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중양절과 할로윈 축제
[덕암칼럼] 중양절과 할로윈 축제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0.2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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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변화란 어떤 식이든 과거와 현재가 달라지고 미래 또한 달라지는 과정이다. 말을 타던 시대에는 쇳덩어리가 말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고 주장하면 미친 사람이고 자동차가 범람하는 시대에는 쇳덩어리가 하늘을 날것이라며 연구, 투자, 도전한다면 이 또한 미친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하던가. 이미 하늘이 아니라 달나라를 오가며 우주정거장을 짓는 시대가 됐다. 여기서 변화를 추구하는 미친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도 말이 최고의 교통수단이자 군사작전의 최고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과거 일본이 서양문물을 보다 빨리 받아들여 문명의 발전을 추구한 바 있다.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라며 우겨댄 흥선대원군과 일본과 교역이 빈번했던 명성황후가 어느 한쪽이든 우리의 지킬 것과 받아들일 문명을 골고루 선택했더라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떠했을까.

서로 싸우고 청나라로 쫓겨나는 대원군과 다시 일본의 낭인들에 의해 참혹한 죽음을 당한 명성황후 민비, 그러는 동안 나라꼴은 엉망이 됐고, 결국 친일파에 의해 조선은 멸망하는 식민지 시대로 접어들지 않았던가.

작금의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은 비단 종교뿐만 아니라 의복, 음악, 스포츠, 음식, 명절과 미풍양속은 물론 키우는 반려견과 물고기, 조류까지 모두 미국만 쳐다보고 아무런 검증절차 없이 흉내 내기 바쁘기 때문이다.

고운 한복보다 찢어진 청바지에 신곡 발표를 들어보면 영어투성이고 이를 따라하지 못하면 유행에 뒤처지는 것이며 거리의 모든 간판도 영어를 빼면 촌스러워 고객들이 찾지 않는다. 증시, 환율, 국제유가, 국방도 미국이 헛기침만 하면 한기에 덜덜 떨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것과 지킬 수 있음에도 마냥 흉내 내기에 급급 하는 것은 다르다. 필자는 미국에 대한 비난이나 무조건적인 쇄국정책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어른을 꼰대라 비하하고 여학생의 짙은 화장과 짧은 치마로 술집 접대부인지 구분조차 못하는 것은 가리자는 것이다.

얼마든지 우리 것에 대한 미풍양속을 지키면서도 한류의 멋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말과 글에서도 이미 한국 고유의 지킬 것은 사라지며 오로지 미국만 따라하는 현실을 보면 향후 10년이나 20년 뒤에는 우리 것이 모두 소멸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변화가 방향을 잘못 잡으면 변질이 된다. 잘 하면 숙성된 김치요, 된장이며 홍어탕에 요구르트나 맛있는 와인이 될 수 있지만 잘못하면 상해서 먹을 수 없는 음식쓰레기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불과 1년 전 2022년 10월 29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사고는 할로윈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으며 해밀턴호텔 앞 좁은 골목길로 인파가 몰리면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참사다.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대형참사로 502명이 사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가장 큰 참사로 기록됐다. 할로윈 참사로 명명된 이날 특별한 복장, 호박, 사탕, 속임수, 유령의 집으로 대표되는 미국 할로윈 축제는 1800년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로부터 온 이민자들에 의해 시작된 행사였다.

대한민국과 그 어떤 관련도 없는 축제에서 막대한 인명피해가 난 것이다. 1주기를 맞이하여 정부와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초긴장 상태에서 재발방지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번 축제에는 유관기관 합동 현장상황실이 서울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된다. 구·경찰·소방3537부대 등 관계자가 인파 밀집 시 군중 분산, 차도·보도 통행 관리 등을 총괄 지휘한다.

서울 용산구는 세계음식문화거리 진입 이면도로에 경찰 안내 방송차량, 소방서 구급 차량 각 1대를 사전 배치하고 용산경찰서는 주요 교차로에 교통경찰, 용산소방서는 ‘긴급구조 약식 통제단’을 가동한다.

이러한 가운데 소중한 우리 명절 중양절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음력 9월 9일로 옛 세시 명절 중 하나로 홀수를 양의 수라 하여 9가 두 번 겹치는 날의 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10월 23일이다.

물론 중양절도 중국에서 비롯된 명절이지만 오래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손꼽는 날로써 설날·삼짇날·단오·칠석과 함께 명절로 지내왔다. 신라 때에는 임금과 신하들이 함께 모여 백일장을 열었고 고려 때에 와서 설날·대보름·삼짇날과 함께 9대 명절로 지냈다.

조상의 기일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 이 날에 기일을 대신하여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중양절의 시절음식으로는 국화전과 국화주, 유자화채, 밤단자가 있는데 국화전은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동글납작하게 빚어 국화꽃잎을 올린 뒤 기름에 지져낸 떡이고 국화주는 쌀과 감국의 꽃과 잎으로 담근 약주다.

또한 유자화채는 조선 시대 궁중음식의 하나로 국화전과 곁들어 먹으면 제 맛이 나는 음식이며 밤단자는 어린아이들도 좋아하는 음식으로 찐 찹쌀가루를 잘 배합하여 조그맣게 자르고 체에 내린 삶은 밤 고물을 소로 넣거나 겉에 묻혀서 만든 것이다.

이 중양절에는 붉은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고 산에 올라 시를 지으며 하루를 즐기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등고라 한다. 또 국화를 감상하거나 국화잎을 따다가 술을 담그고, 화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막걸리에 노란 국화를 띄워 마셨다. 이밖에 추석 때 햇곡식으로 차례를 드리지 못한 집에서는 이날 차례를 지내기도 했다. 이날은 나이 드신 어른들을 모셔서 음식을 대접하고 함께 즐겼는데 궁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종실록 45권을 보면 1429년 9월 9일에 중양절이므로 막걸리를 원로대신에게 내리고 잔치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관할 지역의 100세 이상 어르신을 초대하여 800년 전의 풍습을 재현하는 행사라도 벌이면 촌스럽고 흉이 될까.

우리 것을 귀히 여기지 못하고 미국의 모든 것을 따라 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의 방관이 낳은 비극이다. 한국의 모든 것이 어색하고 불편해져서 국명만 대한민국 일뿐 속옷까지 미국 상표를 입어야 살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올 것이다.

할로윈과 중양절을 대하는 국민들의 인식이 제자리를 찾아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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