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한파에 떠는 서민들
[덕암칼럼] 한파에 떠는 서민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2.1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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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절기상 대설인 12월 7일과 동지인 22일 한 복판에 놓여진 12월 15일은 전국적으로 폭설이 백설나라를 만들었다. 16일에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온통 눈보라가 기승을 부렸고 강원도 산간지방에는 발목이 빠질 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

날씨에 대한 기사나 사진, 글을 쓰다보면 참 허망한 것을 체감한다. 홍수, 폭염, 한파, 폭설 등 기상이변이 발생할 당시에는 당장 난리라도 날 것처럼 요란하지만 다시 평년 기온을 찾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오니 하는 말이다.

어쨌거나 지금은 매우 춥다. 추워도 그냥 추운 게 아니라 체감온도가 영하 17도를 웃도는 정도니 집집마다 수도계량기가 터지고 미처 관리하지 못한 월동준비의 소홀함은 나름 대가를 치르게 된다.

겨울이 추운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미 과거에도 늘 그래왔다. 열대 지방을 제외하고 남·북극 지방은 더더욱 추운 나라니 사계절 겨울인 나라도 있다. 한반도는 북위 35선을 중심으로 지구 반대편의 미국도 유사한 위도에 접해있다 보니 4계절을 유사하게 맞이한다.

위도는 남과 북의 구분, 경도는 동과 서의 구분을 의미한다. 4계절이 있기에 옷도 바꿔 입어야 하고 추위와 더위가 반복되니 거추장스러운 것도 있겠지만 사람 사는 이치를 알려주는 춘하추동이 있음은 자연의 선물이 아니던가.

같은 산과 강과 바다도 절기에 따라 24가지로 구분되어 걸맞은 풍습과 온갖 유래는 물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치를 정하였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4계절이 있는 나라는 복 받은 나라이고 거기에 대한민국도 포함된 것이다.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과거보다 는 덜 춥다는 사실이다. 기상청에서는 걸핏하면 몇 십 년만의 한파 어쩌고 하지만 점차 겨울이 겨울 같지 않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현실이다.

요즘처럼 한번씩 추위가 기승을 부릴때마다 부엌에서 장작불 피워가며 가마솥에 밥을 짓던 과거 여성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지금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쇠로 만든 문고리를 물 묻은 손으로 잡노라면 쩍쩍 달라붙는 강추위.

강물이 얼어 얼음위로 다니던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이제 아득한 옛말이 됐다. 아파트 문만 들어서면 겨울인지 여름인지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손가락만 까딱거리거나 그마저도 불편해 음성으로 이래라 저래라 주문하면 안 되는 일이 없는 세상이 됐다.

그래도 불만은 더 많고 더 불행하며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겨울이면 마당 한 쪽에 김칫독을 묻어두고 겨우 내내 반찬걱정 없던 시절에서 여름에도 김치 냉장고에 인터넷으로 주문만하면 원하는 메뉴대로 온갖 반찬이 배달되는 세상이 됐다.

시대의 발전도 공유하고 누릴 수 있고 변화에 대한 혜택 또한 사람 사는 세상의 당연한 선물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하고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가 담긴 고유의 자산은 그 맥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빈부격차로 인한 서민들의 삶이다. 춥고 더울수록 그 곤욕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서민들이 과연 전 국민의 일부분일까. 필자가 파악한 바로는 적잖은 국민들이 겉만 멀쩡하지 속은 서민층이다.

얼마 전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부자는 45만6,000명으로 1년 새 7.5%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300억 원 이상은 9천명으로 수익 투자처로 주식·주택·금·보석을 꼽았으며 주로 사업소득으로 자산 축적 뒤 부동산 투자로 더 불린 것으로 밝혀졌다.

5,200만 명 중 45만 명은 부자이고 이들이 소유한 자산규모가 총 2,747조원의 금융자산과 2,543조원의 부동산자산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본의 절반 이상을 상위 1%가 갖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정 규모의 재산을 일부가 소유하고 있다면 나머지 중산층을 제외한 서민층이 그만큼 많다는 결론이다. 사치낭비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먹고 사는 걱정은 없어야 할 것일진대 이들에게 이번 한파는 더 추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난방비, 각종 공과금, 치솟는 물가 대비 장바구니 무게는 더 가벼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6일부터 추워진 날씨는 전날 내린 비가 얼어 도로는 빙판이 됐다. 18일 월요일 아침은 출근길 운전이 매우 조심스러운 날이다.

제동장치를 살짝만 밟아도 앞차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시 추위가 물러나면 어이없는 사고 원인이다. 아침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안 그래도 감기환자가 넘치는 내과 의원들이 문전성시를 이룰 전망이다.

문득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을 지키던 성첩의 군사들이 강추위에 떨던 모습이 연상된다. 혹한에 임금의 안위를 위해 밤새 동상이 걸린 상태로 몽골군과 대치했던 당시의 군사들이 지금처럼 아파트에서 따뜻하게 잘사는 후손들을 상상이나 했을까.

너무 떨지 말자. 떤다고 없던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지천에 널린 일자리는 한국인들이 관망하고 외면했던 공백에 외국인들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남 얘기할 게 아니라 필자 또한 월동준비에 여념이 없는 주말을 보냈다.

지난번 칼럼에서 김치를 주문한 독자 들에게 드릴 배추김치가 온갖 양념으로 버무림이 끝나 우체국을 찾아야했다. 나눠먹는 배추뿐만 아니라 호박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등 늦가을 심은 배추들이 푸짐한 겨우살이 준비에 충실한 재료가 됐다.

하얀 눈이 소나무 숲을 연하카드처럼 장식하고 평소 안 얼던 수영장도 제법 두꺼운 얼음이 얼면서 수천 마리의 빙어들이 떼 지어 유영하는 것을 보면 욕심 없이 서로 어울려 사는 모습이 사람보다 나은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