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에서 커다란 마음의 양식을
작은 도서관에서 커다란 마음의 양식을
  • 설석용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15.01.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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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과거 주말 예능프로그램이었다. 독서량이 적은 현대사회에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독서의 가치를 되새기며 ‘작은 도서관’ 열풍을 몰고 왔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바쁜 생활 속에서 책을 가까이 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창시절 소설과 시 같은 문학작품은 시험을 위해서 배웠다. 작품에서 원하는 것처럼 상황을 떠올리고 그 감정을 느껴야 하는데, 시험이라는 압박 속에서는 암기가 우선적일 수밖에 없었다.

작품을 이해할 만큼의 여유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책 속에 있는 내용들이 아무리 재미있고 감동적이라고 한들 시험과 연결된다면 암기해야 하는 시험범위에 속하고 만다.

수능을 앞둔 고3 교실을 가보면, 몰래 뒷자리에서 소설책을 펴 놓고 읽다 걸려 혼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는 독서보다 시험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생활에서 책이 멀어진 이유는 시험과 경쟁으로 도배된 사회적 문제다. 문제의 본질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걸음마만 떼면 어린이집으로 가 조기교육을 받는다. 교육이 시작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필요에 의한 공부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대학입시제도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면 교육이 시작된 어린아이는 20살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무한 경쟁과 시험을 치러내야 한다.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해야 하고, 입시에 필요한 공부를 해야 한다.

대학생이 된 20대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취업에 필요한 공부를 해야 한다. 이런 성장과정에서 독서를 할 여유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성장과정을 거친다면 책은 교과서나 참고서가 유일할 것이다.

독서량이 적어진 것을 분명 사회적으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 TV예능프로그램에서도 독서를 권장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했었고, 도서관 설립을 추진하는 등의 노력을 가했다.

잠시 반짝했던 도서관 열풍이 사그라드는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시 생활로 돌아오면 또 다시 경쟁 속에서 필요에 의해 책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깊숙이 자리 잡은 경쟁의식은 사회구조의 전반이 바뀌지 않는다면 여전할 것이다.

독서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의지가 부족하거나 습관으로 형성되지 않아 마음처럼 잘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음의 여유는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예전만큼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회구조가 독서를 방해하고 있다면 사회환경을 바꿔 책을 권장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서관의 작은 변화가 다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린다면, 그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각박한 삶 속에서 마음의 양식을 다지는 시간을 충분히 갖길 바란다.

설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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