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는 이름 뿐 우람한 체격의 젊은 남성, 미끈하게 빠진 몸매를 자랑하는 20대 여성들이 선점, 자리의 명패가 무색할 지경이다.
때마침 열차에 오른 70대 노인이 꽉 들어찬 승객 틈새를 비집고 어렵사리 ‘어린이, 노약자 보호석’을 찾았지만 이미 젊은 승객들이 자리를 차지, 긴 한숨을 쉬며 머리를 떨군다.
젊은 승객들은 ‘선진조국’ 건설의 역군으로 열심히 일하느라 피로에 지친 듯 눈을 감은 채 이미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있다.
잠시 후 인기척을 느낀 듯 젊은 승객들은 부스스 잠에서 깨어나 실눈을 뜨고 노인승객을 올려다보고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노인은 장탄식을 하며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어쩌다 좋은 시절 다 보내고 늙어버려 이렇듯 천덕구니 신세가 되어버렸을까. 늙은 친구야, 젊은 시절 돈 좀 많이 벌어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닐 것이지 누가 혼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는가”
곤히 잠든 젊은 승객을 바라보며 노인은 서글픔과 서러움으로 만감이 교차된다.
분명 이곳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며 ‘경로효친’ 사상이 엄존하고 있다.
젊은이들이여, 당신들도 늙고 병들며 그리고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감은 만고의 진리다.
어서 잠에서 깨어나 당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머리위에 걸려있는 ‘어린이, 노약자 보호석’ 명패를 살펴보고 각성을 해주길 바란다.
김영덕 (서울 광진구 풍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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