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교육카르텔의 대물림
[덕암칼럼] 교육카르텔의 대물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1.1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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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교사의 자녀가 시험문제를 미리 보거나 힌트를 얻어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그 자녀는 이득을 보겠지만 같은 반 급우들 입장에서는 단순한 불공평을 넘어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학습의욕 상실이라는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과 소리쳐 봐야 소리친 사람만 바보 되는 게 현실이다 보니 어쩌다 언론에 보도되어도 유야무야 잠시만 부르르 끓다 마는 얇은 냄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사건만 하더라도 일반 국민들도 쉽게 기억할 만큼 여러가지이지만 왜 근절되지 않고 있는지부터 함께 고민해 보자. 일단 교육비리가 저질러지면 사회적 공분을 산다. 당장에 해당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받고 은밀한 공범인 자식(?)은 집단에서 배제되거나 반칙으로 얻은 점수를 반환해야 맞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그렇게 처벌받았다는 사례는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하나뿐이고 대부분은 시간이 약이다. 그렇게 우수한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한 자식은 스펙을 쌓아 다시 교육 공무원이 되거나 사회적으로 우월한 위치에서 금수저로 대물림받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라도 이 같은 교육범죄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것은 거대한 카르텔이라 볼 수 있다. 일명 사회적 유명인사들도 자식이 있고 이래저래 엮이다 보니 누가 누굴 탓하랴.

일찌감치 금수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식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 유명대학의 프로필로 국내에서 고위직 대열에 줄을 서는데 이 같은 욕심에 누구인들 감히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사람 사는 사회는 원래 라는 게 없다.

살다보면 삶의 환경에 맞는 법도 개정하는 것이고 현실에 맞게 조금씩 적응하는 과정에서 변화도 있고 때로는 맞춰가며 살기 때문에 원칙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도 될 게 있고 절대 해서는 안될 게 있는데, 백년지대계를 망치는 범죄야 말로 가장 엄벌에 처해야 할 항목이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사교육 관련 킬러문항이 교육계 카르텔이라며 개혁을 주장했다. 킬러문항에 대해 지적하자 사교육시장이 한번 꿈틀거렸다. 무형의 반항을 한 셈인데, 정치인들이 이런 교육전문가들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전에는 건설노조를 건폭이라 불렀다면 교육 관련 범죄는 더 교묘하고 지능적이라 죄질이 나쁜 교폭인 것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공부했던 학생들의 희망에 피멍을 들이고도 반성보다는 밥그릇 지키겠다며 똬리를 틀고 있는 구렁이처럼 입으로 쉭쉭 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 후 정부가 다시 교육계를 털겠다고 몽둥이를 치켜들자 이번에는 교육계 내부에서 사교육시장에 시험문제를 팔아넘긴 교사들 수백 명이 무더기로 자수했다. 얼핏 보면 아랫것들 좀 보내줄테니 이걸로 대신하고 그만하자는 판국이다.

물론 그러고 말았다. 누구 하나 수사를 제대로 받거나 처벌 받은 적도 없이 시간이 약이 됐다. 대체 국민들을 얼마나 호구로 알기에 몽둥이 든 정부나 회초리로 때리라면 종아리 걷었다가 마는 교육계나 거대한 유착은 뜬구름 잡기로 끝났다.

유전무죄 유전무죄가 아니라 유전유학 무전무학이다. 돈 있는 곳에 고액학원이 있고 그곳에 킬러문항을 푸는 열쇠가 있다. 가난의 대물림도 억울한데 교육이라는 신성한 분야마저 대물림 되어야 한다면 학생은 학교보다 돈이라도 벌 수 있는 각자의 재능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시간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졸업장이 미래를 보장하는 보증서가 아닌 이상,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이미 정해진 룰에 손발 묶어 놓고 싸우라는 것은 승패가 정해진 학교 놀이에 불과하다. 안된다고 한숨 쉴 게 아니라 고치면 된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로 교육계를 다부지게 털어 문제가 있는 곳은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한다. 이래저래 곶감 빼먹는 교육계의 백수들은 모두 업무 일지를 파악하여 일을 부여하든가 아니면 100조가 넘는 교육예산을 좀먹는 벌레들을 살충제로 제거해야 한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예산은 늘어난다. 그렇다고 교육의 질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고 세계 대학 서열에서 손에 꼽히는 것도 아니며 졸업을 한다해도 갈 곳이 없다는 게 젊은이들의 하소연이다.

교육 예산 또한 소중한 국민의 혈세다. 백년지대계를 이루는데 아낄 수는 없지만 안 써도 되는 돈을 이듬해 재편성 받기 위해 지출 대비 효율성이 없는데 사용한다면 이는 전형적인 예산낭비다.

이번 교육개혁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박수를 칠 수 있도록 제대로 정치권의 역할을 기대한다. 일단 국회의원 직계가족부터 불법사항이 없는지 전수조사 하고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물론 공기업, 공직자들부터 모두 조사하여 공정한 교육, 믿고 공부할 수 있고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교육도 살고 나라도 살고 지금의 아이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적어도 대물림받아서 썩은 양심으로 잘살고 있는 기득권의 점수에 밀려 춥고 배고픔에 떨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 되는 반대급부적 학생들의 암울한 미래를 막아야 한다.

지방의 학교들이 하나 둘씩 폐교 위기를 맞고 있다. 이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도 저출산으로 학급수가 줄고 있는데 그나마 있는 학생들이라도 제대로 가르치고 훌륭한 인재로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그날이 머지않았다.

불과 20년만 지나면 빈부격차는 더 심해지고 가진 자와 가난한 자가 아니라 배운 자와 못 배운 자의 계급사회를 어떻게 함께 사는 사회로 만들 것인가. 빈곤의 악순환처럼 금수저들의 대물림이 더는 이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로 남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