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모기가 처서한테 주눅 든 이유
[덕암칼럼] 모기가 처서한테 주눅 든 이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8.21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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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는 23일은 24절기상 처서에 해당된다. 처서는 입추와 백로 사이에 있는데 올해는 8월 23일이다.

한동안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횡포에 가까운 온도로 지구촌을 달구었지만 어쩌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편이다. 필자도 60년을 살아보았지만 이때가 가장 뜨거울 때다.

무더위로 말하자면 끗발이 한창 오를 때인데 요때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서히 서늘한 기운이 밤공기에 묻어 내린다. 풀벌레 소리도 매미의 요란한 울음도 뚝 그치는 절기인데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옛말에 처서가 지나면 참외 맛이 없어진다거나 모기입도 삐뚤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모기가 힘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 필자가 살고 있는 산골짜기에는 여름 내내 산모기가 지독한 성화를 부린 바 있는데 요즘 들어 물어도 왠지 따갑지도 않고 빌빌 거리며 흉내만내다 제 풀에 주저앉는다.

그 살벌한 비행소리는 어디로 가고 독한 침으로 한번씩 빨대를 꽂아대면 며칠이나 상처가 가려울 만큼 전성시대도 있었는데 요즘은 영 신통치 않다. 처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말도 있고 산소에서 벌초를 하며 대추가 맺히기도 한다.

오늘은 크기는 작을지라도 여차하면 강한 바이러스를 전파해 인명을 해치는 모기에 대해 알아보자. 이유인즉 지난 20일이 ‘세계 모기의 날’이기 때문이다. 좋지도 반갑지도 도움도 되지 않는 모기에 기념일을 정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큼 비중이 있기 때문이며 쉽게 넘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모기는 곤충강 파리목 모기과에 속하는 동물의 총칭이다. 유충은 ‘장구벌레'라고 부르며, 파리, 바퀴벌레와 함께 대표적인 해충으로 취급된다.

전 세계에 약 3,500종이 있는데 한국엔 11속 57종 아종 포함 59종이 있다. 조그만 모기의 역사는 실로 매우 깊다. 1억 7천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에 처음 등장하여 뛰어난 번식력과 끈질긴 적응력으로 멸종에서 살아남아 지구 전역에 퍼져나갔다.

이게 도시나 시골을 가리지 않고 틈만 있으면 어디든 침투가 가능하다. 문제는 사람피를 빠는 것이다. 임신한 암컷이 산란기가 되면 알의 생육에 필요한 단백질을 보충하고자 짐승과 사람의 피를 빤다.

단순 흡혈은 건강한 사람에겐 약간의 가려움증을 제외하면 건강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흡혈하는 특성상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을 마구잡이로 옮기고 다니며 전염병의 매개체 역할로 인해 모기의 위험성은 큰 편이다.

크기가 작다고 얕봤다가는 실수다. 특히 말라리아는 대표적인 매개체로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는 기생충이기도 하다. 통계에 따르면 모기로 인한 감염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연간 720,000명 정도로 뱀이나 개와 비교도 못할 만큼 강한 독성을 갖고 있다.

말라리아, 필라리아, 황열병, 뎅기열, 서나일열, 일본뇌염 등을 옮기고, 개와 고양이에겐 치명적인 심장 사상충을 옮기는 등 22가지 전염병의 매개체다. 그렇다면 모기는 어디서 생겨날까. 평균 온도가 10도 이상을 유지하며 고정적인 물웅덩이만 있으면 대량 증식할 수 있어 특히 건물의 정화조 같은 곳에 많다.

긴 세월 버텨 온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조그만 한 것이 순발력은 장난 아니다. 필자도 한 여름 대략 100방 이상은 물렸는데 자다가도 앵앵거리는 소리는 소름이 돋는다. 밤잠을 설치고 잡으려 사투를 벌여보지만 워낙 빠르고 날쌘 속도를 이겨내기 어렵다.

모기의 순간 선회 속도가 인간의 안구 회전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인데 파리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날개가 시원찮고 오래 날지 못하다보니 벽이나 천장에 붙어서 쉬는 틈을 노려야 한다. 이렇듯 추격전을 벌이다 보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을 만큼 어이없다.

어쩌다 심혈을 기울여 잡아보면 유혈이 낭자하고 헌혈도 제대로 못한 잘못을 뉘우치게 된다. 굳이 꿀팁을 드리자면 모기의 비행속도 시속 2.4km 선풍기 풍속이 10배는 넘으니 바람으로 쫓아낼 수는 있다.

모기 한 마리 무게가 2~3mg에 불과하므로 선풍기 바람에 날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모기가 날기만 할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리도 있고 속도가 느려서 그렇지 걷기도 한다. 중요한건 무엇보다 안 생기게 하면 되는 것인데 민물뿐 아니라 바닷물, 웅덩이에 고인 물, 재래식 화장실에 알을 낳기도 한다.

따라서 인근 하수도를 정비하고 물웅덩이를 메우는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하수구, 환풍구, 변기, 창문의 틈새, 냉장고 뒤쪽 등 사람 눈에 안 띄는 곳에 서식지에 집중적으로 살충제를 뿌려야 한다.

신기한 건 수컷과 한번 교배하면 정자를 저장했다가 평생 써먹는 것이며 한 번에 수 백 개의 모기를 번식하므로 막을 방법이 매우 어렵다. 빨리 번식하고 개체수가 많은 데다 크기가 매우 작아 구제가 힘들며 또한 다양한 온혈동물의 피를 빨기 때문에 병원균의 입장에서는 병을 퍼뜨리는 데 아주 이상적이다.

심지어 오물·음식물 쓰레기나 시체 등에 몸을 담그는 집파리보다도 병원균을 더 많이 옮긴다. 가장 위험한 생물 10위 같은 것을 검색하면 1위는 반드시 모기다. 이런 모기를 잡으려고 훈증매트를 켜거나 에프킬라를 뿌리고 모기향도 피우지만 현실적으로 그 작은 것이 이 모든 방어력을 무능하게 만들며 결국 피를 빨고 또 빤다.

매년 8월 20일은 ‘세계 모기의 날'인데 1897년 8월 20일 영국의 의사 로널드 로스 경이 암모기가 사람에게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사실을 밝힌 것을 기념해 제정됐다. 올해 국내 말라리아 감염 환자 수는 지난 2011년 이래 12년 만에 가장 빠른 감염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모기의 날을 맞아 모기매개감염병과 예방 수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감염되면 통상 발열, 두통, 관절통, 결막염 등 증상이 발현되고 중증인 경우 황달, 응고 장애, 신부전, 간부전, 쇼크, 의식장애, 섬망, 혼수 등 급성뇌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본뇌염인데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 빨간 집모기에게 물리면서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병이 진행되면 중추 신경계가 감염돼 의식장애, 혼수, 경련 등 증상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귀한 생명이 그 작은 모기로 인해 사망한다면 너무 어이 없는 일 아닐까. 이번 잼버리 대회에서도 새만금 뻘 바닥의 습지에 서식하는 모기떼에 안 물린 대원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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