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너는 조국을 위하여 무엇을 하였느냐
[덕암칼럼] 너는 조국을 위하여 무엇을 하였느냐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4.04.0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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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래전 필자가 초등학교 재학시절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철암동 지역에 동점역이라는 간이역이 있었다. 기차역 벽면에 붙은 포스터에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갓을 쓰고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키며 상단에 쓰인 글귀가 바로 ‘너는 조국을 위하여 무엇을 하였느냐’였다.

어린 나이에 별 생각 없이 바라보다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가보다 했는데 세월이 훌쩍 지나 지금 돌이켜보면 나 혼자 먹고 살려고 애썼을 뿐 나라를 위해 무엇 하나 한 건 없었다. 그나마 시키지 않아도 해 본 건 해마다 나무를 심은 게 전부였다.

작년에도 그전에도 해마다 나무를 심으며 마치 애국이라도 한 것처럼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다. 지난 2023년 11월 3일 대한생활체육회 임원들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개최된 세계생활체육연맹 총회에 참석해 회원자격을 취득했다.

3일간의 행사가 끝나고 귀국하는 일정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도로변의 풍경이 이국적이면서도 기억에 남는다. 가이드 안내에 의하면 독일 국민들이 전범국가이다 보니 그 많은 전쟁 보상을 다 마치고 다시 부국으로 자리 잡은 이면에는 국민들의 녹화사업이 근본이었다는 점이다.

틈만 나면 나무를 심어 넓디넓은 벌판이 모두 울창한 숲이었다. 간혹 주거지도 있었지만 한눈에 봐도 숲은 그 나라의 정서와 분위기를 파악하는 소재로 부족함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의 산림 또한 만만찮은 푸름이 있지 않았던가.

돌이켜보면 1960년만 해도 우리나라 산은 대부분 벌거숭이였다. 너도나도 연료를 대신할 소재가 없다 보니 산에 나무하러 간다는 말이 당연했고 또 집집마다 장작을 쌓아놓으면 마음까지 푸근했던 시절이 있었다.

다행히 석탄이 생산되면서 벌목은 중단됐고 국책사업으로 산림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동원해 나무를 심었고 지금도 각종 관변단체나 기업체 별로 식목일 행사를 마련한다.

특히 요즘 같은 봄철이면 서울특별시 양재동 꽃마을과 전국의 묘목판매장은 불티나게 매출이 오른다. 나무도 용도에 따라 여러 종류다. 목재로 쓰기 위한 소나무, 박달나무, 관상용으로 분재도 있고 봄꽃이 만발하는 벚나무, 목련, 열매를 따기 위한 밤, 대추, 잣나무도 있으며 공원과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등 다양하다.

나무를 심는 것은 간단하지만 심은 자는 잊어도 나무는 자란다. 약 9년 전 제70회 식목일을 맞아 안산 단원병원 인근 지역에 수십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7년 전 제72회째에도 같은 장소에 황금 측백 100그루를 심었다.

제73회째는 호수공원에 시민기자단과 함께 유실수를 100그루를 심었고 2년 전에는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에서 공수해 온 대나무 묘목 500그루를 심었다. 심을 때는 그러려니 하며 바쁜 일상에 잊었지만 간혹 심은 장소에 들러보면 언제 저렇게 컸는지 신기할 만큼 성장해있다.

그동안 물 한번 안 주고 심어만 놨는데 비 맞고 눈맞아가며 저대로 자라서 몰라보게 컸다. 지금보다 10년쯤 더 지나면 어떤 모습일까. 독자들도 궁금하시면 마당과 가까운 공원에 한 그루 나무를 심어봄이 어떨까.

국민 한 사람이 한 그루면 5천만 그루다.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작은 실천이 나라사랑의 첫 걸음이라는 것과 자라나는 아이들이 따라 하고 땅은 나무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식재도 중요하지만 관리가 더 중요하다. 한번 심으면 특별한 화재나 천재지변이 없는 한 새들의 둥지도 되고 더운 날 그늘도 제공하며 봄에는 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자연의 섭리를 알려준다.

비단 인공적인 식수 말고도 자연적인 숲의 변화는 참으로 신기하다. 홍수도 막아주고 다 커서는 목재로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는데 한순간의 실화로 걸핏하면 대형 산불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10일간 820대의 소방헬기가 동원되어서야 겨우 진압됐다. 소실된 면적만도 서울시 3분의 1만큼이나 불타버렸다. 나무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다.

하늘의 햇볕과 바람, 비와 땅속의 자양분이 키우는 것이고 진정한 소유자는 산새와 동물, 곤충과 시냇물과 송사리와 가재가 주인이다. 1949년 시작된 식목일은 올해로 제79회째를 맞이한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7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약 2도 가량 상승했다. 2도쯤이야 하겠지만 빙하는 녹고 있고 저탄소 정책도 겉돌고 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밀림도 인간의 탐욕으로 헐벗은 모습이다.

굳이 남의 나라 얘기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이라도 나무 한 그루 심어보면 어떨까. 아직 평생 동안 한 그루도 안 심어봤다면 올해는 묘목 시장 가서 몇 그루라도 심어놓고 수년이 지난 후 가보면 알게 된다.

자연이 얼마나 자상하고 정직하며 신의 섭리가 위대한지 체감하게 된다. 미루다 보면 평생 나무 한 그루 못 심어 보고 노년을 맞이하게 되며 이름은 남기지 못하더라도 나무는 남겨야 한다.

안 되는 당선을 위해 침 튀기며 상대 후보를 쓰레기로 표현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작 유권자들에게 식목일 나무 심는 후보가 되어보면 어떨까. 나무가 자라는 만큼 지역도 성장시키겠다고 공약하고 나무처럼 무한대로 베푸는 후보가 되겠노라고 큰소리치며 한 그루 나무가 모여 울창한 숲이 되듯이 올바른 후보에 대한 한 표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고 호소하면 어떨까.

자신의 사비도 아니면서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화려한 공약보다 소박하지만 정직한 나무 심기를 권유하는 후보가 더 민심을 얻지 않을까. 4월 10일 선거를 앞두고 나무 심자는 후보를 본 적이 없다.

이 좋은 소재를 두고 활용하지 못하는 후보들의 안목이 의심스럽다. 표심을 얻으려면 감동을 주고 유권자들에게 믿을만한 소재로 공감대를 형성해야 선거에도 승리하는 것이지 덮어놓고 당선 욕심만 부리면 역효과다.

하기야 알려줘도 알아들을 리가 없으니 말해 뭐하랴. 너는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하였느냐에 대답할 수 있는 후보가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