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누구나 가야 할 길 치매
[덕암칼럼] 누구나 가야 할 길 치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09.20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는 21일은 ‘치매 예방의 날’이다. 이 글을 보는 독자 들의 연령대는 다양하겠지만 치매는 누구나 가야 할 길이며, 운이 좋아 어제까지 멀쩡하다가 오늘 저세상을 간다면 더없이 좋아할 일이다.

치매는 일종의 정신적 질환인데 육체적 질환은 째고 도려내고 약물치료나 기타 다양한 방법으로 발병을 늦추거나 다소 완화시킬 수 있겠지만 뇌 질환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인류의 비참한 종말이다.

물론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동물도 수명을 다하는 끝자락에는 정신이 혼미해져 서서히 숨을 멈추게 되겠지만 적어도 남은 자들에게 흉측하고 못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멀쩡할 때 할 수 있지 이미 자신의 정신이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그렇지 못할 때는 이미 남은 자들에게 민폐가 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늙어서야 걸리던 치매가 점점 중년층과 젊은 층까지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처음에는 건망증 정도로 알았던 치매는 점차 증상이 심해져 악화할 때까지 방치하고서야 치료에 도전한다. 물론 치매는 치료될 수 없는 정신적 질환이다. 영어로 일명 ‘알츠하이머병’이라고도 하는데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1995년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가 함께 제정한 날이 9월 21일이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 일명 ADI는 세계 전역에 있는 70여 개의 알츠하이머 협회들을 대표하는 국제연합으로써 치매가 국경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공감하기에 결성된 협회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모두 숨 가쁘게 바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날만이라도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행사와 캠페인을 열어 긴장감과 정신건강을 위한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먼저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는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건강 수칙 다섯 가지를 발표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심장을 돌보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건강한 습관을 갖고 항상 머리를 써야 한다.

끝으로 사회활동을 즐기라고 했는데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환경과 각 가정과 학교마다 생활 속의 동선을 보면 치매가 안 걸리는 게 이상할 정도다. 만약 독자들이 치매 초기라고 판정을 받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설마라고 했다가 어느 날 기억력이 떨어지고 점차 지인들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신호등 앞에서 내비게이션만 끄면 목적지가 어디였는지 막연해진다면 그런 증상은 빠른 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

얼이 빠지거나 넋을 놓으면 걸리는 치매. 하지만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모든 일상에 긴장과 함께 삶에 대해 적극적인 정신적 자세를 말하는데, 현실은 점점 문명의 이기가 나태함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치매에 대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 사이 치매 진료 인원은 18만 9천 명이 증가했으며, 연평균 증가율이 17%에 이르렀다. 치매로 가기 전 단계인 경미한 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2010년에 비해 2014년 4.3배 증가했다는 건강보험공단의 발표가 있었다.

그로부터 약 10년 뒤인 2022년에는 우리나라 치매 환자가 150만 명에 도달했다. 이를 위해 소요되는 치료비는 매년 10조 이상이 투입되는데 앞으로는 매년 20조 이상 투입해야 할 미래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가족 중에서 치매 환자가 1명 생기면 가족 전체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가족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노인성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기억상실, 언어장애, 정신 기능 진행성 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낸다.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몇 가지 유전적 위험인자가 알려졌으나 똑 부러지게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완전한 치료법은 없는 치매. 발병률을 줄이는 게 최 상책이지만 이날만큼이라도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매년 ‘치매 극복의 날’ 기념식을 비롯해 치매극복 토크콘서트, 박람회, 치매 상담 및 건강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물론 이런 전시행정이 치매를 완화하거나 극복하는 길은 아니다. 대안이 없을까. 물론 의학적인 대안도 많겠지만 필자의 의견은 생물학적 치매보다 더 위험한 도덕적 치매, 상식을 초월하고 인륜을 저버리는 행위가 더욱 답이 없는 치매라고 본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의식이 흐려지는 것은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니 굳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려고 발버둥 치지 않아도 된다. 가령 치아가 빠지는 것은 위가 소화하지 못하니 딱딱한 것을 먹지 말라는 신호이고, 눈이 흐려지는 것은 쓸데없이 못볼 걸 다 보지 말란 뜻이다.

뛰지 못하도록 무릎이 약해지는 것은 돌아다녀 봐야 넘어지고 다칠 일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치매 또한 자연스럽게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아직 젊고 팔팔한 나이에 가장 기본적인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 사회적 치매다.

또한 아이·어른 구분 못 하고 때와 장소도 없이 함부로 나대는 도덕적 치매가 더욱 심각한 질병이다.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고 자식이 부모를 모른 체 하거나 가만히 놀면서 저절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사회적 치매다.

약도 없다. 매도 될 수 없고 말도 안 먹히고 법률적으로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것이 진정한 치매다. 갈수록 노인은 늘고 비례로 치매 환자도 늘게 된다. 향후 10년 또는 20년 뒤에는 지금처럼 세 집 건너 한 집이 노인, 열 집 건너 한 명의 치매환자가 있는 게 아니라 한 집에 1명의 노인과 세 집에 한 명의 치매 환자로 늘어나게 된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출산율이 기적처럼 증가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평균 연령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애물단지로 취급받는 치매 환자들이 그때 가서 어떤 대우를 받을까.

지금 노인복지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치매 환자들의 생활환경은 당사자의 몫이다. 필자 또한 기억력이 흐려져 모든 일상을 수기로 적어 궁금할 때마다 수십 년 전의 어느 날까지 돌아보게 되는데 기억에 자신이 없으면 일기를 쓰는 습관도 괜찮은 방법이었다.

어떤 일이든 항상 두뇌를 부지런히 움직이는 뇌 운동을 하는 것이 자신과 가족과 이웃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일이다. 뇌는 단순하다. 얼굴에 웃는 표정을 지으며 뇌를 속이면 건강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 긍정의 힘, 치매 예방의 첫걸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