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교권과 학생인권 어느 게 중요할까
[덕암칼럼] 교권과 학생인권 어느 게 중요할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8.31 08: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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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교권추락, 최근 등장한 용어지만 교육계 내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려했던 판도라 상자였다. 누가 먼저 앞장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않은 덕분(?)에 많은 교사들이 근무 의욕 감퇴, 각종 스트레스와 민원에 시달리며 버티다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교육계에서 근무하다 숨진 교사들을 추모하고 교권 회복을 외치는 교사들의 집회가 토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첫 집회이후 8월 26일이 6번째 였는데 서이초 교사가 사망한 지 49일째인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교사들은 교권 보호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주최측 추산 6만 명이나 참여했다. 집회에 참가한 교사의 말에 의하면 학생들이 걸핏하면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교사에게 윽박지르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교사가 전체 120만 명의 15%, 약 8만 명 정도이며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참가 교사의 전언이다. 서울시와 세종시, 전라북도교육감은 교사들의 연가 투쟁을 보호하겠다고 나서 교육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데 수직관계에 놓인 교육계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두고 볼 일이다.

교총은 아동학대 면책법이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다며 연가 투쟁 대신 수업을 마친후 저녁에 집회를 열자는 중재안을 냈다. 문제는 교육부가 지정한 휴가없이 임의로 휴가를 낼 경우 즉, 재량 휴업 일을 지정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학교장이 재량권을 일탈하여 9월 4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여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할 경우 법령 위반이므로 법대로 한다는 것이다. 교사와 교육부의 충돌로 자칫 학생들의 학과 일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졸업에 차질이 있다면 이 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결론 나지 않는 무의미한 전쟁이라는 점이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해결방안은 ‘산 넘어 산’이다. 줄어드는 학생 수, 집집마다 내 자식은 왕의 DNA라는 자부심으로 키우는 학부모. 학생인권조례는 교육계 내부가 낳은 또 하나의 사생아였다. 처음 제정 취지와는 다르게 커버린 기형 조례로 변질되어 사제 간에 높은 장벽을 쌓는 이유가 됐다.

사랑의 매라며 회초리로 종아리를 치던 시절의 선생님들은 이제 다 늙은 노인이 되어 경로당 한쪽 구석에 앉아 왕년에 교육자였다는 자부심으로 무용담을 털어놓겠지만 당시 희생양이었던 학생들은 결코 유쾌하지 못하고 씁쓸한 추억을 되살리며 현재 벌어진 학생인권조례의 부작용을 물끄러미 쳐다볼 수 밖에 없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같은 사람이고 한국문화의 유교사상이 바탕이 된 시절, 당연시 했던 군사부일체의 적용이 오류를 범한 셈이다.

서당에서 훈장님이 훈육하던 시절부터 국공립학교의 설립, 사립학교와 사설학원의 등장으로 한국 교육의 질은 점차 향상되었지만 교육의 목적이 지식이나 전문성을 기르기 보다는 학벌위주, 명문대를 향한 수능위주의 교육이 이어지다보니 세계일류대학의 순위에서 먼발치를 달리는 것이고 설령 졸업해도 취업문은 좁아터지니 백수로 은둔형 청년들이 뭘 해야 할 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교육계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학생인권조례를 손보거나 교권추락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어떡하면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리지 않는 참된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무너진 교권의 추락이 과연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것인지부터 되짚어 봐야 한다.

일부에 국한된 사건이지만 일선 교사가 학원에 문제를 빼돌려 막대한 이익을 추구한 사건이나 국가 총 예산에서 100조원이 넘는 교육교부금이 과연 돈 값어치를 하고 있는지, 이리저리 헛돈을 낭비하고 있는지부터 되돌아 봐야 한다.

국회에 난리쳐서 제도권 안에 진입한다고 교권이 회복될까. 이미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약자 입장이다. 어쩌면 지금은 그나마 갑의 위치에 있지만 출산율저하로 인해 본격적인 학생 수 감소현상이 나타나면 슈퍼 을이 될 소지도 다분하다.

이제 대학교를 시작으로 중학교·고등학교 더 나아가서는 초등학교 순으로 폐교가 시작될텐데 교사 대신 AI가 학생이 원하는 음성으로 학습내용을 설명하고 모든 지식은 검색 창을 통해 교사보다 더 빠르게 얻어낼 수 있다면 그때는 교사들의 기능과 역할이 더 줄어들 공산이 크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한평생 양복과 구두를 만들던 수공작업의 1인자들이 기성품의 대량생산에 하나 둘씩 실업자가 되고 어지간한 직종들은 모두 키오스크나 로봇에 밀려 일거리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개씩 사라지는 직종들 중 교사도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간호사나 의사, 변호사도 인터넷의 영향력에서 밀리고 있으니 교사라는 직종이 결코 철밥통은 아닐진대 항구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약 25년 전 기자는 사회의 문을 여는 만능키였다. 누구든 인터뷰를 요청해 만날 수 있었고 모든 정보는 공개 청구 또는 담당 공무원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시절, 보도자료에 의존하면 훗날 보도사료를 먹는 가축이 될 것이니 개발기사로 자질을 향상시키자고 주도했다가 곤욕을 치른 시절이 있었다.

10년 전에 지금이라도 자기개발 위주의 색깔을 띤 각자의 실력을 키우지 않으면 존재감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국민들로부터 ‘기레기’라는 오명을 썼다. 물론 10년이 더 지나 존재감조차 없어진 기자의 현주소는 차세대들의 의욕과 노력으로 다시 복구되는 분위기다.

물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라는 직종은 단순한 지식보다 지혜와 삶의 목적, 기본적인 도덕과 협동정신을 배양하는 정신적 존경의 대상이어야 한다. 힘들게 하는 학생을 탓하다 자칫 남은 학생들의 마음까지 멍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교권은 국회에서 찾을 게 아니라 교실에서 찾아야 하며 현재의 공교육이 왜 추락했는지, 막대한 예산의 결실에 비해 한국교육의 설 곳이 국제사회에서 왜 밀려나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앞선 선배 교사들이 남긴 흔적이자 후배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국회를 통해 아무리 강한 방패를 만들어도 뚫는 창은 또 생기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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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2023-08-31 13:36:19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