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단기 4356년 개천절
[덕암칼럼] 단기 4356년 개천절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0.0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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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는 개천절 노래 가사 1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모든 것에는 근본이 있음을 뜻한다.

독자 여러분은 생일이 있는 것이고 지방자치단체는 시 승격 기념일이 있으며 정부는 수립일이 있다. 물론 미국에도 독립기념일이 있고 심지어 강아지도 입양한 날을 기억해 축하해 주는 세상이 됐다.

부모님 생신날, 자동차 첫 출고일, 이 밖에도 그 어떤 것이든 출발을 의미하는 생일은 특별한 날이다. 특히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을 비롯해 김정은까지 생일날을 기념하여 세계 각국의 대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성대한 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좀 더 나아가자면 예수님 탄생일인 성탄절과 부처님의 석가탄신일은 지구 전체가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이며 해당 날짜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여기서 개천절은 단순한 우리 한민족의 생일이자 단군 할아버지가 탄생한 날이라기보다 하늘이 열린날 즉, ‘개천절’이라고 정해졌다.

개천절을 기념하기 위한 각종 행사가 전국적으로 열리고 필자 또한 수년 간 개천절을 맞이하여 멋진 공연을 준비하는가 하면 우리 민족의 근본을 일리고자 많은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특히 태백산 단군성전에서 제를 올리며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기원하던 날들이 연속 이어지면서 우리 민족의 험난한 역사를 돌아보게 되는 이날은 태평성대를 바라는 간절함이 있었다.

문제는 이제 먹고살만해지면서 개천절은 그냥 노는 날이 아니라 다른 국경일과는 달리 일부 개신교의 무리한 맹종으로 인해 단군상이 파손되고 태백산 천제단의 성전을 둘러싼 담장이 훼손되는 등 상식 밖의 종교적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신을 믿지 말라고 했지 민족의 근본을 부정하라는 뜻은 아니었음에도 십계명을 임의로 해석하여 단군을 미신으로 치부하는 아둔함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개신교의 표심을 의식해 역대 대통령들이 개천절 행사에 불참하는 경우도 많았고 학생들은 개천절 노래의 생소함에 그런 곡도 있었나 싶을 만큼 무심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제처럼 푸른 가을하늘의 청명함이 가득한 날, 곡식은 풍수해를 견디며 풍년의 결실을 보여주었고 바다에는 풍어로 만선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현재의 모습이 과연 얼마나 가는지 심히 우려스럽다.

여차하면 중국 본토의 동북3성이 아니라 우리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4성의 하나로 전락할 만큼 대륙의 흐름은 종잡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러시아가 진퇴양난의 입장에서 물러서면 붕괴고 전진하자니 전쟁이 1년 반이나 길어지면서 이제 유럽의 뒷배로 물자를 대주던 미국과 러시아가 사실상 대리전에서 전면전으로 확전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가 이기면 전쟁의 승리가 국제적 흐름을 타면서 중국도 대만을 공격하여 쟁취할 것이고, 북한 또한 러시아로부터 극초음속 미사일시스템만 선물로 받아오면 미국의 방위망은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애들 싸움에 어른들은 나서지 말라며 강대국들의 간섭을 배제해 두면 대한민국과 북한의 일 대 일 싸움은 이겨도 져도 무조건 민족의 불행이다. 과연 6·25때처럼 유엔군이 나서줄까, 지금 우크라이나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천만의 말씀이다.

그렇다고 전범국가인 일본에게 도와달라고 총을 주면 그 총구가 누굴 향할까. 자국의 방위 또한 심히 우려스럽다. 비가 내리는 서울의 시가행진에서 보여준 국군의 행진은 전국체전 순서 입장식과 별반 다를 바 없을 만큼 오와 열, 손과 발이 맞지 않아 제3국에서 어떤 견해로 볼지 참으로 안쓰럽기까지 했다.

심지어 미군들의 열병식 자세는 소풍 나온 캠핑족처럼 손을 흔들며 환영하는 인파들의 인기(?)를 끌었다. 100억 원의 행사비는 그렇다 치더라도 10년 만에 시가행진은 꼼꼼한 준비가 아쉬운 모습이다.

공산국가의 특징도 있겠지만 중국과 러시아, 인도, 북한, 서구열강들의 열병식을 보면 막대한 예산에 고도의 연습과정을 엿볼 수 있다. 비교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60만 대군의 대한민국, 영상으로 보여준 서울 광화문 광장의 첨단무기 등장을 북한에서 지켜볼 때 어떤 견해로 바라볼 것인가.

자주국방은 장병들 급여 올려주고 내무반에서 스마트폰 보며 인권만 주장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쓸데없는 군기잡기나 폭력은 금지해야 맞지만 군인은 군기, 청년은 용기, 선수는 사기, 주부는 활기, 가수는 인기 등 ‘기’가 있어야 한다.

물론 지키지도 못할 공약으로 마구 떠들어대는 객기는 없어져야할 기운이지만 현재 군의 사기는 다시 재충전해야할 시점이다. 일국의 방위는 자국의 힘으로 지켜내야 맞는 것이지 걸핏하면 미국이나 중국에 기웃거리며 의탁할 여지를 찾는 외교는 비전도 없을뿐더러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다.

지리적으로 한반도는 침탈의 오욕된 흔적이 역력하다. 동남쪽의 일본과 북쪽의 오랑캐나 이등분된 동족간의 대립 또한 마찬가지다. 태초에 단군이 한민족의 뿌리를 내릴때 시련을 더하여 훈련된 민족이길 원했다면 지나온 세월들은 너무나 혹독하다.

지혜가 넘쳐 문자 올림픽 때마다 금메달 걸어주는 우수국가가 되라고 한글을 선물했고, 남북 합쳐 7천만 겨레가 지구의 종주국이 되라고 폐허에서 부활한 국가로 키워온 과정이 있었다.

더 이상은 강대국들의 전쟁놀이에 들러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이 나라 지키려 헌신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참으로 많았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독재의 끈을 늦춰서 국민들이 어느 정도 인권과 자유를 되찾게 해야 하고 대한민국도 무너진 윤리와 도덕, 복지를 빙자한 수당놀이로 표를 바꾸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청년이 일하고 여자가 아이를 낳으며 번영의 한민족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갈라선지 70년. 이념과 사상이 다른 양 국가 국민들에게 통일은 이론일 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서로 존중하며 문화예술·체육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경제적 교류까지 더한다면 단군할아버지의 흡족함이 7천만 온 민족에게 고루 비춰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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