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는다
[덕암칼럼]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는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3.24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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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조기 치료, 사전 예방, 병을 키우는 게 아니다. 질병에 대한 장담은 누구도 못 한다. 물론 사고도 마찬가지지만 원해서 당사자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같은 질병 상해를 대비해 만들어진 제도가 보험이다.

멀쩡하던 사람이 아침에 깨워도 일어나지 않으니 밤새 안녕이란 말이 있는 것이고, 사소한 바이러스가 호흡이나 피부점막을 통해 침투할 수 있으니 감히 그 누구도 큰소리치고 살 수 없는 게 사람 사는 이치다.

특히 제 아무리 조심해도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으로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량은 세상을 아무리 선하게 살았더라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을 마감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오늘은 그 많은 질병 중 결핵에 대해 알아본다.

앞서 서론이 길었던 것은 결핵이 전염병이라는 점에서 조심해야 하기에 사전 예방 차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먼저 결핵은 과거 없이 살던 가난한 국가에서 유행했던 폐질환이었다. 결핵은 결핵균이 침입하여 발생하는 병인데 호흡기 분비물로 옮겨지는 전염성 질환이다.

가령 지하철이나 다중이용시설에서 충분히 감염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환자와 접촉하는 가족 중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든지 결핵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데 무조건 걸리는 건 아니지만 체내의 저항력이 약해지면 발병할 확률이 높다.

결핵은 폐, 신장, 신경, 뼈 등 우리 몸속 대부분의 조직이나 장기에서 병을 일으킬 수 있는데 폐결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공기를 통하여 전파되는데 결핵 환자가 말하거나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하면 결핵균이 포함된 미세한 분비물 방울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숨을 들이쉴 때 공기와 함께 폐로 들어가 증식하여 감염이 진행되는 것이다.

결핵균은 다른 병균처럼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보다 천천히 증식하면서 우리 몸의 영양분을 소모하고 조직과 장기를 파괴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괜히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체중이 줄고 무력감이나 쉽게 피로를 느낀다면 일단 의심해볼 증상이다.

결핵 중에서 가장 중증인 수막염은 주로 소아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두통, 구토, 발열, 의식 혼탁, 경련, 혼수상태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속립성 결핵은 다량의 결핵균이 이미 혈액 속에 퍼졌을 때 발견된다.

결핵의 치료 방법은 항결핵제를 사용하는데 내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약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병합화학요법을 채택한다. 물론 약의 양도 많고 각종 부작용도 대비해야 하며 소변을 보면 붉은 색의 혈뇨가 나올 때도 있다.

간혹 상당한 가려움증도 나타나는데 힘들다고 약을 중단하면 내성이 생겨 더 강한 약을 쓰더라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치료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어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항결핵제를 1차 약이라고 하며 그보다 효능은 떨어지면서 부작용은 더 심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항결핵제를 2차 약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청력 장애와 평형감각 장애, 위장 장애, 경련과 정신 이상, 관절통, 시력 장애나 말초 신경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부작용이 나타나면 투약을 중단하지 말고 다른 약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막상 현실적으로 쉬운 게 아니다.

결핵 치료가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약물 복용을 조기에 중단하는 것과 불규칙하게 치료하는 것이 문제다. 환자가 임의로 투약을 중지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결핵균의 약에 대한 내성을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하여 약을 먹지 않는 것보다도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위험한 결핵환자가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을까. 2022년 한 해 동안 전세계적으로 150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했다. 한국은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잠복결핵 환자 수 또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겉으로는 선진국이지만 아직도 빈민 국가에서 나타나는 콜레라, 장티푸스만 없을 뿐이지 결핵은 여전히 한국사회의 결정적인 핵폭탄이다. 환경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피하는 게 상책인데 어디 사람 사는 사회가 그렇게만 할 수 있는가.

결핵 환자를 가장 많이 양산하는 곳이 정치인들이다. 걸핏하면 서울 광화문광장에 수 만 명씩 몰려다니며 구호를 외쳐대니 당연히 입을 여는 순간부터 비말이 공기 중에 전파되는 것이며 한번 감염된 사람이 잠복결핵 환자가 되어 다음 모임에서 또 큰소리를 지르면 멀쩡한 사람도 감염되는 것이다.

그 다음이 종교시설인데 찬송가나 찬불가, 기타 소리 내어 기도를 올리니 이 또한 잠복 결핵환자의 침이나 분말이 전파되기 딱 좋은 환경이다. 나머지 대중교통 이용은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조금만 조심하면 예방할 수 있을 일을 방관하며 설마하다가 병원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다.

어렵사리 고생해서 겨우 먹고 살만한데 결핵에 감염되면 누굴 원망하며 주변 가족은 무슨 죄인가. 물론 당사자도 걸리고 싶어 걸리는 건 아니겠지만 완치환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 과정이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손에 한 움큼씩 약을 들고 있노라면 별 생각이 다 든다고 한다. 말라가는 육체와 온갖 부작용에 고통스럽지만 결핵균을 잡다가 생사람 잡겠다는 판단이 들만큼 약제 사용의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거론한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의 의미를 반복하자면 원해서 결핵에 걸리는 사람은 없지만 초기 치료에 적극적으로 약제를 복용한다면 1차에서 그칠 수 있지만, 2차에서도 못 막으면 결국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죄 없는 주변인들까지 모두 북망산천의 동반자로 끌고 가는 물귀신이 되는 것이다.

결핵의 원인은 감염도 있지만 체질이 건강하면 면역성도 강해진다. 지금처럼 옴짝달싹 안 하고 방구석에 틀어 박혀 스마트폰만 조물락 거리다 외출하면 영락없이 표적이 되는 것이니 건강을 위해 운동과 충분한 영양섭취, 그리고 수시로 검사를 받고, 감염이 되었다면 즉각 초기에 치료를 하는 것이 무사히 살아남는 길이다.

막상 일이 커지면 감염된 자신만 손해지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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