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뒤쉘도르프의 가을
[덕암칼럼] 뒤쉘도르프의 가을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1.0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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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 1일 출발한지 5일 만에 세계생활체육국제기구인 타피사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고 한국으로 향했다.

빠듯한 일정 속에 지구촌 곳곳의 많은 국가에서 각 나라 국민들의 활동적인 생활체육의 이모저모를 들을 수 있었고 팬데믹 속에서도 자구책을 세운 나라들의 인간승리도 공감할 수 있었다.

독일은 여러모로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은 나라다. 한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지듯 독일 또한 동·서독을 나뉘었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무너진 베를린 장벽이 한반도에는 휴전선으로 존재하는 점도 유사하다.

라인강의 기적이 있었듯 한강의 기적도 있었고 전쟁의 폐허속에 기적처럼 발전을 이룬 것 또한 한반도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다른 것은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가 독일처럼 여유 있거나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실행하지 못하고 과도한 세금징수, 조급한 편성, 비용 대비 비효율적인 지출이 이제는 좀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실패한 국책사업들과 국정 기조가 얼마나 많은 예산낭비로 이어 졌던가.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이듬해 다시 편성하면 지역주민들은 역시라며 재선의 기회를 주는 국민성도 문제다.

나무 한 그루를 베면 두 그루를 심는다는 국가정책. 지금은 모든 생산이 멈춰도 전 국민들이 20년은 나무로 먹고 살 수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은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이어지는 아우토반 주변의 가을풍경만으로도 충분히 납득이 갔다.

현재 타피사의 총재를 역임하기 전 지난 6월까지 한국의 장주호 총재가 8년간 총재를 역임하며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했다면 신임 울프강바우만 총재는 독일의 진면목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독일하면 생각나는 단어들이 히틀러, 나치, 전차, 유보트, 게슈타포(비밀국가경찰) 등 전쟁과 관련된 수식어가 먼저 붙는다. 제1차 세계대전의 전범 국가로서 국제적으로 많은 인명피해와 물적, 문화재, 기간산업의 파손 등 많은 손실을 가져온 주범이었다.

특히 유대인 집단학살은 인류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었다. 유사한 나라로 일본을 손꼽자면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었던가. 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시아 등 세계 정복을 위해 강제징집과 물자 수탈 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국가다.

만약 강대국이 힘으로 약소국가를 식민지화 하고 영토분쟁의 갈라먹기에 이해타산이 있었다면 독일은 현재 전범국가가 아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세계적인 선진국의 모습으로 가고 있는 것이 정상이다.

한국 또한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한 차례 전쟁을 치른 적이 있지만 불과 70년 만에 세계 최저 2위 빈민국에서 5대 경제국으로 성장하지 않았던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인해 대회 유치가 무산되자 라이센스 비용을 포함한 이자까지 내놓으라며 국제재판을 요구했고 타피사는 사실상 러시아와의 모든 채널을 닫았다.

이 또한 선거로 결정되었고 대한생활체육회를 대표하여 필자도 당당한 1표로 선거에 참여했다. 이번 독일에서 개최된 타피사의 승인이 한국 국민들에게 생활체육의 인식변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막대한 예산을 서로 나눠먹기 하는 일부 체육시스템에서 보다 투명하고 실효성 있는 변화를 가져와야 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가령 학교 체육에 예산을 편성하면 차 떼고 포 떼고 대상자인 학생들이 실제로 체력향상이나 피부에 와 닿는 교육효과는 극히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이번 체육정책을 적극 환영한다. 하지만 돈으로 때울 게 있고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며 나눠야 할 게 있는 것이다. 과거 놀이기구 하나 없이 온갖 골목놀이가 가능했던 시절,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건강하게 자랐다.

동네 어귀마다 어르신들은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뛰어놀던 아이들을 지켜보며 정자에 모여앉아 농사 걱정에 구수한 덕담이 오고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아이들만 줄어든 게 아니라 오로지 게임에 몰두해 집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식상한 몸 풀기로 그쳤던 육체적 성장환경은 더 없는 열악함으로 인해 머리만 자랐지 체력은 비만과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체육선수들의 영역에 진입해야만 전문선수로서 오로지 금메달과 신기록 수립의 주자가 되는 것이고 그나마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냉정한 스포츠 세계에서 외면당해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할 기회마저 사라지는 것이 대한민국 엘리트체육의 현주소다.

물론 일부에 해당되는 일이지만 적잖은 학생들이 이러한 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수능에만 매달려 좋은 대학이 출세와 안정적인 미래의 답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정부의 학교체육정책 변화가 40년 만에 새로운 여건을 맞이했다.

줄어든 학생 대비 과연 어떤 정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지 지켜볼 일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특히 예체능분야로 진로를 선택하는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이 각자의 소질을 발휘할 수 있는 훌륭한 장이 되길 기대한다.

정책이란 세우는 자와 현장에서 가르치는 자, 그리고 이를 배우는 학생 ‘3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하루아침에 이루려 조급해 해서도 안 된다. 적어도 현실에 부합하는 중·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 학생들이 다시 운동장과 수영장 등 각종 체육환경을 마음껏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동안의 정책 실패는 다 지나간 일이다. 문제는 앞으로 잘하면 되는 것이다. 또 겉도는 정책으로 예산만 낭비한다면 이는 단순한 낭비가 아니라 나라의 백년 앞을 망치는 장애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대한생활체육회라는 단체를 설립한지 2년이 지났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타피사 총회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을 한국 정서에 맞게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권내에 알려야 하고 이제는 국민생활체육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국가의 근본이자 주체가 국민이 맞다면 국민이 건강하고 활기차야 국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그 대업에 도전하며 뒤셀도르프의 가을 풍경을 뒤로 하고 대한민국의 가을과 비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