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칠 수 없는 박물관·미술관
지나칠 수 없는 박물관·미술관
  • 박찬일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5.01.20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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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골동품점에 작자미상의 그림이 있다고 가정하자. 캔버스에는 지나간 세월을 알 수 없을 만큼 닳고 닳은 신발이 스케치 되어 있다.

골동품점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그림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도, 혹은 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 또 하나의 가정이 있다.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그림이 골동품점에 놓여 있다.

아까와 똑같은 신발 그림이다. 이제는 신을 수 없게 된 한 켤레의 신발이 축 쳐진 채 묘사되어 있다. 골동품점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반 고흐의 그림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몰리겠지만, 지나칠 사람들은 지나칠 것이다. 이 두 가지 가정에서 오는 공통점은 무엇이고 차이는 무엇일까?

예술을 향유함에 있어서 얻게 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예술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사유를 통한 즐거움, 예술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눌 때 오는 즐거움, 예술을 통한 작가와의 소통에서 오는 즐거움 등 모든 것이 다양한 의미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분출할 수 있는 사회 여건과 장치가 마련되면서, 작품을 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남게 되었다.

각종 SNS, 블로그, 홈페이지 등에는 이미 그에 대한 제안이 마련되어 있다. 사람들은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남기고, 후기를 남긴다.

예술을 접하면서 안목을 넓히는 동시에 커뮤니티도 활발히 형성되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그 활동이 미비하다.

우리나라 박물관·미술관에는 다양한 작품과 문화유산이 전시되어 있다. 관련 책자도 만들어지는가 하면, 특색 있는 행사도 빈번히 눈에 띄지만 정작 관람객들의 소통을 위한 자리는 많지 않아 보인다.

사람들의 의견욕구를 표출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면 머무는 시간은 더 길어질 것이고, 오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굳이 장이 아니더라도 그 지역 박물관·미술관만의 개성을 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고만 가란 식의 구성이 수많은 박물관·미술관의 관람객들을 내쫓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또한 관련 규정 미비로 유물 관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곳이 있는가 하면, 매년 많은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곳도 부지기수다.

매년 박물관·미술관·갤러리 등의 전시공간이 줄고 있다. 이는 기존 작가들의 생계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나아가 세계와 견주어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 예술의 경쟁력 자체가 떨어지는 형태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가 된다.

마침 경기도가 89개 공·사립 박물관·미술관에 27억을 지원한다고 한다. 허울 좋은 구성이 아니라 내실 좋은 박물관·미술관을 건설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예술을 최대한 즐겁게 향유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박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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