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 노래방
[덕암칼럼]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 노래방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3.12.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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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1990년 초 일본의 가라오케가 한국형으로 변형되어 한국 땅에 처음 상륙한 노래방 문화는 빠른 속도로 유행해 30년이 지난 지금도 동네마다 한집씩 영업할 정도로 자리 잡았다. 노래방 문화는 대한민국 유흥에 커다란 변혁이었다.

막걸리 술판에 젓가락을 두들겨가며 아무 곡조나 신명나게 부르던 이른바 방석집 문화가 노래방 반주기가 들어오면서 흥보다는 박자 맞추고 가사도 정확히 해야 하는 노래문화로 변했다.

노래방이 번성한 것도 과거 유흥주점의 이동식 전자 오르간 밴드를 흉내 내면서 돈 없던 서민들까지 한곡에 2,000원씩 일명 오브리(즉석 반주)만 내면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시대가 됐으니 이미 노래방 영업의 번성은 예고된 일이었다.

그렇게 부산, 마산, 창원을 기점으로 출발한 노래방은 조그만 부스에서 한 곡당 500원으로 시작됐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서울, 경기로 번졌고 국내 주요도시로 확산되기에는 2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시기적 변화는 필자가 1990년 처음 경남 마산에서 중장비 기사로 근무하던 시절 직접 겪었으니 정확히 아는 것이고 이제 노래방은 온 국민들이 즐기는 여흥의 주인공이 됐다. 문제는 노래방 운영 규정상 주류 판매나 도우미 고용이 금지되어 있는데 이를 지키는 영업장이 얼마나 될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노래방에 가서 술과 도우미를 부르면 당연한 듯 언제든 가능한 일이다. 이미 노래방 냉장고 물병에 담긴 소주는 다 아는 비밀이고 도우미도 무허가 보도방에서 언제든 공급하니 이 또한 직업안정법 위반이다.

당초 법대로 하자면 노래연습장업의 허가 기준은 연주자를 두지 아니하고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하는 영상 또는 무영상 반주 장치 등의 시설을 갖추고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접객행위를 하거나 타인에게 그 행위를 알선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다.

관련 법규인 음악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1항에 의하면 노래연습장업자는 주류 판매·제공 및 보관하는 행위 또는 접대부를 고용·알선하거나 호객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같은 법 제27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15조에 따라 2차 위반시 영업정지 1개월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접대부 고용·알선의 경우 2차 위반시 영업정지 2개월, 청소년보호법 제2조, 제24조, 제26조의2에 따라 청소년을 접대부로 고용·알선한 경우에는 등록취소 처분을 받도록 정해져 있다.

이 밖에 행정처분과는 별도로 벌금이나 징역형을 받게 되는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특히 식품위생법과는 달리 음악산업법에서는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이나 판사의 선고유예 판결에 대한 감경 규정이 없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법 조항이 적용되고 있다.

이미 법률적으로 금지된 노래방 술 판매와 접대부 고용이 왜 30년 동안 버젓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1종 유흥주점은 특별소비세부터 모든 세율이 높게 책정돼 어지간히 매출이 오르지 않고서는 버티기 어렵다.

반면 노래방은 일단 룸 대여 비용부터 주류비, 접대부 출장비용까지 유흥주점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금액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필자도 수 년간 운영해 본 경험을 토대로 볼 때 가짜 양주, 미성년자 고용, 성매매를 일절 하지 않으면 1종 유흥주점은 정확히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노래방은 유사한 환경에서 가격은 저렴하니 노래방을 찾는 것이다. 일부 업소에서는 노래방과 단란주점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입구만 2개로 만들어 노래방으로 고객을 유인해 실제로 단란주점 비용을 챙기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단란주점 이용 고객으로 발생한 매출을 노래방 사업자로 결제하는 방식인데 당연히 탈세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러한 불법·편법을 틈새시장으로 악어새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으니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고객이 협박범으로 돌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내용으로 볼 때 노래방에서 술 팔았다가 술값의 40배의 벌금 폭탄을 맞았다는 뉴스가 새삼스럽지 않다. 물론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해당 업소를 찾은 고객이었고 처음부터 작정하고 찾아온 만큼 사소한 시비라도 걸면 노파라치의 먹이가 되는 것이다.

평소처럼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던 업주는 심야시간대에 찾아온 고객에게 맥주와 소주를 판매했다가 신고를 당해 벌금을 물게 됐다. 또 다른 업소에서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가 적발된 사례다.

수능을 마친 고교생들이 후배들과 어울리며 노래방을 찾았다가 여차하면 진상을 떨고 신고하는 방식이다. 업소 입구에는 2003년생부터 출입이라는 메모가 있었지만, 외형상 성장이 빠른 요즘 청소년과 성인을 구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심지어 주민등록증까지 위조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분증 위조 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 신분증 도용도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이를 법대로 처벌한 사례는 전무하다.

반면 청소년 관련 위반 조항은 과징금 금액도 상당하고 한번 걸리면 사실상 업소는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심각한 운영의 위기에 처한다. 국회 모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해 적발된 건수는 지난 2021년 1,648건에서 이듬해 1,943건으로 늘었으며 올해도 지난해만큼 많은 건수가 예상된다는 우려다.

걸리는 것만 이 정도면 안 걸리고 업소 주인이 돈으로 해결하거나 술값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그 폐단은 매우 클 것이다. 처음부터 형식적인 법 조항으로 노래방을 허술하게 풀어준 것부터가 문제다.

지킬 수 있는 법을 정하고 위법에는 단호했어야 한다. 그래야 공짜 술과 도우미의 불법을 악용해 성폭행으로 이어지는 범죄가 근절되는 것이다.