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왼손이 하는 일은 오른손도 알게 하라
[덕암 칼럼] 왼손이 하는 일은 오른손도 알게 하라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9.06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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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마태복음 6장3절을 보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풀어보자면 선행을 자랑하지 말고 마음에 있는 그대로 남모르게 행하라는 뜻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굳이 생색을 내고 해도 믿어줄 사람들이 드물고 선행을 빙자한 짝퉁들이 도처에 판을 치니 정작 꽃길을 걸어야할 천사의 발걸음은 사막을 걷는 것과 같다.

멀리 비교할 것도 없이 국가가 막대한 사회복지 예산을 세워서 물 쓰듯 써대는데 정작 뿌린 돈이 콩나물 시루에 물 주는 것도 아니고 새는 게 눈에 보인다.

그나마 모은 세금으로 이래저래 명분 만들어 나눠먹는 것은 재주겠지만 남을 돕는답시고 화려한 홍보영상 찍어 동정표로 긁어모은 돈까지 기부단체 직원들의 상여금이나 기타 명분으로 샌다면 이는 아니함만 못하다 할 것이다.

물론 외국의 경우 100원 거둬 30원만 기부해도 잘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모금 대비 불투명한 전달과정을 누가 언제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불투명한 동정에 대한 국민들 인식은 점차 싸늘해지기 마련이고 종래에는 제도권에 해당되지 않는 복지사각지대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봉착하게 된다. 남을 돕는다는 것, 막상 해보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반드시 돈을 주는 것만 기부이고 희생이며 사랑일까. 가진 것이 옷이면 누더기 거지에게 훌륭한 의복이며 가진 게 지식이면 배우지 못해 학원 근처에도 못가는 학생에겐 천금같은 선물이다.

2021년 보건복지부 예산은 90조를 넘었다. 어디에 어떻게 쓰기에 결식아동이 300만 명이 넘고 고독사 노인들이 지천에 늘어가며 단전·단수 가구가 수십만일까.

이미 제도권에 자리잡은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들이나 기관단체들의 수입지출 경위는 안정적이다.

물론 종사자들의 근무여건이나 보수 및 제반 여건은 충분히 흠 잡을데 없이 갖춰졌지만 사각지대의 불안정한 수혜자들 문제에 대한 대안은 그리 마땅치 않은 편이다.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했다. 포괄적인 측면에서 사회복지란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기타 사회구성에 필요한 모든 부족함을 채우는 영역이다.

당연히 발단과 과정과 결과가 있게 마련이지만 워낙 방대하다보니 기준이나 관련 법안이 거미줄처럼 복잡한 것이다.

오늘은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을 증진하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로서 2000년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해 매년 9월 7일로 지정된 날이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처음 공포된 날이 1999년 9월 7일이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빈곤의 원인을 개인이 아닌 국가의 책임으로 간주한 법률로 최저생활 보장과 함께 자립·자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법대로 하자면 빈부격차는 최소화 되어야 한다. 하지만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의 원인을 보면 국민 누구나 공감하듯 돈이 문제가 아니라 돈을 만드는 방법이나 환경이 문제라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부동산 가격이 그러하고 아무리 노력하려 해도 일할 자리가 없는 사람들의 불안함이 그러하다.

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누가 아이를 낳을 것이며 그렇게 줄어든 인력의 부재는 역사적 숙제이기도 하다.

이런식으로 꼬리를 문다면 결국 사회복지는 국가 경영의 중요한 핵심으로 돌아간다. 무릇 어떤 일이든 과유불급 이라했다.

자유가 과하면 방종이 되듯 편리함이 과하면 나태함으로 변하는 게 인간의 이기적인 본능일진대 살아 움직여야 할 생명체에게 앉아라, 누워라, 잠들어라 한다.

휴식이 노동을 전제로 달콤한 것이듯 복지도 최소한의 노력이 전제되었을 때 부족함을 국가가 채워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복지라는 명분으로 온갖 예산을 풀어대니 게을러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듣도 보도 못한 수당에 신조어가 섞인 자금까지 오직 돈으로 자본주의 사회를 병들게 한다.

복지예산이라는 진통제는 통증이 심할 때 복용하는 것이지 습관적으로 오용하면 나중에는 약발이 안 먹힌다.

가만 앉아서 ‘복지’하며 손도 까딱하지 않으려는 국민이 점점 늘고 있다. 당초 설립 취지도 흐려지고 대대적인 점검이나 청소작업이 필요하다.

구석진 곳에서 놀고먹는 종사자들은 죄다 솎아 내서 새로운 일거리를 창출하든가 엉뚱한 예산의 지출을 방관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 돈이면 충분히 사각지대에 몰린 수혜자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 남을 도울 일이면 이웃이나 주변이 알게 하자.

그래서 투명한 기부문화가 당연한 미풍양속으로 자리 잡도록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남도 알게 하자.

진정한 보편적 복지가 대한민국 구석까지 자리 잡으려면 겉도는 복지행정이 현실적 실행으로 이어지도록 폭넓은 의견들이 수용되어야 하며 청렴하고 공정한 기준으로 지출함으로써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야 한다.

이름만 걸쳐놓고 지금도 고액의 연봉에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철밥통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하며 국민재난지원금조차 받을 카드나 휴대폰도 없이 방치된 국민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공감해야 한다.

진정한 복지란 사는 사람만 더 잘사는 게 아니라 살수 없는 사람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오늘도 사회복지 분야 각처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남모르는 봉사에 힘쓰는 많은 분들에게는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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