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세상에 공짜는 없다
[덕암칼럼] 세상에 공짜는 없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2.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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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자 사세요, 값싸고 품질 좋은 비단이 왔습니다.” 과거 시장판에서 장사꾼들이 소리치며 팔던 시대의 이 말은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중고 자동차 시장만 가보더라도 싸고 좋은 것을 찾는다면 찾는 사람부터가 문제라고 한다.

간혹 허위 매물로 현혹해 소비자가 매장을 찾으면 온갖 감언이설로 설득하다 안 되면 강매로라도 차를 맡기는 경우가 있다.

아예 분위기부터 조직폭력배와 유사한 사람들이 험악한 인상을 쓰며 계약서 날인을 요구한다. 억지춘향으로 구입한 차량의 출발점은 인터넷에 올려진 ‘싸고 좋은’ 상품을 찾는 구매자의 욕심에서 시작된다.

어찌 보면 속인 자나 속은 자나 둘 다 목표만 달랐을 뿐 혹시나 하는 부적절한 이기심에서 시작된다. 물론 중고차 매매시장의 일부에 해당하는 현상이고 이 같은 사기 매매를 근절시키기 위한 자정 노력도 많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단계, 전화사기 또한 안 되는 일을 되는 것처럼 유혹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덥석 무는 피해자도 문제다. 제3금융권까지 안 되는 대출이 다른 곳에서 될 리가 있을까. 절박하면 판단력이 둔해진다.

이를 악용해 미끼를 던지고 막상 물면 사정없이 당겨 낚아채는 것이 인간낚시와 진배없는 현상이다. 대포통장 빌려줬다 졸지에 보이스피싱 일당으로 몰려 구속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걱정 말고 평소 운영하던 회사가 잠시 어려워 수금 계좌로 사용한다든가 부가세만 돌려받고 일주일 뒤 다시 돌려준다는 명목으로 통장을 요구한다. 단돈 몇십 만원이 목마른 사람이라면 선뜻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다.

막상 빌려주고 난 뒤 얼마후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다. 물론 모르고 지은 죄도 죄다. 이 또한 혹시나 하는 공짜, 노력하지 않고 받을 수 있는 돈의 미끼를 문 것이니 누가 누굴 탓할까.

최근 뉴스에 화제가 된 탈북민의 사기행각을 보면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맡긴 돈의 2%를 이자로 준다는 것부터 시작됐다. 2%면 일반 은행에 돈을 맡기는 입장에서 1년치 이자다. 이를 하루 만에 받는다는 것부터가 사기다.

그러나 사기로 치부되지 않는 것은 돈을 투자한 피해자 역시 투자 대비 욕심이 있었고 뭐 그리 오지랖이 넓다고 주변인들까지 끌어들여 피해자들이 급증했다. 물론 일반 다단계처럼 전산이 오류라거나 해당 메일이 해킹을 당해 복구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등 유사한 변명으로 시간을 끌다가 때가 되면 스스로 포기하는 피해자들만 바보 되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이러한 피해를 겪고도 유사한 사업 설명회가 있다면 다리품을 팔고 쫓아가 투자를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몇 명이나 되는 다단계 충신들의 행동을 보며 마치 중독된 그들만의 세계가 별도로 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낀 바 있다.

피해 대상들도 학원 강사, 교수, 유명인사, 주부 등 계층을 가리지 않고 나름 똑똑하다 싶은 사람들이 푹 빠져버린다. 특히 얼마 남지 않은 밑천으로 한몫 잡아보려는 사람들이라면 더 없는 먹잇감이다. 돈이 없는 사람이라면 대출이라도 받도록 만들고 그것도 안 되면 사채라도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사기 논리는 알면서도 속는 논리다.

정답은 공짜를 바라는 마음을 버려야 하는데 어디 현실이 그렇던가. 누구는 주식으로 떼돈을 벌고, 누구는 땅을 잘 사서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사람을 더욱 움츠리게 한다. 이 세상에 절대로 공짜는 없다. 간혹 노른자 땅이 나왔다면 기획부동산에서 전화가 오면 그 좋은 땅 왜 본인이 소유하지 않고 파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그래서 속이는 사람이나 속는 사람이나 죄는 동등한 것이다. 피해자 입장에서 억울하다고 난리를 치겠지만 그 출발점에 본인의 욕심은 없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만약 주변에서 누군가 내부가 보이지 않는 컵 100개를 엎어놓고 그 중 1개의 컵에 금 10냥짜리 두꺼비가 들어 있는데 10만원을 내고 하나의 컵만 들춰서 금을 찾게 된다면 독자들은 어떨까.

두꺼비를 찾는다면 현재 금 시세로 3,500만 원 정도 된다. 물론 사기라며 덤비지 않을 것이다. 100분의 1도 안 덤비는 확률을 매주 토요일 8,000,000분의 1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비율로 계산하면 로또 자동이 5000원이고 금 두꺼비가 10만원이니 20배 투자지만 당첨 확률은 8,000,000과 100개의 컵이니 4만 분의 1과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공짜를 기대하게 된다. 행운도 사는 사람에게 온다는 강한 믿음을 의심치 않으며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구입하게 된다.

빈민국일수록 복권열풍이 강하게 분다. 제 아무리 살려고 발버둥쳐도 안 되니 복권이라도 구매하는 것이며 당첨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2002년 3월 시작해서 1096회를 맞이했으니 수익금도 엄청나다. 가난한 국민들이 공짜를 바라는 게 죄라면 다단계 사기는 처음부터 출발 시점을 정부가 단속했어야 맞는 것이다.

허술한 경제 논리로 우매한 국민들을 속이고 금품을 편취하도록 방치했다면 이 또한 사법당국의 안일한 단속이 원인이다. 금융기관의 무관심이 빚어낸 처참한 삶의 전주곡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다단계로 피해를 본 사람들만 약 1,000여명에 이른다고 하니 대부분 서민이라는 점에서 최악의 길을 걷고 있다. 돈이 많았다면 굳이 출처도 불분명한 다단계에 투자할 리 없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탈북해서 남한까지 왔으면 성실하게 살아도 시원찮을 판에 사기까지 쳐가며 손가락질받아야 했을까.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은 삶을 영위하는 절대적 가치와 능력이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멀쩡한 가정이 풍비박산 나면 그 뒷감당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