 도마뱀 꼬리 자르듯 업자만 처벌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관심에서 멀어졌다.

아니 잊혀졌다. 군인은 군인다워야 한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학생은 학생다워야 하고 주부, 노인, 여성, 남성, 전문분야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 맞게 제 모습답게 살아야 한다. 정치권이 쓸데없는 공약만 덜해도 대한민국이 이렇듯 도덕적으로 병들고 게으른 나라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노인표가 줄어들고 젊은이들 표가 많아지면 경제성 없고 쓸모없는 노인들 안락사권장법까지 공약으로 나오고도 남을 일이다.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이 줄어들어도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정보장이나 배려는 전무하다.

지금도 인터넷 채팅에 가출소녀가 잘 곳을 찾으면 벌떼처럼 굶주린 변태성욕자들이 줄을 선다.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아이들조차 제대로 먹이고 재우지 못하면서 표가 많은 분야라면 스님에게도 고기를 선물하고 목회자에게도 술을 팔고도 남을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대한민국 국방비 대비 군사력의 사기는 군사기밀이라 표현할 수 없지만 2023년 국군의 날 열병식을 북한 군인들의 열병식과 비교해 보면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더 말할 나위도 없이 내부적으로 아무리 강력한 군기가 서 있더라도 외부적인 모습에서는 대한민국이 북한군의 열병식에 비해 형편없다는 것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군인들 피곤하게 할 것 없이 열병자체를 안 하면 외국에서 보는 이목이 비교되지는 않았을 것일진대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다. 이번 총선에서 현재보다 더 복지를 향상한다고 공약들을 남발한다.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는 하루 장병 급식비 단가를 2,000원을 추가해 장병 만족도를 높이고 장병 정신건강을 위한 전문상담, 자살 예방 교육, 정신건강 상담, 대인관계 소통, 멘토링 지원 등에 대한 관련 인력도 보강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근무지 이동이 잦은 직업군인들의 이사화물비도 지원하고 군인 부부 자녀를 방과 후 늘봄학교 우선 대상으로 지원해 자녀 교육과 돌봄 부담을 경감할 예정이라고 한다. 군무원 당직비 수당도 인상시키고 오지 근무자는 숙소도 지원한다는 것이다.

전사하거나 순직한 군인 등의 유족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군무원 당직 근무비를 일반 공무원 수준으로 올리고 장기근속한 군 간부에게는 1인당 30만원을 격년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초급간부에게는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 지원을 늘려 개인 주거 선택권을 확대하고 병사 휴대전화 요금할인 비율도 20%에서 50%로 인상한다.

소요 비용은 이동통신사와 정부가 절반씩 부담할 방침이다. 현행 예비군 동원훈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1년 단축하는 방안도 공약에 포함됐다. 안 그래도 인구감소로 병역이 모자란다면서 이건 또 무슨 명분으로 공약사항에 포함했을까.

동원훈련 보상비도 현행 8만2,000원에서 16만원까지 인상되어 1,486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대부분이 국비 재정인데 세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국민이 내는 돈이다. 누가 세금을 내고 누가 생색을 내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동안의 왜 안 했을까. 갑자기 총선 앞두고 지금 뭐하는 오지랖일까. 국방비도 국민 세금이고 세금 대비 효율성에 관점을 두어야지 득표와 연관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