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공무원의 미래는 어떨까
[덕암 칼럼] 공무원의 미래는 어떨까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9.0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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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약 20년 전 공무원조직의 직장협의회가 구성되어 노조결성의 기반을 다지던 때가 있었다.

전남 해남 땅끝 마을에서 임진각까지 국토종단을 하며 의지를 다지던 안산시청 공무원들의 행군은 따가운 땡볕 아래서도 한걸음씩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지친 몸으로 경기도 오산을 지나 올 때 즈음 필자가 마중을 간적이 있었다.

대형 트럭을 운전하며 적재함 양쪽에 현수막을 걸고 경적을 울리자 도로 양쪽으로 행군을 하던 직원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었고 너나 할것 없이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했다.

현수막에는 “여러분이 안산시민의 희망입니다.” “공무원이 잘살아야 나라가 잘 산다”였다. 박봉에 각자의 분야에서 애쓰는 직원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주고자 했던 시도는 기자가 미친 짓 했다고 조롱과 비난을 샀지만 그렇게 시작된 공무원과의 인간관계는 지금의 종합일간신문의 회장이 되기까지 다양한 정보입수와 특종으로 언론인의 기반을 다지는 초석이 됐다.

세월이 흘러 공직사회의 불편한 진실까지 파헤치며 청렴하고 자긍심 넘치는 직장이 되도록 언론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고 현재도 그러한 견해는 변함이 없다.

공무원, 그 자리를 위해 시험공부도 하고 나름 많은 애를 쓰지만 지방직만 하더라도 집안의 영광이요 평생직장은 맡아놓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일단 합격만 했다하면 먹고 사는 건 걱정 없다며 철밥통 이라 칭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박봉에 평생 모아봤자 집 한채 사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지방중소도시의 이야기고 전국적으로 공무원에 대한 견해가 자칫 편견의 대상이 될까 우려하는 마음에 객관적인 사설을 펴고자 한다.

최근 뉴스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임기 동안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이행하느라 5년 동안 중앙정부 소속 국가공무원 인건비 예산이 내년에는 41조원 이상으로 편성됐다며 박근혜 정부 임기 말 32조원 수준과 비교했다.

지난해 중앙정부 공무원 수는 74만6267명으로 2016년에 비해 11만7267명 증가했다. 문제는 공무원 숫자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닐진대 하마평부터 레임덕 현상인지 평소 가만 있다가 새삼 발견한 것처럼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물론 공무원 숫자 많아서 망한 나라는 있어도 성장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 교원과 소방·경찰을 포함한 행정부 공무원만 110만6552명이고 국가정보원과 마을 이장까지 포함하면 180만 명에 이른다.

이미 2018년 6월말 기준 공무원 총원은 168만3,557명이다. 공무원은 죽었다 깨도 수직관계에서 상급 기관의 지시에 순응해야 한다.

최상위 계급에 있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더 많은 직원들을 거느리게 되는 것이다. 인구 20명 당 공무원이 1명인 한국과 비교해 볼 때 영국, 캐나다, 네델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국가는 인구 400명당 1명이라는 점은 과하다 싶을 정도다.

하지만 행안부는 경찰 1만5000명, 교원 1만4000명, 소방 1만4000명, 사회복지 9000명 등을 충원해 국민안전 확보 및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며 교원·소방공무원은 법정 기준 등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더 모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요즘처럼 취업자리가 하늘의 별따기인 시절에 일단 합격만 하고 보자는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다.

필자는 공무원이 박봉으로부터 해방되어 먹고 살만해지면 그만큼 대국민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기대될 거라는 판단이다.

공무원 숫자가 많다며 성토하는 입장에서도 집안의 누구든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에는 같이 기뻐할 것이라는 이중성을 엿볼 수 있다.

공무원, 전체 직원 중 어떤 분야든 나름대로 국가의 녹을 받아먹고 산다는 공복의 사명감과 국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일한다는 공무수행의 자부심으로 평생을 바치는 직업이다.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며 그러라고 윤리규정 또한 엄격한 것이다. 물론 일부 공직자의 비윤리적 언행과 몰지각한 행위로 전체가 지탄을 받기도 하지만 부분을 보고 전체를 판단한다면 이 세상 먼지 안날 업종은 또 어디 있을까.

공무원의 수입은 사람 사는 세상의 평균치보다 다소 낮다고 볼 수 있다. 급여로 직분을 폄하 하자는 게 아니라 귀한 몸으로 태어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보다는 인사규정대로 자리를 맡아 일해야 한다는 환경을 감안할 때 받는 급여가 적다는 것이다.

각종 복지혜택을 감안하더라도 제 아무리 모아봐야 집 한채에 자녀들 성장시킨 것이 전부고 잘해야 퇴직금과 연금이 전부라면 나라가 주는 대가치고 인색하다 할 것이다.

정부가 공무원을 많이 채용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숫자 대비 급여가 충분치 않다면 이는 직무대비 잉여공무원만 증원시키는 격이 된다.

‘영여’ 남는 공무원, 공무원이나 국민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이제 사무자동화와 모든 업무에서 대한민국은 전세계적으로 전자정부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기존의 구태의연한 환경을 개선하여 공직자가 보람을 체감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능률에 맞게 고액의 급여도 책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철밥통 이라는 모욕감도 떨쳐내고 수직관계의 공직사회가 수평적이고 청렴하게 운영되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회사 같았으면 현재 지급하는 인건비 대비 업무의 효율성을 감안할 때 정리해고 대상이 몇 명이나 될까.

언젠가는 공직사회도 사각지대에서 놀고먹는 인력들을 청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될 것이다.

그날을 위해 평소 국민에게 신뢰받고 모든 업무에서 필요한 자기가치의 개발에 몰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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